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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Aug 18. 2021

브랜딩은 쉽게, 쉽게 (2)

주의사항 & 학습법


('브랜딩은 쉽게, 쉽게 (1)' 이어서)


이번 편은 다소 장문이니 여유가 있을 때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브랜딩을 할 때 염두해야 할 주의사항과 브랜딩 학습법에 대해 알아보자.



주의사항


1. 합의점 찾기


두 명 이상이 브랜드를 창립하는 경우, 앞 편에서 언급한 네 가지 질문들에 같은 답을 내야 한다.


브랜드를 왜 운영하려고 하는지

브랜드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브랜드를 누구에게 소개할 것인지

이 세 가지를 어떻게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브랜드는 성장하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각자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통일된 방향성이 없으면 브랜드는 중구난방으로 움직인다.


한국 전통 공예를 판매하는 브랜드 '경복공예'가 있다고 가정하자. 공동 창립자 A는 '철저하게 한국적인 공예품'을 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공동 창립자 B가 미니멀한 서양 인테리어 소품에 빠져 비슷한 상품을 경복공예 제품군에 추가했다. 이에 공동 창립자 A도 다른 팀원들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럴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경복공예의 고유함이 훼손된 모습에 많은 팬들이 유감을 표할 것이다.


우리도 좋아하는 브랜드가 기존과 다른 이상한 행보를 보이면 실망하지 않던가. 따라서 브랜드 고유함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브랜드 고유함을 지키기 위해서는 창립자와 내부 구성원들이 들의 브랜드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 이해가 모두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2. 욕심내지 않기


Branding = Brand + ing


Brand에 진행형 어미인 'ing'가 붙었다. 즉 브랜딩은 진행되는 개념이지 완성된 개념이 아니다. 그러므로 브랜딩 전략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완성시키는 일은 어렵다. 그 대신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조금씩 수정하는 것이 낫다.


역시 예를 들어보겠다. '도넛 살롱'이라는 도넛 가게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브랜드를 만든 김철수 씨는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질문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다음과 같은 답을 찾았다.



도넛 살롱을 운영하려는 이유

->품질 좋은 수제 도넛을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


도넛 살롱을 운영하면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

->한국을 대표하는 도넛 가게를 만드는 것


도넛 살롱 주요 고객층
->2030대 여성 고객


이 세 가지 질문을 합한 도넛 살롱만의 철학

->우리는 잊을 수 없는 도넛을 만듭니다 (We make Unforgettable Donut)



기대감을 안고 가게를 오픈한 김철수 씨. 다행히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만드는 도넛마다 부티나게 팔린다. 그런데 다소 의아한 점이 있다. 장사는 잘 되는데 그 모습이 그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것이다. 이를 테면, 2030대 여성 고객만 올 줄 알았는데 4050대 고객도 자주 방문한다. 전통적인 플레인 도넛보다 색감이 화려한 도넛이 인기가 많다. 또한 가게 벽면에 걸려있는 그림 액자가 SNS에서 화제다.


그래서 김철수 씨는 가게의 방향성을 틀었다. 기존 2030대 여성 고객에서 4050대 중년 고객까지 '고객층을 확장'했다. 이를 위해 밤, 고구마, 호두, 건포도 같은 한국적인 재료를 활용한 도넛을 만들었다. 형형색색의 도넛 가짓수도 늘려 고객 재방문율을 높였고, 그림 액자는 계절마다 교체했다.


색이 다양한 도넛과 예쁜 액자가 더해지면서 가게는 전보다 감각적으로 변했다. 이런 모습이 김철수 씨도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가게를 '아트 컨셉으로 조정'했다. 이에 걸맞게 가게를  '다시 브랜딩(리브랜딩)' 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도넛 살롱은,


'예술을 품은 도넛 가게'
(Donut Shop in Art)


라는 간단명료한 철학을 세웠다.


고객층 확장, 브랜드 컨셉 조정, 리브랜딩_전편에서 언급한 용어를 설명한 것이다.


이후 김철수 씨는 수채화, 수묵화, 아크릴화 등 그림 느낌이 나는 도넛 디자인을 개발했다. 이에 더해 2030대 혹은 4050대가 좋아하는 예술가와 협업하여 한정판 도넛 그림 액자를 굿즈로 판매한다. 1년에 한 번씩 예술 재단에 후원금도 보낸다. 품질 좋은 도넛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도넛 가게를 만들겠다는 의 포부는 변함없다. 이런 모습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 그렇게 도넛 살롱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술적인 도넛 가게'로 성장 중이다.


만약 김철수 씨가 계속 브랜딩 이론에만 매몰되어 있었다면, 위와 같은 소중한 '실전 경험'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시장 조사를 하고 설문지를 돌려도 그 결과는 현실과 다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개념만 본다고 해서 문제풀이를 잘하는 게 아니다. 문제풀이를 해야 내가 어떤 개념이 약한지 알 수 있다. 브랜딩도 똑같다. 완벽한 브랜딩 전략을 위해 조사와 아이디어에만 집착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큰 틀을 잡았으면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상황에 맞게 브랜딩 방식을 조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3. 조바심 내지 않기


브랜딩은 무협지에 나오는 '무공 비급'이 아니다. 브랜딩을 한다고 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찾아와 지갑을 여는 일은 '없다'. 브랜딩에 대해 논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브랜드인 애플과 파타고니아도 지금 위치까지 성장하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브랜딩만으로 매출이 급성장하면, 브랜딩 전문가들이 세상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어야 한다.


요즘 브랜딩에 대한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대체로 희망찬 이야기들이다. 나 또한 브랜딩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딩의 좋은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때로는 냉정한 외침도 필요하다. 브랜딩은 결코 만능이 아니다. 대단한 CEO와 대단한 팀원들이 머리를 맞대어 브랜딩 방향성을 정해도 현실은 가혹할 수 있다. 이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사업은 농부의 마음이다'. 360일 동안 씨를 뿌리고 작물을 가꾼 다음, 5일 동안 추수하여 그동안의 고생을 되돌려 받는다는 의미이다. 브랜딩을 이처럼 생각했으면 좋겠다. 브랜딩은 단기적인 성과를 내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학습법


추천하는 브랜딩 학습법은 '케이스 스터디'다. 여러 브랜드의 브랜딩을 공부하는 것을 뜻한다. 살아있는 실제 사례를 보는 라서 배움에 부담이 없다. 그러나 누군가는 성공한 브랜드의 행적은 결과론에 불과하다고 부정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찌 보면 브랜딩 전략이 아닌 영업력이나 기술 혁신, 시기적 운 등에 의해 그 브랜드가 성공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브랜딩이 아무 의미 없다면 창업자들이 구태여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자사 브랜드 북을 쓸 이유가 있겠는가. 자신들이 걸어온 발자취와 브랜드를 지탱하는 신념과 미래를 향한 꿈을 기록하겠는가. 결과론적 시선으로 접근하면 역사도 사랑도 재테크도 결과론에 불과하다. 브랜드 스토리는 고리타분한 기술서보다 브랜딩에 대한 현실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원천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다음 세 가지 책을 추천한다. 이 책들은 자서전에 가깝다. 어려운 용어도 거의 없어서 편하게 읽기 좋다. 분명 진정한 브랜딩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1)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출판사 - Dentory)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마크 랜돌프'가 쓴 넷플릭스 초기 이야기다. 넷플릭스가 어떻게 설립됐고,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했는지 그리고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사업을 이끌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유머 넘치는 마크의 필력이 독서에 즐거움을 준다.


2)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출판사 - 라이팅하우스)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가 쓴 파타고니아 이야기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글 브랜딩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브랜드 철학이 무엇인지 그 정수를 맛볼 수 있다. 파타고니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촘촘하게 기록되어 있다.


3) 그라운드 업 (출판사 - 행복한북클럽)

스타벅스 전 CEO '하워드 슐츠'가 쓴 스타벅스 이야기다. 세 권 중 가장 두껍지만 두꺼운 만큼 책의 깊이도 상당하다. 나는 과거에 스타벅스를 그저 초록색 사이렌 로고가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스타벅스가 어떤 신념으로 커피를 전개하는지, 지역 사회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다.


나는 주로 케이스 스터디를 책으로 한다. 책만큼 브랜드의 다양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매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도 많은 자료가 있지만 그 수준이 다소 아쉬운 경우가 적지 않다. 특정 브랜드를 다룬 책이 없으면 그때는 브랜드의 역사, 제품 및 서비스, 광고, 창업자 인터뷰, 종사자 후기, 소비자 리뷰, 캠페인 등을 조사한다. 조사하다 보면 이러한 자료들을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 그것이 브랜드의 고유함이며 그 고유함이 브랜딩의 초석이 된다.






이것으로 글 두 편을 마쳤다. 고수이 쓴 글에 비하면 내 글은 졸작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범람하는 브랜딩 콘텐츠 홍수 속에서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쓰고 싶었다. 비록 그 수준이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어느 누군가에겐 작은 울림을 주길 바랄 뿐이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기 위해 가지를 많이 거두었다. 기초 개념인 셈이다. 나중에 시간을 내어 브랜딩에 대해 심도 있는 글도 연재할 예정이다. 나의 생각 갈무리가 다른 사람에게 의미 있는 글로 비쳤으면 좋겠다.



브랜딩을 어렵게 생각하지 았으면 한다.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다짐했던 당신의 마음 가짐.

그것만으로도 브랜딩을 위한 첫 시작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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