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롤렉스를 사시나요?"
"롤렉스잖아요."
단어 한 마디로 구매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시계 브랜드.
날고 기는 워치 메이커들 사이에서 언제나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롤렉스 매장에는 오픈 시간부터 50명이 넘어가는 긴 대기줄이 생기기도 한다. 게다가 사재기를 통해 프리미엄 가격을 얹어 되파는 일도 많다. 이렇다 보니 돈이 있어도 원하는 모델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나 사정은 비슷하다.
도대체 롤렉스에는 어떠한 매력이 있길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그들은 다른 시계 브랜드를 따돌릴 만한 마법이라도 부리는 것일까.
압도적인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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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롤렉스가 얼마나 대단한 판매량을 자랑하는지부터 확인해보자. 위의 표는 2019년 주요 시계 브랜드의 매출액을 보여준다. 이름만 들어도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브랜드들이 보인다. 보통 백화점 명품관 해외시계 층으로 가면 우아한 자태로 양 옆 라인에 자리를 잡고 있다.
롤렉스의 한 해 매출이 스위스 화폐 단위로 '55억 프랑'이다. 대한민국 화폐로 환산하면 '6조 8천억 원'정도이다.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롤렉스의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오메가보다 2배 이상이며 심지어 오메가 매출에 다른 브랜드들의 매출을 합쳐야 롤렉스와 견줄 수 있을 정도이다.
시계 애호가들의 커뮤니티에서도
Rolex is King - 롤렉스는 왕이다
For your watch, Just Buy Rolex - 시계 사고 싶다면 그냥 롤렉스 사라
란 말이 있다.
롤렉스를 진정한 시계 브랜드로 인정하는 것이다.
롤렉스보다 기술력이나 역사가 더 뛰어난 브랜드들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와 판매량만 놓고 봤을 때 '시계 구역에서 골목대장은 롤렉스'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최고로 인정받는 브랜드는 '확실한 철학'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롤렉스는 어떠한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됐을까.
바로
Perpetual(변함없는 탁월함)
이다.
1905년 롤렉스를 설립한 '한스 빌스도르프(Hans Wilsdorf)'는 변함없이 탁월한 손목시계를 만들고자 했다. 여기서 말하는 '변함없이 탁월한 손목시계'는 무엇일까?
바로 튼튼하고 정확한 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의 손목시계는 회중시계를 손목에 두르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내구성이 떨어졌다. 약간의 충격이 발생하거나 물만 닿아도 망가지는 일이 잦았다. 게다가 정확성도 낮았다.
한스 빌스도르프는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해 줄' 시계를 세상에 내놓고자 마음먹었다. 그래서 어떠한 환경에서도 끄떡없는 내구성과 정밀한 시간 측정이 가능한 시계를 만들었다. 그는 집요하게 시계를 개발했다. '변함없는 탁월함', 즉 퍼페츄얼 정신을 발휘하기 위함이었다.
최초의 방수 시계를 만들다
Rolex Oyster Wrist Watch 1926
그의 노력으로 1926년 '오이스터(Oyster)'라는 시계가 만들어졌다. 최초의 방수 손목시계이다. 오이스터는 '굴'을 의미한다. 한스는 굴이 입을 다물면 물이 굴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모습과 굴의 딱딱한 껍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이 특징들을 그대로 손목시계에 적용하면 방수가 되는 것은 물론 막강한 내구성을 같이 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계 내구성이 강하면 어떻게 될까? 웬만한 환경에서 고장 나지 않는다. 고장 나지 않는다는 것은 시간을 제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수가 되니 물속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서 평소에 샤워를 하거나 손을 씻을 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롤렉스의 '변함없는 탁월함'과 완벽히 부합한다.
영국 해협 횡단의 주인공 '메르세데스 글릿즈'와 '롤렉스 오이스터 시계'
1년 후인 1927년, 메르세데스 글릿즈(Mercedes Gleitze)라는 여성은 영국 해협을 10시간에 걸쳐 횡단했다. 그때 그녀의 손목에는 롤렉스가 만든 '오이스터 시계'가 있었다. 사람들은 여성이 그 먼 해협을 건넌 것도 대단하게 생각했지만, 10시간 동안 짠 바닷물을 버틴 손목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더 감탄했다.
롤렉스는 이를 신문 지면에 대대적인 광고를 진행했다. 자신들이 만드는 튼튼하고, 극한의 환경에서도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는 것을 말이다. 이후로 롤렉스는 유명 브랜드가 되었다. 여기저기서 주문이 들어왔고 롤렉스의 '퍼페츄얼 정신'은 더 많은 사람들 마음속에 기억되었다. 롤렉스는 자신들의 브랜드 철학이 탐험, 스포츠, 바다, 등반 등의 분야에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탐험, 스포츠, 바다, 등반이야 말로 시계의 뛰어난 내구성과 정밀함을 요구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 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가 착용했던 Rolex Explorer 모델
'에베레스트' 등반에도 롤렉스 시계는 함께했다. 에베레스트는 해발 고도가 8,849m이다. 극강의 추위와 낮은 기압으로 정밀한 부품들로 구성된 손목시계는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1953년 롤렉스의 '익스플로러'라는 모델을 착용하고 등반했던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는 정상에 도착했을 때 문제없이 작동하는 시계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의 롤렉스 시계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끄떡없었고, 에베레스트 산 어디에서도 정확한 시간을 문제없이 제공했다.
이후 롤렉스는 등반가들의 등반 욕망을 자사의 시계와 연결했다
스포츠 마케팅의 대가
롤렉스는 스포츠 선수들을 후원하는 브랜드로 입지를 다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변함없는 탁월함'이란 브랜드 철학과 어울리는 분야에 '스포츠'가 있었다. 그래서 유명 선수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차게 하고 이를 마케팅했다.
(좌)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 / (우)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
스포츠는 보통 격한 움직임을 동반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손목시계를 차게 될 경우 부품에 부하가 걸려서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스포츠 환경에서도 시계가 작동한다면 그 시계는 내구성과 정확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롤렉스가 스포츠 분야에 아낌없는 후원하는 것이다. 특히 골프나 테니스 같은 경우 손을 많이 사용하는 종목이다. 겉으로 봤을 땐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스윙 동작을 할 때 팔 끝에 전달되는 힘이 수 백 kg에 달한다. 강하게 설계된 시계가 아니라면 스윙 몇 번에 시곗줄이 끊어지거나 케이스 안에 있는 부품이 부서질 것이다.
타이거 우즈나 로저 페더러는 롤렉스 시계를 차고 문제없이 경기를 치렀다. 도중에 시계가 날아가거나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롭게 팔을 들어 올리며 롤렉스 시계가 잘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골프와 테니스 뿐만 아니라, 롤렉스는 요트, 모터스포츠, 승마, 등 다양한 종목 선수들에게도 시계를 후원하며 유명세를 더했다. 사람들에게 롤렉스는 '튼튼하고 정확한 시계'라는 이미지로 자리 잡혔다.
실제로 멋진 스포츠 선수들이 착용한 롤렉스를 보고 구매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잘 고장 나지 않고
오차도 거의 없다.
이다.
튼튼하고 실생활에서 편하게 차기 좋고 무브먼트*가 뛰어나 오차가 안정적이라서 시계에 더 애정이 간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들은 롤렉스의 철학을 진정으로 이해했다.
*무브먼트 - 시계 케이스 안에 들어가는 동력 장치이다. 수많은 태엽들이 맞물리며 시간을 알려준다. 무브먼트 성능이 좋아야 시간 오차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충격, 자성 등을 견딜 수 있다. 또한 잘 설계된 무브먼트는 수리에도 용이하여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덜하다.
이런 것을 보면 마케팅도 브랜딩이 잘 구축되어야 막강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랜드의 성격이 어떠한 지, 추구하는 철학은 어떠한 것인지 우선적으로 자리 잡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브랜드를 건강하게 '브랜딩'할 수 있으며 이 브랜딩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략들을 더할 수 있다.
잘 짜인 브랜딩 전략은 '등대'와 같다. 나아갈 방향을 보여줌으로써 브랜드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돕는다. 롤렉스의 '변함없는 탁월함' 철학은 그들이 이에 부합하는 시계를 만들고 적절한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큰 영향을 미쳤다.
지속적인 디자인
롤렉스는 디자인에서도 그 역량을 발휘한다. '변함없는 탁월함'을 디자인 영역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롤렉스 시계들을 보면 세월이 흘러도 촌스럽지 않다. 그 모습과 비율이 훌륭해서 남녀노소 누가 착용해도 괜찮다. 변화를 주어도 일부 개선하면서 핵심 디자인은 일정하게 유지한다.
덕분에 옛 모델을 구매한 사람도 '촌스러운 옛 것'을 구매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구매한 롤렉스는 시대 불문 매력적인 시계라는 자부심을 갖는다.
다이버 시계의 상징적인 존재 '롤렉스 서브마리너(Rolex Submariner) - 1953
잠수부들이 사용하는 '다이버 시계(Diver's Watch)'의 표본이라고 불리는 '롤렉스 서브마리너' 모델이다. 1953년에 처음 선보인 이 시계는 시대를 거듭하며 엄청난 팬들을 보유하게 됐다. 007 제임스 본드의 시계와 군 보급 제품으로 알려지며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무려 68년 전에 등장한 시계이다. 지금 봐도 이상하지 않다. 서브마리너의 디자인은 다이버 시계의 기준이 되었다. 타 브랜드의 다이버 시계들이 서브마리너와 닮은 점이 많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2020년에 발매된 '롤렉스 서브마리너(Rolex Submariner)'
위 사진은 2020년에 발매된 새로운 롤렉스 서브마리너다. 기술의 발전으로 소재와 시계 케이스 안에 들어간 무브먼트 성능이 향상되었다. 디자인은 기존의 서브마리너 틀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세부적인 부분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서브마리너의 디자인 디테일과 스펙은 발전했다. 그럼에도 '서브마리너 특유의 느낌'은 그대로이다.
내가 산 제품이 하루아침에 옛 것이 되어버려 평가절하된다면 구매자로서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롤렉스는 어느 시기에 구매한 시계든 디자인적인 멋스러움이 오랫동안 변함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따라서 롤렉스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내가 구매한 시계가 구형이 되어버리면 어떡하지?'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모델 넘버로 봤을 땐 구형일지라도 시계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언제나 '신형'이니까 말이다,
인류의 유산을 지킬 수 있도록
롤렉스는 생각했다.
변함없는 탁월함을 더욱더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인류 유산
이다.
인류 유산이야 말로 인간이 탄생한 이후 인간과 오랜 세월 함께한 변함없이 탁월한 가치 아니겠는가. 환경, 예술, 과학 등이 이에 해당된다. 롤렉스는 인류를 아름답고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어준 유산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후대가 선대가 향유했던 유산을 누릴 수 있도록, 유산 보존에 힘쓰고 있다.
1) 음악
롤렉스 퍼페츄얼 뮤직 콘서트 (Rolex Perpetual Music Concert)
인류의 위대한 유산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이다. 음악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수천 년 동안 우리 삶에 녹아들어 소중한 역사를 남겼다. 위대한 음악가들의 작품은 인류가 하나임을 상기시킨다. 음악에는 인간의 희로애락과 인생이 담긴 결정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 중에서 금전적인 이유로 제대로 된 공연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악기 대여나 구매, 혹은 공연장 대여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음악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하지 못한 채 저물어가는 모습을 보고, 롤렉스는 그들을 후원하기로 했다. 롤렉스의 후원 덕분에 아티스트들은 공연장에서 좋은 악기로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의 삶이 한층 더 윤택하길 바라며, 그들은 오랫동안 기억될 멋진 연주를 선보인다.
2) 멘토&멘티 프로그램
롤렉스는 '롤렉스 멘토와 프로제테 아트 이니셔티브(Rolex Mentor and protege Arts Initiative)'제도를 15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한 분야의 대가와 잠재력 있는 인재를 연결해주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이다. 경험이 많은 프로가 멘티에게 아낌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며 인류 유산이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한다.
(좌) 멘티 '사이먼 크레츠' / (우) 멘토 '데이비드 치퍼필드 경
멕시코 시티, 미국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 영국의 웨이크필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물을 설계했던 데이비트 치퍼필드 경이 멘티 사이먼 크레츠에게 '건축'에 대한 여러 지혜와 지식을 전했다. 건축이 지닌 진정한 본질과 건축가로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 건축 설계 시 중요한 요소 등. 살아 있는 노하우를 사이먼 크레츠는 배울 수 있었다.
건축도 하나의 유산이다. 현지인의 생각과 감정을 기념비적인 건물로 표현한다. 그 건물은 시다음 세대에게 선대의 생각과 감정을 전한다. 후대는 그들의 찬란했던 순간들을 마음 깊이 되새긴다. 그렇기에 건축 또한 변함없이 탁월한 존재이다.
이밖에도 롤렉스는 연극, 댄스, 영화, 문화, 비주얼 아트 등 여러 분야의 멘토와 멘티를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후원한다. 인류 유산을 지키기 위함이다. 인류학자, 사회학자와 같은 전문가들은 인류애로 확장한 그들의 '변함없는 탁월함을 추구하는 정신(Perpetual Spirit)' 역시, 잊어서는 안 될 인류의 유산이라고 말한다.
롤렉스는 '변함없는 탁월함'이란 철학을 116년 동안 유지하고 있다. 그들이 만드는 시계는 반드시 튼튼해야 하고 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시간이 변해도 멋스러운 디자인이어야 한다. 또한 롤렉스는 '변함없이 탁월한 가치를 지닌 인류 유산'이 보존되게끔 후원을 이어간다. 사람들은 그런 롤렉스를 진정한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로 여긴다. 롤렉스보다 비싸고 훌륭한 시계는 많다. 하지만 브랜딩 관점으로 봤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변함없는 탁월한 시계를 만들고.
변함없이 탁월한 유산을 지키며.
인류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자 했던 롤렉스.
브랜드 철학을 지속해서 전달하는 시계 브랜드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이 '롤렉스(Rolex)'라고 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