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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May 29. 2021

구독자가 100명이 되었다.

소중한 사람들

“띵동”


며칠 전 쇼핑을 하던 중 스마트폰 알람이 울렸다. 브런치에서 온 메시지였다. 스크롤을 내려서 읽어봤다.


구독자가 100명을 돌파했습니다!


구독자 100명?! 나도 모르게 잇몸 미소를 지었다. 이날 원하던 옷을 구매해서 기분이 좋았는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기쁨은 배가 됐다. 나보다 구독자 수가 훨씬 많은 작가님들에 비하면 초라하다. 그래도 일면식도 없는 100명의 사람들이 내 글이 좋다고 직접 구독까지 한 것 아니겠는가. 난 그 사실 자체가 감사하다.






기존에 인스타그램에서 글 계정을 운영했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인스타그램은 글씨기에 적합하지 않은 플랫폼인 것 같아 다른 채널을 찾기로 결심했다. 네이버나 다음 블로그를 운영할지, 아니면 미디엄이나 워드 프레스처럼 전용 블로그를 사용할지 고민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동생의 추천으로 브런치를 알게 됐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슬로건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글을 쓰는 사람을 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그날 바로 작가 지원 신청을 했다.


3일 정도 지나고 운 좋게 합격 메일을 받았다. 그렇게 2020년 8월. 나의 브런치 인생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느냐고 정신이 없었다. 뭔가 신세계를 마주한 느낌이랄까. 흥미로운 글들이 브런치에는 넘쳐났다. 내가 좋아하는 인문학부터 패션, 에세이, 미술, 역사 등. 장르의 범위며, 글의 깊이며 의미 없는 문장으로 가득한 양산형 책 보다 훨씬 가치 있었다. 이 시기에 책 보다 브런치를 더 많이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읽으면서 느낀 건 대한민국에 글 잘 쓰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었다. 나도 주변 사람들에 비해 글을 제법 잘 쓴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담담하게 적었지만 무게는 깊은, 장황하게 썼는데도 다 읽고 나면 메시지가 명확하게 남는, 인간의 깊은 심연을 날카로운 통찰로 꿰뚫어 보는. 작가님들의 높은 수준을 보며 ‘필력’이란 게 무엇인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이는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이후 열심히 글을 썼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내일보다 더 나은 모레를 꿈꾸며 독서와 글쓰기에 푹 빠져 살았다.


매거진의 주제도 조금씩 확장했다. 첫 매거진, <우리들의 인생을 조금 더 풍요롭게>는 ‘TED 강연’을 소개하는 정보성 글의 성격을 띠는 반면, 두 번째 매거진,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경험들>은 말 그대로 내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에세이 모음집이다. 그러다가 올해 1월부터 본업인 ‘브랜딩’을 다루는 세 번째 매거진, <나이 서른에 브랜딩을 시작했습니다>를 기획했다. 각각의 매거진이 갖는 특징쓰는 내 입장에서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교양 콘텐츠를 좋아해서 첫 번째 매거진에 힘을 줬는데 반응은 오히려 에세이와 브랜딩 글에서 일어났다. 이 두 매거진에서 발행한 글 중 몇 개가 브런치 메인에 걸린 것이다. 자고 일어나니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있어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 주변 사람들의 연락. 뭔가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었다. 부족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덕담을 남겨주었다. 이때의 경험은 나에게 소중한 자산이 됐다.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 지, 그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브런치 메인에 걸렸었던 글들


구독자수와 좋아요 혹은 공유수를 연연하며 글을 쓰진 않는다. 그래도 100이란 숫자는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두 자릿수에서 세 자리로 넘어가는 기준이라서 그런 걸까. 유독 눈길이 가는 숫자이다. 이걸 보면 나도 아직 철이 덜 든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분이 좋은 건 좋다고 말하는 게 삶의 기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마음껏 이 행복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최근에 만든 나만의 신념이 있다. 바로 ‘여유 있게 그리고 단순하게’이다. 삶이 급하고 복잡하면 뜻하지 않는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많더라. 실제로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적지 않았기에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동시에 단순한 사고로 인생을 살려고 노력한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급하게 휘갈기면 문단이 복잡해져 글의 품격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난 이것을 늘 경계하려고 한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나의 신념대로 글을 기록하는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담아 내 브런치를 정성스럽게 채워 나갈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일에 치여 글을 올리지 못하거나 소개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나아갈 것이다. 나에겐 소중한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1년 가까이 되는 시간. 이 글을 포함하여 52개의 글이 발행됐다. 처음은 걱정도 많았다. 매력적인 글들이 수없이 올라오는 공간에서 과연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 순간의 재처럼 흩날리며 잊히는 건 아닐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브런치에는 좋은 분들이 정말 많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도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하며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작은 배가 순항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난 그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그렇기에 글을 포기할 수가 없다. 지금의 구독자 100명, 앞으로의 100명 그리고 자유롭게 내 계정을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에게. 나의 생각과 감정이 담긴 글이 행복을 나눠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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