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돼 먹은 '게으름'

스마트폰의 저주

by 코지오


블로그 작가 ‘팀 어번(Time Urban)’은 인생은 짧으니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자고 말한다. 20살인 사람이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해 보자. 남은 삶은 80년이다. 흰 종이에 1년 단위로 ‘네모’를 그려 넣으면 고작 80개가 전부다. 한없이 적은 양이다. 20살 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더 적다. 1년이 흐를 때마다 그 네모를 지워 나가면 내 인생이 점점 줄어드 게 보일 것이다. 그만큼 인생이 짧다. 그렇기에 해야 할 일을 미루면 안 된다.






팀 어번이 설명하길, 우리 뇌 속에는 ‘쉽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원숭이가 산다고 한다. 그 원숭이는 우리의 이상적인 판단을 방해한다. 며칠 뒤 마감해야 하는 과제가 있어도 우릴 TV 앞으로 이끈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눈앞에 있는 과자로 손이 가게 한다. 그렇다. 원숭이는 게으름과 단기적인 쾌락을 좇게 하는 ‘도파민’인 셈이다.


나는 강연을 보며 느낀 바가 많았다. 나 역시 내 머릿속 원숭이에 의해 게으름으로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게으름 때문에 중요한 일들을 미뤘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로 인한 피해와 후회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책상에 앉아 곰곰이 생각했다. 대체 무엇이 도파민 원숭이한테 먹이를 주며 자극하는 걸까. 계속되는 고민 끝에 답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스마트폰’이었다.



스마트폰. 쉽고 재미있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즐비한 세상이다. 엄지손가락만 튕기면 그 모든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누릴 수 있다.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까. 당장 나에게 즐거움을 주니까. 우린 서서히 스마트폰에 빠져든다. 반대로 덜 자극적이고, 귀찮고, 지루한 ‘현실’ 세상을 멀리하게 된다.


나는 최근까지 유튜브를 자주 이용했다. ‘유튜브 프리미엄’이라는 신세계를 맛본 뒤 더욱 빠져 살았다. 광고 없이 모든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눈에 띄는 동영상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줄줄이 다음 동영상까지 시청했다. 시계를 보면 어느새 2~3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유튜브뿐일까. 네이버 카페 앱을 들락거리며 시답잖은 글을 읽느냐고 1시간 이상씩 허비했다. 새벽까지 인터넷 서핑을 하는 바람에 다음날 피곤에 찌들었다. 그런데 정작 머리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뭔가를 유심히 보지만, 잠깐 동안 내 머릿속을 떠다니다가 이내 사라졌다. 보면 볼수록 머리가 멍했다. 무기력함도 올라와 모든 게 귀찮았다. 나는 게을러졌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하루에 손해 보는 시간을 계산해 봤다. 거의 3시간 정도였다. 3시간이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브런치 글 한 편을 쓸 수 있는 시간이고, 운동을 두 번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이고, 소중한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고, 책을 수십 장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도파민에 지배된 내 뇌는 이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손바닥만 한 전자기기에 영혼을 팔았다.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니 소름이 끼쳤다.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내 삶이 피폐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첫째,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해지했다. 둘째, 스마트폰에 깔린 모든 소셜 미디어 앱을 지웠다. 브런치도 예외가 아니다. 셋째, 인터넷에 즐겨찾기 한 모든 사이트(트렌드 관련 미디어 채널, 뉴스레터 채널 등)를 삭제했다. 넷째, 카카오톡 메시지 수신음을 무음처리했다. 자극을 최대한 줄인 환경을 만들었다.


도파민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상적인 동물인 인간을 한 순간에 호르몬 노예로 만들어버리니까 말이다. 도파민은 자극을 위해 더 많은 자극을 갈구하며 인간을 수렁 속으로 빠뜨린다. 우리는 머리가 멍해지고 귀찮음으로 둘러싸여도 순간적인 쾌락만을 좇는다.






스마트폰 디톡스를 한 지 2주일이 지났다. 처음 이틀은 금단 현상처럼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괜히 심장이 뛰고 불안했다. 나흘 째가 되니까 전보다 나아졌다. 나는 트렌드를 놓치면 안 된다는 강박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몰라도 큰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얻은 인사이트가 작업 결과물에 훨씬 좋은 영향을 주었다. 정 궁금한 게 있으면 저녁에 1~2시간 정도 컴퓨터로 검색해서 알아봤다.


스마트폰을 멀리하니 정신이 맑아졌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감정이 동요되지 않아 마음이 편했다. 해야 할 일을 제 때 끝내서 여유 시간이 늘었다. 그 시간을 활용하여 취미 활동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었다. 또한 가족과 연인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삶이 전보다 풍요로웠다.


만약 당신도 스마트폰 중독으로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면, 지금 당신 손에 쥔 네모난 전자 기기를 저 멀리 던져버려라. 차라리 책을 읽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라. 우리 주변을 둘러싼 정보와 흐름을 때 맞춰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사는데 전혀 지장 없다. 무의미함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느냐고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자. 우리 삶은 그리 길지 않다.










<팀 어번(Tim Urban)의 강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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