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할 줄 알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외국어 학습의 즐거움

by 코지오


새해에는 영어 공부를 하겠어!


내가 한창 자랄 때 대한민국 사람들의 3대 새해 다짐이 있었다.


다이어트하기, 금연하기, '외국어 공부하기'.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도 그럴 것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외국어 콘텐츠가 가득하다. 일상적인 단어는 물론이고 영화, 드라마, 게임, 유튜브, 더 나아가 뉴스레터까지. 국제사회로 발전하면서 대한민국에 더 이상 단일 언어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외국어를 할 줄 아는 것과 할 줄 모르는 것은 삶의 질에 꽤나 영향을 미친다.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 등 번역 프로그램이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직관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능력보다 그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다.


욕심낼 것 없이 자신이 배우고 싶은 언어 하나 정도 잘 학습하면 인생이 기대 이상으로 풍요로워진다. 풍요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면 그때부터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 재미있게 공부하게 된다. 마치 게임에 푹 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재미가 있으니 실력은 더 빠르게 상승한다. 그럼 이런저런 상황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당연히 토익 점수, 승진 시험, 자격증 등 외국어 실력을 증명하는 각종 수단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래서 외국어 공부는 투자할 만 가치가 있다.






언어학자 존 맥워터(John Mcwhorter)는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4가지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문화 흡수를 위해

뇌 건강을 위해

배움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독학하기 좋은 시대이기 때문에


이중 내가 주목한 것은 세 번째 이유이다. 난 영어를 할 줄 안다. 물론 잘하진 못한다. 그냥 적당히 읽고 기본적인 회화 정도 가능한 수준이다. 또래와 달리 영어 공부를 늦게 한 편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영어에 눈을 떴다. 그전까지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영어 수업이 유독 재미있었다. 담임 선생님의 버터 발음도 멋스러웠고 뭔가 있어 보이는(?) 교재도 좋았다. 그림이나 글씨가 이국적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무엇보다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반 여자 아이의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 이후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공부하다 보니 재미를 느꼈다. 독특한 문법 구조도 신기했고 한국어와 달리 주어와 서술어가 문장 맨 앞에 위치한 것도 신기했다. 문장의 주요 정보라고 할 수 있는 두 요소가 서두에 있어서 의미 파악하기가 좋다고 생각했다. 내 입에서 버터 발음이 나오는 것도 즐거웠고, 여행 가서 외국인들에게 말을 거는 것도 즐거웠다. 이처럼 배움의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영어를 공부하면서 가장 좋은 장점을 꼽으라면 '더 많은 정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이 장점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내 삶이 조금 더 풍요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브랜딩


나는 브랜드 라이터로 활동 중이다. 직업 특성상 브랜드의 다양한 브랜딩 사례를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브랜딩은 서양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사례도 국내 브랜드보다 해외 브랜드를 더 많이 다루고 있다. 그래서 관련 자료가 한국어보다 '영어'가 압도적으로 많다.


실제로 구글에 '브랜딩'으로 검색하는 것보다 'Branding'으로 검색했을 때 훨씬 양질의 정보가 뜬다. 전문 블로거들의 분석글부터 학술적인 내용까지 그 범위가 상당하다. 또한 A브랜드의 브랜딩 전략, 설립 과정, 유저 인터뷰 등을 영어로 검색하면 보다 수월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반면 한국어는 다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열의 일곱은 광고글이거나 돌려 쓴 듯한 기사글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영어를 이해할 수 있어서 현재 운영 중인 '나이 서른에 브랜딩을 시작했습니다' 매거진을 큰 어려움 없이 꾸려가고 있다.



독서


브랜딩 외에 개인적으로 알고 싶은 정보를 '책'으로 습득해야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번역본의 번역 상태가 아쉽거나 인터넷 정보가 부족할 때 보통 그렇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교보문고나 아마존에서 원서를 구입해서 읽어야 한다. 물론 원서를 읽어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 하지만 원서 한 권을 독파했을 때 얻는 정보는 실로 대단하다. 여기저기에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인터넷 정보보다 훨씬 깔끔하게 집약되어 있고 내용 수준도 높기 때문이다.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을, 그것도 원서로 소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즐겁다.



문의


외국어를 할 줄 알면 해외 직구할 때 편하다. 문의사항이 있으면 담당자에게 바로 연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해외 직구로 정장을 구입한 적이 있다. 상세페이지를 보니 정장 원단에 대한 설명이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화면 하단에 위치한 쳇 서비스를 이용하여 상담을 요청했다. 소재는 울로 되어 있는지, 그렇다면 두께가 얇은지 두꺼운지, 보풀이 쉽게 일어나는 방식으로 직조됐는지, 내구성은 괜찮은 지 등을 물어봤다.


보낸 지 몇 분 후 담당자가 상세히 답해줬고 내용도 만족스러웠다. 바로 그 자리에서 결제했고 당시 구입한 정장은 지금도 잘 입고 있다. 요즘은 한국어를 특정 외국어로 번역하는 프로그램이 발전해서 외국어를 아예 몰라도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본인이 할 줄 안다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품을 굳이 거칠 필요가 없다. 즉각적인 대응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 되니까.



주변에 외국어 잘하는 친구들이 세 명 있는데 이들도 덕분에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첫 번째 친구는 베트남어를 잘해서 베트남에서 직장을 구하고 현지인과 결혼도 했다. 두 번째 친구는 영어를 할 줄 알아서 호주에서 스쿠버 다이빙 강사를 하면서 살았다. 지금은 시드니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세 번째 친구는 일본어를 잘해서 일본 구글에 취업했다. 이들 모두 한국에서 지내는 다른 친구들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나나 이 친구들이나 똑같이 말하는 것이 있다.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고 활용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한국어만 했을 때보다 훨씬 더 다양한 정보와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대한민국에 유통되지 않는 브랜드 제품도 쉽게 검색해서 구매할 수 있고, 여행을 갔을 때 현지인들과 펍에서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또한 원어민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려서 현지인들만 아는 생생한 정보를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극단적으로 생각했을 때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할 줄 알면, 어느 국가 한가운데에 떨어져도 어떻게든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이런 사실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알아서 외국어 공부를 더 하게 된다. 존 맥워터가 말하는 '배움의 즐거움'이 이런 것이다. 영어든, 일본어든, 중국어든, 이탈리아어든, 프랑스어든, 독일어든, 스페인어든 다 상관없다. 자신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언어를 배우면 된다. 할 수 있는 언어가 많아지는 것만큼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에 비례하여 넓어진다. 더욱 넓어진 세상 속에서 더 많은 것들을 느끼면서 인생을 풍족하게 살면 된다.


무조건 원어민처럼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우린 태생적으로 원어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공부로 접근하면 안 된다. 부담 없이 즐겨야 한다.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드라마, 영화, 소설책, 게임, 유튜브 등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수준에 맞게. 그렇게 즐겁게 배우고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 그만이다.


활용하는 과정에서 얻는 효용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더 큰 재미를 느끼고 지속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내가 TED를 활용하여 이 매거진을 꾸려나가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세계 여러 언사들의 멋진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어서 재미있다. 더 나아가 이를 정리하여 내 생각을 더해 글을 쓰니 더욱 즐겁다. 그래서 꾸준하게 조금씩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외국어는 맹목적인 목적이 아니다. 수단일 뿐이다. 다만 꽤나 달콤한 수단이다. 우리의 시야와 사고를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괜찮은 수단이다. 천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한국어 외의 다른 언어를 배워보자. 전과 다른 새로운 세상이 우릴 반겨줄 것이다.











<존 맥워터(John Mcwhorter)의 강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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