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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Jan 18. 2021

에르메스는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진정한 장인 정신을 향하여

'에르메스'


샤넬과 루이비통 그 이상의 세계.


인기 많은 가방은 천만 원 대부터 시작해서 억대까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살 사람이 넘쳐난다는 사실.


에르메스는 어떠한 특별함이 있길래 그토록 비싼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에르메스에 어째서 그런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려고 하는 것일까?






에르메스의 역사적인 내용은 많은 콘텐츠에서 다루고 있으니 이번 글에서는 '에르메스의 브랜드 철학'에 대해서 조명하고자 한다. 이것을 알아야 에르메스가 비싼 가격대를 유지해도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조사하기 전에는 에르메스의 가격대와 운영 정책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브랜딩을 공부하고 나니 왜 그러한지 알 수 있었다.


에르메스의 브랜드 철학은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Craftmanship
장인 정신


이다.


에르메스는 장인 정신에 심혈을 기울인다.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원자재 공수, 제작, 검수, 유통, 판매 등 모든 과정에 장인 정신의 철학이 녹아있다. 



창립자 '티에르 에르메스(Thierry Hermes)'는 높은 장인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이었다. 그는 품질이 곧 브랜드의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에르메스는 사업 초기에 승마에 사용되는 마구 용품을 만들었다. 티에르는 가죽 선별, 손바느질, 가죽 무두질, 표면 처리, 염색 등 전 과정에 관여했다. 각 과정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 집요함은 에르메스의 물건을 '예술'의 경지에 오르게 하는 바탕이었다. 


티에르는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만들었다. 만족하지 않으면 과감히 버렸다. 당시에 가죽은 지금보다 구하기가 어려운 재료였음에도 그는 그의 집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장인 정신으로 빚어진 것들이 쌓이면서, 에르메스는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최고 수상을 받았다. 1867년의 일이었다. 



타협하지 않는다


에르메스에는 'Craftmanship' 정신이 6대째 내려오고 있다. 후대가 이를 이어받아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를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시켰다.그렇다면 장인 정신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집요함

꼼꼼함

섬세함

예술성

완벽함

정성

느림

가치


이러한 개념이 내포된 개념이 장인 정신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장인 정신은 손으로 만드는 핸드메이드와 상관 관계에 있다. 숙련된 기술자의 손에서 탄생하는 물건과 서비스는 일반적인 것들과는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에르메스 역시 그들의 장인 정신을 핸드메이드 공정으로 표현한다. 에르메스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제품은 경험 많은 장인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일부 제품은 7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기술자들만 다룰 수 있다. 나머지 제품들도 경력에 따라 차등 분배되어 제작된다. 



에르메르의 장인이 되면 관련 교육을 2년 이상 이수해야 한다. 이수자들은 공방에서 선배 장인들로부터 노하우를 다시 배워 나간다. 자체 커리큘럼과 도제 시스템으로 한 사람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개인의 기술력은 세밀한 교육 환경에서 완성된다. 


에르메스의 장인들은 뛰어난 손 기술과 수준 높은 재료를 가지고 가방, 스카프, 지갑, 벨트, 기타 액세서리를 만든다. 이들은 빨리 만드는 것보다 잘 만드는 것에 열중한다. 에르메스에서 저렴한 축에 속하는 스카프는 디자인 기획부터 완성까지 2년이 걸리기도 한다. 가방은 한 사람이 일주일에 만들 수 있는 양이 두 개뿐인 경우도 있다. 당해에 만족스러운 가죽이나 부자재가 없으면 제품 제작을 하지 않기도 한다. 


Copyright 2020. bukowskis all right reserved.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가방, 버킨백(Birkin Bag). 경험 많은 장인이 버킨백 하나를 만드는데 30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에르메스는 가방 품질 유지를 위해, 장인들이 일주일에 2개 이상을 만들지 못하도록 한다. 또한 에르메스 제품의 상당수가 프랑스 공방에서 만들어진다. 에르메스는 외주를 주거나 타 기업에 라이센스를 부여하지 않는다. 외부 제작은 QC(Quality Control)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 하지만 에르메스는 개의치 않고 장신 정신을 끝까지 유지한다. 


에르메스의 고객들도 이들의 행복에 개의치 않는다. 예전에는 5~6년씩 기다리면까지 에르메스의 가방을 구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현재는 예약 순번이 많아져서 웨이팅이 없어졌다. 에르메스 가방을 구매하려면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구하기가 힘들어서, 어떤 사람들은 원하는 카테고리의 제품이 매장에 있으면, 색과 사이즈 및 소재를 따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결제한다는 풍문이 있다. 그래야 에르메스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 CEO 악셀 듀마(Axel Dumas)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부인이든 유명 셀럽이든 정치인이든 우리 제품을 빨리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기다려야 한다. 매장에 있으면 구매할 수 있는 것이고 없으면 할 수 없다. 우린 대중이 공급을 늘려달라고 해도 늘릴 생각은 없다. 그것은 철저히 장인 정신을 지켜나가고 있는 우리 브랜드와 맞지 않는 방향이다."


버킨백이나 켈리백처럼 에르베스 대표 가방들은 구할 수 없어서, 서브 아이템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가방을 못사면 지갑을, 지갑이 없으면 벨트를, 벨트도 없으면 스카프를, 스카프 마저 없으면 작은 액세서리를 사는 것이다. 그들은 에르메스의 뛰어난 품질을 경험하고, 에르메스를 더욱 갈망하게 된다. 높은 품질이 브랜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예술 작품


Scarf Making Procoss of Hermes


에르메스를 구매한 사람들이 하는 공통적인 말이 있다.


예술 작품을 구매한 것 같다


겉으로 봤을 땐 기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손으로 만든 흔적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인의 서명이나 기계로 흉내 낼 수 없는 촘촘한 스티치가 이에 해당된다. 손 기술이 기계 기술을 넘어서는 지점에서, 사람들은 에르메스를 예술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에르메스의 물건은 단순한 명품이 그 이상이다. 


Copyright 2017. whowhatwear all right reserved.


에르메스의 스카프이다. 전문 장인이 에르메스가 자체 직조한 실크로 만든다. 필요에 따라 유명 디자이너나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스카프의 심미성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스카프 제작에 쓰이는 원부자재는 천연 소재이다. 합성 소재는 사용되지 않는다. 완성품으로 나오기까지 몇 개월에서 몇 년 이상이 걸린다. 스카프 하나에 수년을 투자하는 브랜드는 소수일 것이다. 에르메스는 이에 역행한다. 기계를 만들든 손으로 만들든, 그들은 자신들의 물건에 정성을 쏟는다. 그렇게 장신 정신으로 탄생한 제품은 예술 작품의 지위를 얻는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Copyright 2017. 동아일보 all right reserved.


에르메스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대목은 바로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이다. 2000년부터 대한민국 미술계에 수여되는 공신력 있는 상이다.


미술과 장인 정신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고된 시간을 겪는다. 소재 선정, 재료, 구도, 조각, 수정, 완성 등 긴 인고의 길을 지나야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 에르메스 소속 장인들도 그들처럼 고객에게 전달되는 제품이 훌륭하게 완성될 수 있도록 수많은 노력을 들인다. 그 모습은 예술가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에르메스는 예술가들에 대한 동경으로 재단을 만들었다. 재단을 통해 미술계에서 활약을 펼치는 작가들에게 에르메스는 미술상을 전하고 있다. 작가들의 작품이 인정을 받고, 에르메스의 철학이 예술적 가치와 연결되는 일이다.






Craftmanship


어떻게 보면 식상한 브랜드 철학으로 보일 수 있다. 에르메스뿐만 아니라 장인의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브랜딩을 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섬세한 핸드메이드 공정에 엄격한 품질 검수로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를 만든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에르메스가 그들과 다른 이유는 진심으로 자신들의 브랜드 철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브랜드일지라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현실과 타협하길 마련이다. 교묘히 자재의 품질을 떨어뜨리거나 프로모션을 남발하여 매출에만 목 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에르메스는 그렇지 않다.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속도대로 공을 들여서 제품을 만든다. 그들에게 품질은 판매보다 더 중요한 요소이다. 재료가 성에 안 차면 그 아래 급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아예 만들지 않는다. 팔리지 않으면 떨이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폐기처분한다.


왜. 장인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물건이 저평가 된 채로 판매되길 원하는 장인은 없을 것이다. 에르메스는 무의미한 세일과 품질 타협이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장인들의 숭고한 노력과 믿음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본다.



에르메스가 다른 브랜드보다 유독 비싼 이유.


자신들의 장인 정신 철학에 당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르메스는 비싼 것이 아니다.


그들은.



180년 동안 에르메스와 함께 걸어온
소중한 장인들에게 정당한
가치를 매기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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