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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Feb 07. 2021

까르띠에, '사랑'을 정의하다

언제나 당신만을 위하여


How Far Would You Go for Love Ad by Cartier Youtube.



How Far Would You Go for Love

당신은 사랑을 위하여
얼마나 멀리 갈 것인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까르띠에(Cartier)가 공표한 브랜드 슬로건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우리에게 질문한다. 답은 다양할 것이다. 꿈을 위해 먼 나라로 떠나겠다는 연인을 응원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 혹은 그녀가 심한 병에 걸렸을 때 자신의 신체 일부를 나누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까르띠에는 저 브랜드 슬로건을 통해 우리들이 사랑을 위하여 어디까지 헌신할 수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게끔 한 것 같다. 헌신적인 사랑이야 말로 사랑의 본질일 테니까. 단순히 연인 관계를 떠나 가족이나 친구끼리도 내가 상대방을 위해 할 수 있는 범위가 깊고 넓을수록 '사랑의 정도'가 강하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 사랑에 우리는 행복을 느끼고 그 사람이 날 진심으로 위한다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감정은 인류, 아니 지구에 '생명'이 태어난 이후로 가장 오래된 감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한 감정을 까르띠에는 주목했고 브랜드를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으로 내세웠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까르띠에를 생각할 때 '커플', '프로포즈', '선물' 등 뭔가 애틋한 단어들이 떠오른다. 세 가지 모두 사랑이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까르띠에는 왜 헌신적인 사랑에 주목한 것일까. 

그리고 왜 저러한 슬로건을 내세웠던 것일까.

그들이 기록해온 사랑에 대한 흔적을 알아보도록 하자.






1847년 프랑스 파리에서 까르띠에의 역사가 시작됐다. 창립자 루이 프랑수아 까르띠에(Louis Francois Cartier)는 보석 세공사였는데 뛰어난 손기술을 이용하여 귀족 상류층들이 좋아하는 멋진 보석들을 만들었다. 지금의 까르띠에는 시계뿐만 아니라 향수, 스카프 등 다양한 아이템들을 생산하지만 당시에는 오직 '보석'을 중점으로 브랜드를 운영했다.


보석. 듣기만 해도 반짝이고 찬란한 느낌이 난다. 사람들은 보석을 보통 언제 구매할까. 자신의 부와 위치를 과시하기 위해 구매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


을 위해서 구매하기도 한다. 영롱하게 다듬어진 보석의 모습을 보면 마치 사랑이란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반짝이고 섬세하며 동시에 만듦새도 단단하니 변치 않은 영원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 같다. 이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기 위해 남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함께 할 사람에게 기꺼이 보석을 선물한다. 


19세기에 많은 왕족과 귀족들은 자신의 아내가 될 사람이나 남편에게 까르띠에가 만든 보석 왕관, 목걸이, 팔찌, 반지 등을 선물했다. 그들에게 보석은 단순히 예쁜 물건이 아니라 변함없는 사랑의 증표였다. 제 아무리 비싸고 구하기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손에 넣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했다. '당신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소'를 보여주는 희생적 사랑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까르띠에는 그저 보석을 세공하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사랑'이란 가치를 더하기 위해 고민했다.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를 위해 얼마나 헌신하며 영원한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지. 사랑에 깊게 물든 이 본질을 표현하기 위해 누구보다 진지했다. 그래서 더욱 정교하고, 더욱 아름답고, 더욱 희귀한 주얼리를 만들어서 마음을 전하는 이가 빛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사랑한다면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루이 까르띠에의 연인 '잔느 투생(Jeanne Toussiant)'


까르띠에의 대표 주얼리 컬렉션 중에 '팬더 드 까르띠에(Panthere de Cartier)'라는 것이 있다. 팬더는 프랑스어로 '표범'을 뜻하는데, 까르띠에 3대 경영자 루이 까르띠에의 연인 잔느 투생을 부르는 애칭이었다. 하지만 팬더에는 행실이 나쁜 여자, 거친 여자 등의 부정적인 뜻이 담겨 있다.


잔느 투생은 어렸을 때부터 온갖 학대를 당하며 살았다. 정착하지 못한 채 항상 떠돌아다녔고 상류층 자제의 정부(情婦)로도 살았다. 안정적이지 않은 생활환경 때문에 그녀는 늘 불안했고 외로웠다. 나이가 들수록 신경은 점점 날카롭게 변했고 방어기제도 심해졌다. 애칭 그대로 '표범'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루이는 그러한 그녀의 정제되지 않는 듯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여자들처럼 전형적인 여성상이 아닌 거칠고 주관이 뚜렷한 잔느의 성격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1914년 루이 까르띠에가 잔느 투생에게 선물했던 팬더 시계. 그녀의 애칭 팬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잔느도 그런 루이를 좋아하게 됐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다가오는 그에게 마음을 열었다. 샤넬의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의 소개로 알게 된 두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서로를 더욱 사랑했고 결혼까지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그녀의 과거가 깨끗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결혼을 반대했다. 가문 대대로 상류층들과 어울리며 귀한 보석을 다뤘던 까르띠에의 자제가, 어찌 정부로 살아온 여자와 혼을 맺을 생각을 하냐는 것이었다. 


이에 물러설 루이 까르띠에가 아니었다. 결혼을 못할 거라면 평생 옆에서 그녀를 지켜라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잔느 투생을 까르띠에의 디자이너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보석 세공사들과 디자이너들로부터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왔고, 루이의 이러한 헌신적 사랑은 잔느가 훗날 까르띠에 수석 디자이너가 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그의 헌신적인 사랑에 보답하고자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표출했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그녀를 탐탁지 않아했다. 심지어 그녀는 그들로부터 루이 까르띠에의 명성에 먹칠을 하지 말라는 폭언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잔느 투생은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지 않았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노력이 헛되게 보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 결과 까르띠에에서 아름다움과 강렬함이 모두 담겨 있다고 평가받는 '팬더 드 까르띠에'라인이 탄생했다. 사람들은 이 걸작을 보며 루이 까르띠에와 잔느 투생이 나눴던 헌신적이고 영원한 사랑이 떠오른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끝내 결혼을 하지 못했지만 평생 동안 사랑했다. 주변의 시선과 굴곡진 고난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감내하면서 서로를 아꼈다.





LOVE Bracelet의 탄생


까르띠에의 역작 'LOVE Bracelet'


1969년. 까르띠에의 역사에 한 획이 그어진다. 까르띠에 뉴욕 작업장에서 근무했던 '알도 치풀로(Aldo Cipullo)'가 디자인한 이 팔찌는 '남녀의 헌신적인 사랑'을 뜻한다. 기존의 팔찌와 다르게 전용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여 착용하는 형태인데, 중세 시대 여성의 정조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전쟁에 나가 가족을 지키겠다는 남편의 헌신. 그런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정조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아내의 헌신. 알도 치풀로는 남녀가 서로를 위해 헌신하며 희생하는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초창기에는 연인이 서로에게 팔찌를 채워 나사를 조인 후 드라이버를 건네는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당신이 아니면 이 팔찌를 풀 수 없다. 

영원히 당신만을 위해 살 것이다. 


라고 사랑을 맹세한다는 뜻이었다.


이러한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전 세계 많은 커플들이 까르띠에의 러브 팔찌를 착용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커플로는 영화배우이자 감독이었던 스티브 맥퀸 그리고 그의 아내 앨리 맥그로가 있다. 


(좌)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우) 앨리 맥그로(Ali MAcGraw)


현재는 팔찌뿐만 아니라 귀걸이, 반지, 목걸이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발전했다. 까르띠에 매장에 가보면 러브 컬렉션을 구매하는 부부와 커플을 자주 볼 수 있다. SNS에서도 프로포즈 선물로 러브 반지나 팔찌를 받았다는 인증 사진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까르띠에 LOVE는 오랜 시간 동안 연인들의 진정한 헌신적인 사랑을 상징하는 주얼리로써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한다.


With Cartier's LOVE Jewerly,
you can prove your Devoted Love.

까르띠에 러브 주얼리만 있다면
당신의 헌신적인 사랑을 
증명할 수 있다.



우정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다


사랑은 꼭 남녀만 누릴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친한 친구사이의 우정도 사랑이라고 볼 수 있다. 가끔 베스트 프렌드라고 부르는 친구들은 '우정'이라는 단어로 관계를 정의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진정으로 친구를 위하는 마음. 친구를 위해 무언가를 감히 포기할 수 있는 의지. 어찌 보면 사랑이란 단어가 더 어울리는 듯하다.



트리니티(Trinity)라고 불리는 까르띠에 컬렉션이 있다.


화이트 골드 -우정 

옐로 골드- 충실

핑크 골드- 사랑 


을 뜻하는 3 가지의 링을 하나로 엮여 만든 '트리니티 반지'가 대표 모델이다. 트리니티 반지는 1924년, 루이 까르띠에가 그의 절친한 친구 '장 콕토(Jean Cocteau)'에게 선물하면서 유명해졌다. 


문학가였던 장 콕토는 반지를 받자마자 '세상에서 본 적 없는 반지'라고 극찬했다.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던 그는 매일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트리니티 반지를 착용했고, 루이 까르띠에가 늘 자신과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작품 활동에 임했다고 한다.


Jean Cocteau and Cartier Trinity Ring


위에 설명한 것처럼 사랑과 우정이 한 반지에 담겨 있다. 루이 까르띠에는 우정도 경우에 따라 진한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 아닐까. 예술가인 친구가 더욱 멋진 작품을 만들어 후대에게 선한 영향력을 남겼으면 하는 마음. 그런 친구를 위해 수많은 시간을 들여 세상에 하나뿐인 반지를 만들어 주겠다는 마음. 이러한 마음은 우정이라기보다 친구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오늘날 트리니티 컬렉션은 사랑하는 남녀끼리 선물하기도 하지만, 각별한 친구들과 맞추기도 한다. 까르띠에 트리니티는 우정 그 이상을 의미한다. 세월을 함께 하며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면 그것은 우정이 성숙한 사랑으로 발전했음을 의미한다. 그 마음을 변함없이 충실하게 지킬 것을 다짐할 때, 까르띠에 트리니티를 선물하면 된다. 






까르띠에 광고나, 홈페이지, 매장 등에 유독 사랑하는 남녀 모습이 많이 담겨 있다. 이에 더해 강렬한 레드와 우아한 골드가 어우러진 까르띠에 로고, 반짝이고 세련되게 가공된 주얼리 그리고 까르띠에와 함께 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보면 '사랑'이란 감정을 느낄 수가 있다. 


인류 태초의 감정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까르띠에는 '헌신적인 사랑'에 주목한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지 못할 때. 격렬하게 사랑하고 싶은 대상마저 없을 때. 인간은 서서히 죽어간다.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인류는 번성할 수 있었고 보물 같은 음악과 그림, 문학 등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사랑은 중요한 감정이다. 만약 우리가 사랑을 잃는다면 세상은 황폐해지고, 우리는 슬픔에 허덕일 것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누군가만을 위하여 살겠다는 헌신적인 사랑. 그 사랑은 영원히 간직해야 할 존재다.


사랑이란 원초적 감정에 근거한 까르띠에의 브랜드 철학.

두 음절에 담긴 뜻과 이야기는 심오하고 강렬하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남는다.




How Far Would You Go for Love



이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그 답에는 진심이 있는가.

진정 사랑하는 이에게 당신의 진심을 증명하고 싶다면, 까르띠에를 건네자.

당신이 건네는 까르띠에는 이 세상 어느 사랑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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