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 철저한 자기 이해

나만의 생각 리듬

by 코지오


주변에 창의성을 요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순수 미술부터 디자인, 작사, 작곡, 소설가 등. 이들은 늘 생각 속에서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도, 양치질을 할 때도, 심지어 잠들기 직전까지도 생각의 끈을 놓지 못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뾰족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고통스러워한다.






디지털 인류학자 '라하프 하포쉬(Rahaf Harfoush)'는 '자기 이해도'가 떨어지면 창의성 역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글도 잘 쓸 수 있고, 그림도 잘 그릴 수 있으며, 원하는 디자인 작업물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앞서 말한 작가, 디자이너, 예술가, 음악가 등 추상적인 분야에 특히 적용된다.


사람은 저마다의 '생각 리듬'이라는 것이 있다. 특정 시간대나 장소, 날씨, 요일, 계절에 아이디어가 셈 솟는 것을 말한다. 이때 집중적으로 작업을 하면 능률이 상승한다. 몇몇의 해외 IT 기업들이 자율 출근제, 자율 퇴근제, 자율 재택 근무제 등을 실시하는 이유도 조직원들마다 업무 성과를 만드는 생각 리듬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이해 없이 일을 한다. 본인이 언제 효율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무작정 체력과 시간을 갈아 넣는다. 밤에 집중이 잘되는 사람이 새벽 5시에 일어나는 '미라클 모닝'을 해봤자 피곤만 쌓인다. 반대로 아침에 집중이 잘되는 사람이 저녁 시간대까지 일을 붙잡고 있어 봐야 나아지는 것은 없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소설 원고를 2,000자씩 집필한다.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은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글을 쓴다. 김은희 작가는 밤새 고민하면서 아이디어를 찾다가, 해가 밝을 때 비로소 글이 써진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라하프 하포쉬'는 주말보단 주초에, 여름보단 겨울에 집중이 잘 되어서 이 시기에 일감을 몰아넣는다.


모두 자신이 언제 창의성이 발휘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시간 외엔 생각을 멈추고 취미 생활을 하면서 몸과 정신을 가다듬는다. 물론 프로 작가라고 해도 칼같이 창작 시간과 일상을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어느 시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지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이들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방향을 찾았기에 자신만의 루틴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나는 오후 1시~5시에 글을 쓴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밤에 따로 시간을 내서 2~3시간 더 쓰기도 한다. 아침이나 저녁은 독서, 명상, 운동 혹은 개인적인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주초에 집중이 잘 돼서, 월-수에 중요한 약속과 프로젝트를 채우는 편이다. 이 루틴을 따를 때 내 생각 리듬은 가장 활발하다. 아이디어도 잘 떠오르고, 긍정적인 생각도 자주 하게 된다.


사람마다 타고난 뇌 구조와 성향이 달라서 천편일률적인 작업 환경은 효율적이지 않다.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다. 본인이 하루, 일주일, 한 달, 더 길게는 일 년 중 언제 창의성이 강하게 발현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이해한다면, 나만의 생각 리듬을 찾아 보다 나은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매일 글을 쓴다고 해서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4시간 비트를 제작한다고 해서 훌륭한 랩을 작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밤새 디자인 툴을 만진다고 해서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침 점심 저녁 브랜딩 전략을 짠다고 해서 훌륭한 전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런 방법이 자신과 맞다면 다행이지만 말이다.


무조건적인 노력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래야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지치지 않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는 조직적인 차원에서도 관심 가질 만한 주제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는 기업 특성상 개개인의 창의성을 전부 고려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획일적인 방식을 넘어 세분화된 업무 환경을 구축한다면, 구성원들은 더 건강하고 멋진 아이디어를 내며 조직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창의성은 바깥에서 찾는 것이 아니었다.

내 안을 자세히 바라봤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다.










<라하프 하포쉬(Rahaf Harfoush)의 강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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