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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Dec 06. 2020

직접 해봐야 나랑 맞는지 알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20대 친구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는 후배들에게 내가 항상 해주는 말이 있다.


"뭐라도 직접 해봐."


세상에 어쩜 이렇게도 무심할 수 있을까.

하지만 경험해보니 저 말 밖에 해줄 수가 없더라.






나 또한 대학교 고학년일 때 진로에 대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었다. 무엇을 선택해야 밥 벌어먹고살지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생각했었다. 하루는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점심을 먹고 바로 겨워낸 적도 있었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나에 대해서 이렇게나 모를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스스로가 한심했다. 남의 일은 감 놔라 배 놔라가 쉬운데 정작 내 일에 대해서 고민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된다.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불안과 걱정으로 뒤덮였을 때 문득 봤던 영화의 한 대사가 나를 울렸다.



"Hey, dude. PLEASE do anything. Stop thinking, which it doens't help at all."


-이봐 친구야. 제발 좀 아무거나 해라. 도움도 안 되는 고민 따위 그만하고-



그래 저게 맞지. 생각을 그렇게 했는데도 답이 안 나오는데 고민만 더 하면 늙어 죽을 것이 분명할 거야. 그 뒤로 닥치는 대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매우 바쁜) 카페

정장 판매

베이커리

미술관 도슨트

영어 번역

음식점

상품 포장

내레이션 녹음

과외

등등


과연 나는 무엇에 재능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단기 알바라도 다양하게 경험하고자 했다.


지금 와서 말하는 거지만 이러다가 나 죽는 거 아닐까 할 정도로 열성을 다해 나 자신을 굴렸다. 학업도 병행하다 보니 쉽진 않았다. 남들은 보통 목표를 정하고 취업 준비를 하는 반면, 나는 경험을 하면서 목표들을 수정해나가는 방식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너 그래도 괜찮겠니'라고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훨씬 더 유연한 접근이었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아무튼 별의별 알바를 다 하면서 얼추 공통분모로 나온 나의 강점이 있었다.



난 말을 잘한다



팀 프로젝트를 할 때 늘 발표를 도맡았고 학과 세미나를 열 때마다 프리젠터로 활약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까지는 나 자신을 말 잘하는 사람으로 크게 인식하진 않았다. 워낙 과 내에 달변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주 잘생긴 미남도 미남들이 우글거리는 집단에서는 자신이 잘생긴지 잘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러한 특수 집단에서 나와 사회를 경험해보니 내 능력치에서 '언변'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꽤나 높았던 것이다.


어딜 가나 '참 말 잘하시네요' 란 말을 자주 들었고, 덕분에 사장님들과 손님들의 호평으로 짭짤한 생활비를 벌 수 있었다.


이때서야 비로소 저 영화 대사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아, 뭐라도 해보라는 이야기가 마냥 무책임한 말이 아니구나. 해봐야 내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 명확하게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출판 관련 알바를 하거나 작문 알바를 해보니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도 있는 것이다. 또는 난 누굴 잘 챙겨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과외를 해보니 누군가를 챙기며 가르치는 일에 능하다는 것을 알 수도 있다.


당시 내가 말이 중요한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그저 기업에 들어가서 사무직으로 일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을 뿐이었다. 만약 저때 다양한 알바를 하지 않았더라면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자세히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는 지인 중에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맨 처음 만났을 땐 '연기'에 ㅇ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노래는 당연히(?) 못했고 예술 자체에 큰 흥미가 없는 편이었다. 원래는 여행사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우연히 들어간 '연극 동아리'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는 남들보다 뛰어난 감정선을 표현할 줄 알았고 노래를 못했던 것이 아니라 '방법'을 몰랐던 것이었다.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니 욕심이 생기더란다. 연기가 재미있기도 해서 전문 학원에서 코치를 받았고 그 후 속된 말로 개안을 한 무림 고수처럼 날아다녔다. 지금은 뮤지컬 조연에서 주연까지 소화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사람일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깊은 관찰 없이 살아왔던 사람들은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온전하게 파악할 수가 없다. 아니, 설상 자기 성찰이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쉽지 않은 영역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뭐라도 일단 해보는 것'이다. 고민해서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고민하며 자신의 장래를 찾았을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나 또한 깊은 고민을 통해 나에게 꼭 맞는 장래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근데 몇 개월 해보니 답이 도저히 안 나왔다. 얻은 것이라곤 스트레스로 인한 편두통과 여드름.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직접 움직였고 그제야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참 꼰대같이 구는 것 같아서 미안해진다. 하지만 주변을 봐도 자기 업을 잘 찾은 사람들은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자신의 결을 찾았다.


그러니,


직접 뭐라도 해보자



책상에 오래 앉아 생각한다고 반짝이는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더라.


그림도 그려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유튜브도 찍어보자.

글도 써보고, 디자인도 해보고, 스마트 스토어를 열어서 마케팅도 해보자.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팀을 만들어 프로젝트도 진행해보고, sns 채널도 신나게 운영해보자.


하다 보면 나한테 맞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때 얻은 귀감이 우리를 더 나은 꽃길로 안내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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