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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Sep 24. 2021

더 바디 샵의 '사회적 책임'

인류를 사랑하기에


과거와 달리 브랜드의 제품과 서비스가 중요한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제는 브랜드의 사회적 행보를 보고 소비를 결정한다. 환경을 생각하는지, 소외 계층을 돕는지,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지 등 다방면으로 브랜드를 평가한다. 이와 같은 '가치 소비가' 대두되면서, 많은 브랜드가 자신들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없다면 브랜드의 사회적 행보는 유행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지속해서 지키기 위해선, 브랜드 구성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한다. '더 바디 샵'은 누구보다 불의에 투쟁하며, 지구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품질에 타협하지 않는다. 그들은 인류가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가길 소망한다.






카페에서 배운 세 가지 지혜


'더 바디 샵(The Body shop)' 창립자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은 1942년 영국 '리플햄프턴(Little Hampton)'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홀어머니 '길다(Gilda)'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다. 아니타 로딕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카페에서 일을 도왔다. 어머니는 늘 신선한 재료로 음식과 음료를 만들었고, 손님에게 최선을 다했다. 또한 환경을 생각하여 재활용도 신경 썼다. 이런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 아니타 로딕은 자연스럽게 '환경 보호'와 '사람 중심'의 가치를 배웠다. 더 나아가 사업에 있어서 '품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Anita Roddick in 1976. Image source - The Body Shop

        

1976년 아니타 로딕은 결혼 후 생계를 위해 작은 화장품 가게, '더 바디 샵'을 열었다.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배운 '환경 보호', '사람 중심', '품질주의'를 신념으로 가게를 운영했다. 비록 가게는 작더라도 그 안에서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철학이 있길 바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바디 샵은 지역 주민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환경 보호: 리필 정책

더 바디 샵은 화장품 업계 최초로 '리필 정책'을 시행한 브랜드다. 초기 자본이 부족했던 아니다 로딕은 병원에서 쓰는 '소변 샘플 플라스틱병'을 구매하여 제품 용기로 사용했다. 사이즈가 크지 않아 휴대하기 좋았고, 튼튼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


이에 아이디어를 얻은 그녀는 손님이 기존에 사용한 용기를 가져오면 저렴한 가격으로 화장품을 채워 판매했다. 리필 정책은 장점이 많았다. 소비자들은 큰돈 들이지 않고 스킨·로션, 샴푸, 샤워 젤 등을 구매할 수 있었고, 용기를 재사용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다. 더 바디 샵은 이를 통해 친환경 코스메틱 브랜드로서 초석을 다져 나갔다.


품질주의: 천연 원료

더 바디 샵은 '천연 원료'를 제품 주원료로 선택했다. 천연 원료는 품질을 높이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피부에 좋은 성분이 가득하고, 그 종류와 효과도 다양하여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더 바디 샵은 훌륭한 천연 원료를 찾아 전 세계를 탐방했다.


그 과정에서 '호호바 오일(Jojoba Oil)', '코코아 버터(Cocoa Butter)', '알로에 베라(Aloe Vera)'등을 구해 화장품 보습력을 개선했다. 자연에서 얻는 순수한 기름과 씨앗은 인간의 인위적인 발명으로 탄생한 화학 원료보다 뛰어났다.


사람 중심: 공정 무역

더 바디 샵은 '공정 무역'을 통해 원료 공급자와 윤리적인 관계를 구축했다. 이들은 브랜드에 원료를 공급해주는 사람들을 성숙하게 대우해야, 브랜드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 바디 샵은 천연 원료를 수입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바로 원료 대부분이 문명이 닿지 않는 원주민 거주 지역에서 자란다는 것이었다. 원주민들은 주변에 훌륭한 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경제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주기적인 국제 구호에 의존하며 삶을 연명할 뿐이었다. 그래서 더 바디 샵은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커뮤니티 페어 트레이드(Community Fair Trade-1987)'란 캠페인을 벌였다.


더 바디 샵은 원주민들이 공정한 임금과 윤리적인 작업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동시에 원료 채취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시설과 설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원주민 사회는 경제적 안정을 얻었으며, 더 바디 샵은 '시어버터(Shea Butter)', '코코아 버터(Cocoa Butter)' 등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았다.


누구보다 어머니를 사랑했던 아니타 로딕.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세 가지 교훈은 더 바디 샵의 씨앗이었다. 시간이 흘러 씨앗은 싹을 텄고 꽃을 피우며 또 다른 토지 위에 지혜를 흩뿌리고 있다. 더 바디 샵은 땅에 스며든 지혜가 높게 솟아오르게끔 정성을 다한다.






상상이 현실로 되다


Business shapes the world.

It is capale of changing society in almost any way you can imagine.


사업은 세상을 만듭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모든 방식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아니타 로딕-


더 바디 샵은 환경 보호 정책, 사람 중심의 파트너십, 품질 주의를 대외적으로도 확장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회이면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그들이 사는 세상이 더 밝은 세상으로 변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인다.



여성과 소녀의 삶을 위하여


Empowering Women and Girls

여성 인권이 과거에 비해 발전했다. 어린 여성 아이들의 교육 환경도 반세기 전보다 비약적으로 나아졌다. 우리 주변에는 이들을 위한 학교, 교육 및 상담 센터, 공익성 광고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 반대편에선 아직도 성 착취, 폭행, 위험한 노동, 불평등한 교육에 노출된 여성과 아이들이 많다. 더 바디 샵은 이들의 인간 존엄성이 올바르게 보장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펼쳤다.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다.


Stop Violence in the home

2003년부터 더 바디 샵은 캠페인을 통해 '가정 폭력의 심각성'을 폭로하고 있다. 캠페인 출범 당시 민간인, 민간기업, 국제 인권 단체, 국가 기구로부터 한화 약 40억 원의 후원 자금을 모았다. 현재는 UN 및 정부 조직과 협력하며 후원 자금 규모를 넓히고 있다. 후원금은 폭력을 당한 여성과 아이들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심리 치료 지원, 직업 교육, 가정 고발 지원 등에 활용한다.


Stop Sex Trafficking of Children & Young People

2009~2012년 동안 더 바디 샵은 '여성 아동 및 청소년 성매매 근절 운동'을 주도했다.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성매매에 이용당하는 어린아이들이 적지 않다. 아이들 상당수는 그 세계에서 탈출하지 못해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된다. 더 바디 샵은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자 전 세계 700만 고객으로부터 서명받았다. 그리고 24개국 정부에 전달하여 성매매 처벌 관련 법안을 제정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The Body Shop, Stop Sex Trafficking. Image source - Strategic Obgectives


Dream Big with Plan International

2019년 더 바디 샵은 국제구호 기관 'Plan International'과 협력하여 교육 후원 캠페인을 진행했다. 전쟁, 차별, 가난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꿈을 꿀 수 있도록 후원했다. 연필, 공책, 책상 등 각종 물품 지원, 전문 지도 교사 파견,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시리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의 아이들을 도왔다.



파트너들의 번영을 위하여


Growing Partnerships & Supporting Communities

더 바디 샵은 공정 무역 파트너십을 한 차원 더 발전시켰다. 기존은 원주민들과 거래 위주 관계였다면, 현재는 '지역 사회 리모델링' 사업 성격을 띤다. 원주민 사회에 학교, 보건 시설, 발전기, 식수처 등 인프라 조성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어 버터(Shea Butter) 공급지인 '가나(Ghana)'는 더 바디 샵의 발전 기금 덕분에 7개 이상의 학교를 지을 수 있었다. 매해 2천 명이 넘는 아이들이 교육받으며, 의료 환경이 개선되어 구강암, 얼굴 기형, 에이즈 등이 감소했다.


더 바디 샵에게 원주민들은 무역 파트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들에게 원주민 사회는 또 다른 지역 사회에 선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다. 더 바디 샵은 원주민 사회가 자신들이 받은 도움을 이웃에게 나누며 같이 성장하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동물들의 생명을 위하여


Against Animal Testing


The Body Shop, Against Animal Testing. Image source - inews


더 바디 샵은 1989년부터 지금까지 '동물 실험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윤을 위해 비윤리적인 동물 화학 실험을 행하는 일부 화장품 업계 종사자들을 맹렬히 비난한다. 벌이 없으면 꽃이 필 수 없고, 특정 동물이 멸종되면 먹이 사슬에 균열이 생기듯, 동물은 자연 생리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더 바디 샵은 죄 없는 동물들이 인간의 욕심으로 더 희생당하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이들은 국제 동물보호 단체인 'Cruelty Free International'과 유럽 연합 'EU(European Union)'와 함께 동물 실험 반대 법안이 없는 국가를 설득하고 있다. 2018년에는 더 바디 샵 고객, 채식주의자, 인권단체, 환경단체, 동물협회, 지방 정부 등으로부터 800만이 넘는 반대 서명을 받아 국제 연합 'UN'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후에도 더 바디 샵과 이해 단체들의 노력 끝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오스트레일리아와 타이완은 동물 실험 반대 법안을 제정했고, 멕시코는 현재 관련 법안을 입법 추진 중이다. 이 밖에 미국 일리노이주는 동물 실험 반대 법안을 통과시켰고, 버지니아주, 콜롬비아주, 메릴랜드주 등도 법안 제정을 위해 협의 중이다.






지구를 위한 더 바디 샵의 책임


더 바디 샵의 다음 행보는 '환경 보호'철학을 강화하는 것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됨으로써 북극 생태계가 무너졌다. 또한 플라스틱의 해로움과 빠른 소비에 사람들의 회의적 시각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패션, 뷰티, 자동차, 식음료 산업 등 여러 업계에서 친환경 운영 정책을 시작했다. 더 바디 샵도 기업 환경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


첫째, 제품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75%를 '재활용 플라스틱(PCR – Post Consumer Recycled Plasitc)'으로 사용할 것이다. 현재 더 바디 샵 플라스틱 패키지 10%가 재활용으로 만들어진다. 이 비율을 7배 이상 높여 브랜드 내 '플라스틱 재사용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둘째, 화석 연료가 사용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도입할 것이다. 플라스틱은 화석 연료의 '탄소 원자(Carbon atom)'로 제작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어 대기 오염이 발생한다. 이를 막는 방법은 애초에 화석 연료로 플라스틱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셋째, '지속적인 리필 정책(Sustainable Refill Scheme)'을 시행할 것이다. 리필 정책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70년대에 실행됐다. 하지만 내부 사정으로 중단되었다가 2019년에 재개됐다. 더 바디 샵은 재사용 가능한 알루미늄 공병을 판매한다. 고객은 알루미늄 공병을 매장으로 가져가면, 샴푸·로션·샤워 젤 등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리필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면, 폐플라스틱을 연간 90% 이상 줄일 수 있고, 고객과 브랜드 모두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400개 매장에서 시행 중이며, 2022년까지 서비스 매장 수를 두 배 이상 늘릴 예정이다.


국내에는 서울 강남대로점에서 리필 정책을 시행 중이다.






더 바디 샵은 타 코스메틱 브랜드에 비해 대외 활동이 많다. 과거 '고품질의 제품 + 합리적인 가격'이 미덕이었던 시절에도 더 바디 샵은 그 이상을 바라봤다. 뚜렷한 철학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넓혀 갔다. 그러기 위해선 강한 의지와 끈기가 필요하다. 타의에 의해 움직이는 순간 브랜드를 관통하는 철학은 액자 속 그림으로 전락할 뿐이다.


50년 넘는 세월 동안 더 바디 샵이 지속적으로 사회적 책임감을 보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인류를 향한 사랑이다. 거리로 나가 피켓을 들고, 글을 쓰고, 소리를 높이며 약자가 겪는 불합리함에 함께 맞선다. 나아가 인간이 사는 환경과 물건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인류가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가길 소망하기에, 대가 없는 사랑으로 더 바디 샵은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더 바디 샵의 손길이 닿은 사회에 행복이 가득하길 빈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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