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내야 삶이 행복하다

단순하게 살기

by 코지오

"미니멀리즘"


4~5년 전부터 '단순하게 살기'란 주제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거나 몇 년째 집에 보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꼬집었다. 사도 사도 부족해 보이는 물건들.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들. 소유와 행복은 비례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존의 관념을 뒤흔들었다.


나도 미니멀한 라이프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옷을 특히 좋아해서 돈이 생기면 옷 사기 바빴고, 그중에서는 1년에 한 번 입을까 말까 한 옷들도 여럿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런 옷들은 그다음 해가 되어도 비슷한 빈도로 입게 되더라. 한 마디로 불필요한 옷을 구매한 셈이었다.


안 입는 옷들이 옷장을 가득 채웠고 나중에는 옷장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자리가 부족하니 새 옷을 보관하기가 애매했고, 옷끼리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구매한 지 오래 지난 옷들은 변색되기도 했다. 이럴 때 빨리 정리를 했어야 했는데 '혹시 또 모르잖아.'란 영양가 없는 미련에 발목 잡혀 있었다.


이랬던 내가 '단순하게 살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다.


2017년 9월, 한 가지 일을 경험한 이후였다.






2017년 9월. 헤어컷을 하려고 홍대로 갔다. 단골로 다니는 샵으로 가려면 주택가를 걸어야 한다. 그날 마침 내 앞에 어떤 남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키는 나만했는데 비율이 좋았고 깔끔한 검은색 슬랙스에 흰색 라운드 티만 입고 있었다. 신발은 심플한 컨버스 스니커즈.


정말 심심하기 그지없는 패션인데 너무나도 멋있었다. 로고와 디자인을 보니 얼추 어떤 브랜드인지 유추가 됐다. 도합 10만 원도 안 되는 구성이었다. 근데 나는 바지만 벌써 8만 원대였고 수입 구두 브랜드를 신고 있었으며 반팔도 꽤나 괜찮은 브랜드의 옷이었다. 슬픈 것은 내가 신체 비율이 더 안 좋은 것 같았다.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부끄러움과 나에 대한 한심함이 강렬한 용오름으로 올라왔다. 그래. 옷이 다 무슨 소용이냐. 본판이 잘나야 껍데기를 대충 입어도 멋있는 것 아니겠는가. 다 필요 없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안 입는 옷, 사이즈 미스 난 옷, 입긴 하지만 딱히 정이 안 가는 옷 등을 주변 지인에게 나눠주거나 버렸다. 그 꽉 차던 옷장이 텅텅 비었다. 정말 일주일에 여러 번 입을 정도로 좋아하는 아이템만 남겼다. 그랬더니 계절 별로 상의 하의 각 2~3벌, 신발 3켤레, 코트 2벌, 패딩 1벌로 심플하게 정리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면을 다지기 위해 운동과 독서를 더 열심히 했다.


딱 필요한 옷 + 단순한 생활 관리.


오히려 전에 느껴보지 못한 해방감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저널리스트인 '그래햄 힐(Graham Hill)'은 덜어낼수록 삶이 더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그는 인류가 예전보다 훨씬 더 넓은 집에서 살고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지만 행복지수는 낮아지고 있다고 전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많은 것들을 소유를 하면 할수록 삶이 윤택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말이 있다.

적당한 규제는 더 나은 자유를 보장한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삶에서 합리적인 제한이 있으면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생각할 때 훨씬 여유가 생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평소 출근할 때 상황을 그려보자.


당장 나가야 하는데 옷장에 옷이 빼곡히 걸려 있다. 뭘 입을지 한참 고민한다. 시간은 흘러가고 마음은 조급해진다. 결국 아무거나 입고 나왔다. 허겁지겁 회사에 도착하고 정신을 차린 후 탕비실 거울 앞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기분이 다운된다. 아니 그 많은 옷들 중에서 왜 이런 옷을 고른거야?


만약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옷들로 구성된 심플한 옷장이면 어땠을까? 별생각 없이 골라 입고 여유 있게 출근했을 것이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 오트밀 쉐이크로 든든히 배도 채우고, 하늘에 떠 있는 예쁜 구름도 감상하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차분하게 정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활용하는 아이템에 적당한 규제를 걸어 놓으니 오히려 더 많은 자유를 보장받았다. 아침과 자연을 즐기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한 것이다. 비단 옷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화장품, 가구, 음식, 필기구 등 다 해당된다. 많으면 많을수록 돈은 돈대로 쓰고 각각의 물건을 충분히 활용하기가 어렵다.


본인이 검은색 볼펜만 쓴다면 굳이 다양한 컬러의 펜을 예쁘다는 이유로 살 이유가 없다. 자리만 차지할 뿐이다. 화장품도 기초 화장품 하나만 써도 피부는 충분하다. 스킨, 에센스, 로션, 수분크림, 아이크림, 나이트 크림 다 발라봤자 피부 숨구멍만 막힌다(물론 이게 효과가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돈은 한 두 푼일까.


요리하겠다고 너무 많은 재료들을 한꺼번에 사면 재료가 남아 처리하기도 곤란하다. 혼자 살면 더욱 그렇다. 요즘은 1인분 용으로 작게 포장된 재료들도 많지만 이것도 수가 많아지기 시작하면 무시할 수 없는 양으로 늘어난다. 특히 유통기간이 짧은 채소류는 골칫거리이다.


생활 습관도 같은 이치다. 평소에 샤워를 너무 오래 하거나, 몸을 가꾸겠단 욕심으로 불필요한 운동들을 하거나, 영어 공부를 하는데 너무 많은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도 삶을 복잡하게 만든다.


15분 내외로 깔끔하게 샤워해서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하고, 나에게 맞는 운동으로 효율을 높이며, 한 두 가지 정도의 영어 사이트만 공략해서 콘텐츠를 온전히 흡수한다면.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말 그대로 쓸데없는 거에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면서 죄다 버리고 줄이는 극단적인 행위가 아니다. 내 생활을 돌아보면서 덜어낼 것들은 무엇이고, 영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단순히 책이나 영상에서 나오는 사람처럼 옷 한 벌에 가방 달랑 하나 들고 생활하는 그런 도인 같은 삶이 아니다.


자신의 미니멀리즘이 궁극으로 발전하면 그런 사람들처럼 될 순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굳이 그렇게까지 옥죄면서 살 필욘 없다. 전에 작성했던 다이어트 글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무분별한 소비와 생활 패턴으로 복잡해진 삶을 다시 깔끔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컴퓨터도 온갖 파일과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면 느려지지 않던가.

인간도 마찬가지다. 주기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환경과 구성들이 깔끔해지면 어떤 것을 선택할지 결정하기도 편하다. 생활하는 방식도 간편해지고 마음에 여유도 생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스트레스를 덜 받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 좀 더 행복해진다.


나도 올해는 작년보다 더 단순하게 살 예정이다. 2017년 이후 줄곧 미니멀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근래 들어 일이 바빠지면서 삶이 다시 복잡해졌다. 필요 없는 것들은 미련 없이 버리고 평소 행하는 데일리 루틴도 정리할 것이다. 여러분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미니멀리즘: 단순하게 살기


삶에 행복을 더하는 유용한 지혜이다.










<그래햄 힐(Graham Hill)의 강연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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