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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Jun 18. 2021

나에게 '공원'이란

일상 속 행복


며칠 전 바람을 쐴 겸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가는 길 양옆에 있는 나무들의 자태가 아름다웠다. 올 겨울까지 나뭇가지 밖에 없었는데 어느덧 푸른 잎으로 뒤덮였다. 하늘은 모처럼 맑았다. 하얀 구름이 듬성듬성 떠다니며 푸른 하늘에 점을 이루었다. 칙칙한 시멘트 바닥에도 새하얀 꽃망울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공원에 도착하여 산책로를 걸었다. 통통한 참새들이 나무 위에 앉아 사람 구경을 했다.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풍선을 들고뛰었다. 두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리기를 했다. 한 여성이 벤치에 앉아 글을 썼다. 추운 계절 동안 잠들었던 공원은 생명으로 가득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활기였다.


먼 곳을 응시했다. 공원 한가운데에 있는 호수에 햇빛이 일렁였다. 바람이 불면서 물결이 반원 모양으로 퍼졌다. 햇빛은 물결 가장자리를 주황빛으로 수놓았다. 나는 호수 앞에 서서 자연이 만든 그림을 감상했다. 잉어 몇 마리가 수면 위로 나타나 조그마한 입을 뻐끔거렸다.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발 길을 옮겨 남은 산책로를 걸었다. 멀리서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공원에 공용 피아노가 설치되어 있는데 종종 사람들이 와서 건반을 누른다. 그날은 어떤 중년 남자가 연주하고 있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귀에 익숙한 곡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의 주변으로 모였다. 그는 건반에 진심을 담았다. 그리고 감정을 새겼다. 마지막 곡이 끝나는 순간,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하늘에 노을이 내려앉을 때쯤, 산책로 끝 지점에 도착했다. 다시 뒤를 돌아봤다.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화가 ‘쇠라(Seurat)’가 그린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의 한 장면 같았다.  집으로 가려고 하자, 시원한 나무 향이 마중 나와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간 마음속에 담았던 고민과 불안이 희미하게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자연에서 행복을 느낀다. 사람과 동물, 꽃과 나무, 바람과 햇살, 물과 흙, 가끔 운치 있게 내리는 비와 눈이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이 모든 것이 존재하는 곳이 공원이다. 꼭 수려한 숲으로 갈 필요 없다. 멀지 않은 곳에 행복이 있다. 그래서 공원에 자주 간다. 그곳엔 자연 만물이 조화를 이루며 은은한 행복을 전한다.


내일 공원에 갈 예정이다. 일기 예보에 비 소식이 있지만 양을 보니 산책하는데 무리 없을 것 같다.

깊은 흙냄새와 차분한 빗소리가 가득한 공원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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