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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퍼 린드: "롤렉스인가요?"
제임스 본드: "오메가요."
레스퍼 린드: "멋지네요."
롤렉스의 영원한 라이벌 '오메가'.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언제나 이 두 브랜드는 자주 비교된다. 전 세계 시계 브랜드들 중에서 롤렉스 다음으로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진성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롤렉스보다 오메가를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Watch Forum, Reddit, Quora 등 시계 마니아들이 많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오메가는 다음과 같이 평가된다.
기술의 오메가
한국에서도 오메가는 기술력이 굉장히 뛰어난 워치 메이커로 유명하다. 사실 오늘날 웬만한 시계 브랜드들의 기술력은 이제 상향 평준화되어서 비교 우위를 따지는 것이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오메가가 닦아온 흔적들을 보면 '기술의 오메가'라는 평가가 상당히 적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과연 어떤 브랜드 철학 하에 오메가를 세상에 선보여 왔던 것일까.
오메가의 브랜드 철학은 다음과 같다.
Exact time for Life
평생 동안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는 것
창립자였던 '루이스 브랜트(Louis Brandt)'는 1848년 이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시계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시계 공방을 설립했다. 그의 신념은 오늘날까지 오메가를 대표하는 가치가 되었다. 말발굽처럼 생긴 오메가 로고도 '끝/완성/완벽'을 뜻하는 그리스어 알파벳에서 따왔다. 슬로건부터 로고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정확성'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림픽 타임키퍼
정교한 기록 측정이 중요한 올림픽에서 뛰어난 시간 측정 기술은 필수적이다.
오메가는 올림픽의 공식 타임키퍼로 활동하고 있다. 올림픽 스포츠는 종목에 따라 1초가 아닌 0.001초를 다투기도 한다. 그만큼 아주 정교한 기록으로 희비가 엇갈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러한 소수점 기록을 측정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시간이 흘러가는 균등성이나 정확성 및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수많은 수학적 계산과 이를 받쳐줄 뛰어난 부품들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메가는 이러한 모습을 1900년대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Universal Exposition)에서 시계 무브먼트의 정교성을 인정받아 대상을 수상했다. 타 시계 제조사들보다 훨씬 적은 오차율을 자랑했으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기술적 완성도에 대해 찬사를 받았다. 이 흐름을 이어받아 1905년 스위스와 해외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의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했다.
시계 기술에 점점 많은 경험이 쌓이면서 오메가는 1932년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로 인증받았다. 당시 0.1초 단위만 측정 가능했는데(1930년대에 이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오늘날은 0.001초 단위까지 기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오메가 외에도 '세이코(Seiko)'는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태그호이어(TagHeuer)'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타임키퍼로 활동하지만 명실상부 최고의 스포츠 타임키퍼는 오메가라는 평이 중론이다.
기록이 곧 순위와 국격으로 이어지는 올림픽 경기에서 '시간'은 절대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많은 시계 제조사들이 스포츠 대회의 타임키퍼가 되고자 도전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뛰어난 측정 기술의 벽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분화된 시간 기록 능력은 당연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유지해야 한다. 갑자기 경기 도중 시계가 고장 나서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다면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스포츠 타임키퍼는 '극강의 내구성과 완벽한 정확성'이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오메가는 이 어려운 산을 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철학에 맞게 행동했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올림픽'이라는 명확한 명분을 선택했다. 'Exact time for Life'를 확실하게 지킨 셈이다.
보다 더 정확하게
오메가는 보다 정교한 시간 측정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보통 기계식 시계인 경우 일 오차가 대략 -10초~+15초 정도가 정상범위이다. 아무래도 인간이 계산한 공식으로 수많은 부품들이 맞물리기 때문에 배터리 시계처럼 딱딱 떨어지는 시간 측정은 쉽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오메가는 이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1931년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로 인정받기 한 해 전 오메가는 '스위스 제네바 천문대'에서 개최된 시간 측정 테스트에서 무려 6번이나 정확성 기록을 세우고 'Master WatchMaker'로 인정받았다. 제네바 천문대는 아주 깐깐한 테스트로 정평이 나있다. 시간이 서로 다른 5곳의 장소에서 시간을 정확히 측정해야 하고 3번의 온도 변화에서도 시계가 버텨야 했다.
이제는 기술이 좋아져서 대한민국 외의 지역, 혹은 춥거나 더운 지역에서도 무리 없이 시간을 측정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기술을 구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을 재는 거야 어떻게든 한다지만 급작스러운 온도 변화를 거뜬히 버틸 수 있는 시계는 드물었다. 그런데 오메가는 이를 해낸 것이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정확한 시간을 측정한다'는 신념이 그들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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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이 사용하는 무브먼트를 조금 더 개선하여 1936년 영국의 큐 천문대가 실시하는 정확도 테스트에 참여했다. 결과는 무려 100점 만점에 97.8점. 이 기록은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달로 향한 시계
Omega Speedmaster 1962
오메가 하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있다. 바로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이다. 지구 역사상 최초로 우주를 넘어 달 탐사에 사용되었던 시계였다. 일부 오메가 광팬들은 'If you wanna purchase one of the Omega watches, you should choose SpeedMaster(당신이 오메가 시계 중 하나를 구매해야 한다면, 꼭 스피드마스터를 골라야 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약 60년 전에 중력이 없는 우주 환경을 버틴 시계가 존재했다. 1960년대는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망가지는 것이 손목시계였다. 그런데 우주라니. 대단하다란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머큐리 미션을 완수하고 돌아온 윌리 쉬라(Walter Schirra). 그의 손목에는 초창기 스피드마스터 CK2998이 채워져 있다.
스피드마스터는 1962년 우주 비행사 '윌리 쉬라'와 연을 시작했다. 나사(NASA) 소속이었던 그는 우주로 나갔을 때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를 착용했는데, 중력이 없는 환경에서 잘 작동되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때는 오메가가 나사의 공식 시계로 인증받기 전이었다. 이후 확실하게 나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오메가는 보다 완벽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철학을 공고히 다지고자 했다.
알다시피 우주는 중력이 없다. 그래서 지구에서 사용하는 물체가 우주에 가면 공중에 뜬다. 이런 환경에서 일반적인 시계들은 100% 고장 난다. 시계 무브먼트 안에 있는 부품들이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 케이스 내부에서 엉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고정시키고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선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무엇보다 나사의 혹독한 테스트를 거쳐야 비로소 'The watch of NASA'로 선택될 수 있었다.
당시 나사가 테스트했던 항목들을 몇 가지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48시간 동안 71°C, 이후 30분 동안 93°C를 버텨야 한다.
4시간 동안 -18°C에서 버텨야 한다.
240시간 동안 95%의 습도, 온도 20°C-71°C에서 버텨야 한다.
11밀리 초 동안 40Gs의 중력을 6개 방향으로 가했을 때 모두 버텨야 한다.
333초 이내에 1G-7.25Gs의 중력을 우주선 가로축에서 세로축으로 가했을 때 버텨야 한다.
*밀리초(millisecond) - 천 분의 1초. 평소 지구의 중력을 1G라고 한다. 여기에 40배에 달하는 중력을 저 짧은 시간 동안 가한다는 것이다.
오메가는 이 기술력을 무려 지금으로부터 약 60년 전에 '구현했다'.
오메가를 착용하는
비행사들이 반드시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주일지라도 말이다.
Our watches must provide
astronauts with "Exact Time"
even in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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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는 이 미션을 향해 온 힘을 다해서 스피드마스터를 개선하고 진보적으로 발전시켰다. 이에 대한 결과로 1965년 드디어 나사의 유인 탐사 미션 및 선외 활동(EVA)에 선정되었다. 현재도 나사는 오메가를 우주비행사들의 시계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들의 필수 생존 키트에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모델이 있다. 이후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내디뎠던 역사적인 순간. 아폴로 11호에는 스피드마스터가 함께 했다. 이 날을 계기로 스피드마스터는 '문워치(MoonWatch)'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었다.
스피드마스터에는 또 다른 일화가 있다. 일명 '럭키13(Lucky 13)' 일화이다. 1970년 아폴로 13호가 달을 향해 가던 중 산소 탱크가 폭발하면서 탑승인 전원이 우주 미아가 될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우주비행사들은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수동으로 탐사선의 궤도를 조금씩 수정했다. 어떻게 했을까. 바로 그들 손목에 차고 있었던 문워치를 활용하여 탐사선이 무중력에서 돌아가는 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했던 것이다. 덕분에 전원 무사히 지구로 복귀할 수 있었다.
만약 그들에게 오메가 시계가 없었다면 정말 꼼짝없이 우주미아가 됐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성공적인 실패'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었다. 이후 오메가는 뛰어난 시계 기술에 대한 공로로 나사 우주비행사들로부터 '실버 스누피 어워드(Silver Snoopy Award)'를 수상 했다(스누피 캐릭터가 1968년부터 나사의 마스코트이다.).
긴박하고 격한 움직임으로 가득했을 상황에서 스피드마스터는 고장 나지 않았다. 그리고 우주비행사들에게 정확한 시간을 알려줌으로써 그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럭키13 일화는 오메가의 철학이 다시 한번 돋보였던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어떠한 자기장에도 버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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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오메가를 '항자성이 좋은 시계'라고 말한다. 항자성이란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자기장에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기계식 시계는 스틸로 이루어져 있는 섬세한 물건이다. 못이 자석에 달라붙는 것처럼 자성을 띠는 물건 옆에 시계를 두면 무브먼트 안에 있는 부품들의 배열이 틀어진다. 그럼 시간 정확도가 떨어진다. 자성이 있는 물건을 예로 들면, 컴퓨터, 냉장고, 스피커, 스마트폰 등이 있다.
그래서 항자성이 약한 기계식 시계를 차고 컴퓨터를 오래 하거나 스마트폰을 자주 만지면 점점 시계가 망가져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들의 삶에 이처럼 자기장이 가득한 물건들이 많아지면서 오메가는 자사 시계의 항자성을 극대화하기 시작했다.
보통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자성은 평균적으로 약 60-100 가우스(Gauss)라고 한다. 전자 기계가 많은 연구실 같은 경우 약 1000 가우스 이상 흐른다. 그래서 대체로 항자성이 좋은 시계들은 1,500 가우스 정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되는 편이다. 그러나 이런 기준들도 점점 시대가 발전하면서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병원에서 MRI라도 찍을 경우 10,000 가우스 이상에 노출되기도 하니 1,500 가우스로는 턱 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메가는 무려 15,000 가우스를 버텨내는 시계들을 개발했다. 자성에 강한 실리콘 재질을 무브먼트에 적용하고 내부 케이스 구조를 개선하여 웬만한 자기장에는 끄떡없게 만든 것이다. 15,000 가우스 정도면 정말 작정하고 자기장이 흐르는 곳에 시계를 노출시키지 않는 이상 평상시 문제없이 착용해도 될 수준이다(그렇다고 시계를 매번 천 단위 이상의 가우스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은 유지 보수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최근에는 심지어 160,000 가우스도 버티는 프로토 타입 제품까지 만들었다. 16만 가우스는 개구리도 공중에 띄울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자기장이다. 유독 다른 브랜드보다 오메가는 항자성이란 항목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니, 집착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우리 삶에 자기장을 띄는 물건들이 너무나도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전자제품의 사양이 높아지면서 자기장 수치도 그에 비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환경에서 일반적인 항자성을 가진 시계가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금방 망가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오메가는 아예 기준치를 극도로 높여서 어떠한 환경에서도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컴퓨터 앞에서 종일 일해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만져도
전자 기기가 많은 사무실이나 연구실에서 오래 일해도
방사선 기기가 있는 병원에서 근무해도
아무 문제없이 정확한 시간을
볼 수 있도록
그들은 'Exact time for life'를 완벽하게 추구하고자 했다.
안타깝게도 오메가는 최근 품질 문제와 무분별한 한정판 생산 이슈로 소비자들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다. 모델 라인업도 뭔가 정리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고 어설픈 재고 제한 정책으로 늘 롤렉스와 비교되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들이 170년 이상을 추구해온 철학.
'Exact time for life'.
오메가의 시계를 차면.
평생 동안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진지했다.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이 가치는 변함없이 지켜질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정확한 시계를 목표로 끊임없이 모험하며 발전해왔다.
그 과정에서 숱한 고난이 있었고 슬기롭게 이겨냈다.
그 결과 오메가만의 기술력을 갖게 됐다.
앞으로의 새로운 170년.
오메가가 자신들의 철학을 바탕으로 더욱 성숙한 브랜딩을 선보이길 기대한다.
전 세계 많은 팬들로부터 '영원한 기술의 오메가'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