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다이어트다!
이 다짐은 업무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 동안 물 건너간다.
이미 손으로는 배달앱을 켜서 직장에서 하루 종일 시달린 나를 위해 무엇을 보상할지 고르느냐고 바쁘다. 분명 어젯밤까지만 해도 입고 싶은 예쁜 옷을 쇼핑 장바구니에서 뚫어지게 쳐다보며 다짐했건만 바로 다음날에 깨진다.
점심시간에 우아하게 샐러드와 아메리카노를 먹었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폼만 나지 속은 쓰려서 업무 도중 자꾸 나도 모르게 옆 동료의 캐러멜과 젤리를 뺏어먹고 있다.
참 습관 바꾸기가 쉽지 않다.
컴퓨터 공학자 맷 커츠(Matt Cutts)는 큰 습관을 만들기 위해선 작은 것부터 매일 실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책 한 권의 소설을 쓰고 싶다면 짧은 글을 매일 쓰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고, 근사한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해선 낮은 강도의 운동과 점진적인 식단 조절부터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소한 습관들이 쌓여서 조금 더 큰 습관이 되고 조금 더 큰 습관들이 쌓여서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장 변화를 꿈꾸며 처음부터 무리하게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지름길을 원하는 것은 시대불문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된 특징이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바로 삼시 세 끼를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거나 하루 2시간씩 월화수목금을 운동하면 절대로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오히려 속만 버리고 다치기만 한다.
오랜 시간 굳어온 언행을 단숨에 바꾸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럴 것 같았으면 바뀌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며 누가 고민을 할 것이고 이에 대해 코칭하는 콘텐츠들이 왜 필요할까. 어렵기 때문에 다들 고생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이뤘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빨리 저렇게 되고 싶다는 '조급증'이 우리를 더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습관을 통해 나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급한 마음은 오히려 독이다. 물론 추진력을 만들 순 있으나 추진에서 끝나야지 "왜 난 저렇게 안 되지?" "왜 난 이 모양일까"를 머릿속에 붙잡아두는 순간 작삼 삼일 늪에 빠저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을 마주할 뿐이다.
맷 커츠의 말대로 변화를 이끌기 위해선 작게 시작해야 한다.
무조건 작아야 한다.
요즘 같이 즐길 것이 많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은 시기에 괜히 힘주면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면 금방 지치길 마련이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 같은 경우 독서습관을 기르기 위해서 고군분투한 적이 있다. 지금이야 책을 스스로 찾아 읽으면서 즐기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검은 건 글씨요, 흰 건 종이인 것이 책이었고 정말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함이 아니면 읽지 않았다. 한 두장 읽으면 지루함이 느껴져서 고새 스마트폰을 켜고 딴짓을 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내가 마음을 고쳐먹은 계기가 있다. 바로 작가 '조승연'씨의 유튜브를 보고 난 이후였다. 엄청난 지식과 스토리텔링으로 어떠한 주제도 고급스럽게 소화하는 조승연 씨를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성인이라는 것이 저런 것이구나'
를 제대로 깨달았다. 조승연 씨가 그러한 능력을 뽐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책을 독파했기 때문이었다. 작가 스스로도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쌓은 지식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니까. 닮고 싶었기 때문에 바로 독서를 습관화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거짓말 안 하고 한 15분 읽으면 위 사진처럼 엎드려서 꿈까지 꾸며 잤다. 활자에 익숙하지 않으니 밀려오는 지루함과 졸음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래 가지고 어떻게 책을 읽으려고 하나 걱정이 앞섰다. 혹시 이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없을까 하여 TED를 확인했더니 마침 맷 커츠의 강연이 있었다.
그가 말하는 '작은 습관'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나의 솔루션은
매일 3장씩 읽기
한 달이면 90장이다. 페이지로 치면 180페이지.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이게 뭐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로선 최선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책과 오랜 시간 담쌓다 보니 활자를 편하게 읽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타협한 3장 데일리 루틴.
하루도 빠짐없이 3장씩 꼼꼼하게 읽었다. 출퇴근하면서 잠깐씩 읽기도 하고 집에 와서 운동을 마치고 읽기도 했다. 하루 종일 3장을 읽는 것이니까 부담감은 거의 없었다.
부담감은 거의 없었다
이게 키포인트다. 작은 습관부터 해야 하는 이유가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 서서히 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행들이 쌓이고 쌓여 중력을 이루고 무거워진 중력이 웅크린 나를 눌러 깨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보름, 한 달이 되었더니 꽤나 많은 양을 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익숙해지니까 3장씩 읽는 일이 더 이상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즐거웠다. 모 온라인 금융 적금 프로그램의 매일 조금씩 쌓이는 적금처럼 내가 손때 묻혀 가며 읽고 넘긴 종이 수가 쌓이니 뿌듯함을 느꼈다. 그렇게 3장 데일리 루틴이 5장, 5장에서 10장... 쭉쭉 올라갔다.
지금은 앉은자리에서 20장 이상씩 음미하며 읽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책 읽는 속도가 붙으니까 독서라는 행위가 더욱 즐거운 존재로 다가왔다. 덕분에 문장에 익숙해졌고 많은 지식도 얻을 수 있으며, 지금 이렇게 브런치와 인스타 글 계정을 함께 운영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만들 수 있었다.
사소하다 못해 하찮아 보일 정도로 작은 습관을 하루 이틀 하는 것과 매일 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차곡차곡 쌓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무술 배우 이소룡도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한 번에 만 가지의 발차기 수련을 하는 사람은 무섭지 않다.
다만 단 하나의 발차기 수련을 만 번 하는 사람이 무서운 거다.
무술을 하는 입장에서 간단한 발차기 동작은 어떻게 보면 작은 수련 루틴에 불과할 것이다. 평범한 무술인에게 오히려 다양한 동작과 수련을 통해 빨리 더 나은 무술인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동작만 수 천 번, 수 만 번 수련한 사람은 몇 번 해본 사람보다 그 깊이와 내공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이와 같은 수련 습관이 더 나은 수련 방식을 가져오고 더 나은 수련 방식이 세월을 머금어 농익으면 대단한 무술인으로 가는 원동력을 가져다준다.
어쩌면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너무 큰 변화를 원하는 걸지도 모른다.
인생을 살다 보면 시간이 해결해주는 부분도 분명 있다.
작은 습관들을 충실히 이행하며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전보다 훨씬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작은 습관이 주는 힘을 믿는다.
<맷 커츠(Matt Cutts)의 강연 보기>
https://www.ted.com/talks/matt_cutts_try_something_new_for_30_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