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다
미녀는 잠꾸러기
잠을 자야 꿈을 꾼다
등.
'수면'이 주는 이로운 점을 강조하는 속담들이 제법 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푹 자는 것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안다. 하지만 바쁘게 살다 보면 잠을 줄이면서까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더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족한 수면은 우리를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 뿐이다.
저널리스트 애리애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은 성공하기 위해선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질 좋은 수면은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고 우리가 인생을 더 잘 살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한다. 머리가 맑으면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기 쉽고, 몸이 튼튼하면 힘든 일도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육체적 기량이 충족될 때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과학적인 근거로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다. 학창 시절 시험을 위해 쏟아지는 눈꺼풀을 치켜세우며 밤새 공부했지만 결과는 오히려 형편없다. 업무 성과를 위해 잠까지 줄여가며 집중했지만 오히려 생산성은 떨어진다. 아픈 몸은 덤이다.
어디 이 뿐일까.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피부도 늙는다. 피부에 양보하려고 구매한 비싼 화장품이며 1일 1팩 세트며 무용지물이 된다. 면역력도 떨어져서 잔병치레도 많아지고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부족한 수면은 이처럼 우리 삶 전반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얼마큼 자야 할까?
7-9시간
'미국 수면 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에서 권장하는 성인 수면시간이다. 그렇다면 왜 수면이 중요한 것일까? 바로 멀쩡한 정신 상태와 몸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잠이 들 때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 활동하면서 몸에 쌓인 여러 염증들을 제거하고, 지친 장기와 세포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신체 일부분에 상처가 났거나 피로가 쌓일 때 혹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잠을 자고 나면 나아지는 이유도 이러한 수면 메커니즘 덕분이다.
만약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온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
어렸을 땐 잠 좀 적게 자더라도 신경과 근육도 팔팔하니 버텼지만, 나이가 들면 사정은 달라진다. 조금만 덜 자도 피로감이 심해지고 별거 아닌 근육통도 잘 회복되지 않는다. 이성적인 판단력도 떨어져 자기 의도와 다른 결정을 내릴 때도 많다. 게다가 신경도 날카로워져서 예민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오해도 다분하다.
육체와 정신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질 않는데 어떻게 성공을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과연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올까
뛰어난 운동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을까
중요한 순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한 두 번 밤샘을 하더라도 정신력으로 버틸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3~4시간씩 자며 에너지 드링크나 아메리카노를 때려 넣어 인위적인 각성을 유도하면 건강 상태는 급속도로 망가진다. 우리 몸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생도 망가지기 시작한다.
나 같은 경우 워커홀릭으로 살았을 때(지금도 일 욕심을 온전히 버리진 못했지만...) 부족한 수면으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 전에 한 지인으로부터 프로젝트 수주를 받은 적이 있다. 속된 말로 '끝내주는 결과'를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잠을 줄이면서 내 영혼을 갈아 넣었다. 하루에 3시간 미만으로 자면서 일에 미쳐 살았다. 내가 봐도 신기할 정도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니 초반 성과는 아주 훌륭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 기간이 길어지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 번은 작업을 하다가 코피가 났는데 1시간 동안 멈추질 않아 병원으로 달려간 적이 있었다. 밥을 먹어도 자꾸 체했고, 아무리 꾸덕한 로션을 발라도 피부는 금세 건조해졌다. 몽롱한 상태가 지속되니 혼이 빠져 담당자에게 잘못된 파일을 보낸 적도 있었다. 심지어 더 이상 참신한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자 초조해졌고 별거 아닌 상대방의 말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다행히 프로젝트는 잘 끝마칠 수 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지쳐서 한동안 침대에서 생활해야 했다.
반면 내 친구 직장인 C는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항상 느긋하게 처리한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억지로 업무를 끌고 가지 않는다. 하루에 딱 할 수 있는 분량만 끝내고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종일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너무 태평해서 어쩔 때는 뺀질거리는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C의 능력은 점점 증명되기 시작한다. 늘 밝은 표정으로 팀원들과 관계를 조율하고 지속적인 아이디어 제공으로 프로젝트가 직면한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한다. 당연히 팀장과 동료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할 수밖에 없다. 이 친구는 그동안 쌓아온 평판과 성과 덕분에 다양한 회사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C와 언제 한 번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 "아니 어쩜 그렇게 늘 잘해?"
C: "나도 처음엔 욕심 때문에 갈아 넣었는데 별로더라고."
나: "뭐 방법이 있었던 거야?"
C: "옛 말 틀린 게 없어. 잠이 보약이더라. 난 8시간씩 꼭 자."
저 말을 듣고 수능 만점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대체로 보면 적어도 잠을 6시간 이상 충분히 자면서 공부했다. 잠을 잘 자야 다음날 맑은 정신으로 다시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잠을 적게 자면 뇌가 쉬질 못해 간단한 문제도 어렵게 느껴지거나 문제 풀이 실수가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역시 정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잠을 잘 잔것 뿐인데 친구 C는 여러 회사에서 데리고 오려는 인재가 되었고, 수능 만점자들은 좋은 대학이란 보상을 받지 않았던가. 실제로 주변을 보면 건강하게 잘 자는 사람들이 사회생활도 탈 없이 하는 편이다. 특별히 모난 구석도 없고 일처리도 빠릿빠릿하다. 물론 성격 차이와 체질에 따라 다를 순 있겠으나, 아무리 능력 좋은 사람도 잠을 적게 자면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필요한 수면시간이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4시간만 자도 아무런 문제 없이 살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10시간씩 자야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수면 시간을 찾아서 부족함 없이 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서술한 것처럼 잠만 잘 자더라도 인간은 상당한 능력을 발휘한다. 어떠한 일이든 컨디션이 좋아야 기대했던 결과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일에 대한 욕심과 무리한 일정으로 잠자는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무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잠깐 동안 높은 몰입도로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도 갈수록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경향이 짙다. 자신의 기량이 떨어진 원인을 '수면부족'이 아닌 '부족한 자기 자신'으로 규정짓는다. 그래서 더 무리하게 잠을 줄이면서까지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거나 영양제& 카페인에 과도하게 의존하곤 한다. 새벽까지 무언가를 하거나 필요 이상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뇌가 계속 각성 상태가 되어서 불면증까지 시달릴 수 있다. 이는 건강한 수면습관을 만드는데 방해가 된다.
생각보다 정답은 단순하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열심히 자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하루 종일 전쟁터 같은 일터에서 일하느냐고 고생한 우리에게 돈 안 들이고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이다. 꼭 대단한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잘 자고 잘 회복해서 맑아진 육체와 영혼을 가지고 성공을 향해 멋지게 걸어가면 된다.
그러니 이제 걱정 말고 편안하게.
우리 잠 좀 잡시다.
<애리애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 강연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