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하다가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날짜를 확인해보니 2021년 8월 22일. 작년 이 맘 때 브런치를 시작했다.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브런치에 접속해서 처음에 썼던 글을 확인했는데 기분이 묘했다. 첫 글을 발행했을 당시의 감정이 떠올랐다. ‘내 글을 누가 읽을까?’, ‘나도 브런치 작가라니!’ 식의 생각으로 두근거렸던 것 같다. 지금은 브런치가 생활의 일부가 됐다. 일주일에 글 한 편, 혹은 그 이상을 쓰며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걸어온 발자취를 공유한다. 나는 이것이 즐겁다.
어젯밤, 컴퓨터 바탕 화면에 있는 ‘브런치’ 폴더를 눌러보았다. 작가 자기소개와 작품 활동 계획 등이 적힌 파일들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구구절절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쓴 그때의 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워낙 브런치 합격률이 낮다고 들어서 혼심을 다해 준비했었다. 다른 작가님들의 수기부터 유튜브, 구글 자료 등 안 본 것이 없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덤벼들었다. 진심으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나 보다.
가장 어려웠던 것이 ‘어떤 작품을 쓸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었다. 나는 영어를 좋아해서 ‘TED’라는 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 그곳엔 전 세계 수많은 인사들의 아이디어와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강연이 가득하다. 이것을 작품 주제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TED 강연을 하나 정해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이에 관련된 내 경험이나 생각을 더하면 사람들이 읽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내가 직접 강연자가 된 기분으로 앞으로의 집필 방향성도 꼼꼼하게 기획했다. 두 편의 예시 글도 정성스럽게 작성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퇴고를 여러 번 거치며 정성스럽게 작성했다. 마지막으로 작가 신청 버튼을 누를 때 심장이 콩닥거렸다. 괜한 짓 하는 건 아닌지 잠시 망설였지만 눈 딱 감고 마우스 왼쪽 버튼에 나의 희망을 걸었다. 다행히 간절함이 닿았는지 나는 브런치와 연이 되어 1년 넘게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는 세상 만물 모든 것이 숨 쉬는 곳이다. 시시콜콜한 개인 이야기부터 부부 관계, 직장 생활, 자녀 교육, 시사 경제, 직업윤리, 외국어 학습 등 없는 것이 없다. 촘촘한 문장들로 가득한 작가님들의 글에 집중하다 보면 두세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그만큼 읽을거리가 풍부하고 배울 점도 많다. 브런치는 즐거운 공간이다. 무엇보다 나의 글을 좋아하는 분들과 소통하는 재미는 경험한 사람들만 알 수 있다.
나는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다. 이런저런 문서와 동영상 자료를 벗 삼았을 뿐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책과 가까이 지내려 했다.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읽고 싶은 책들을 탐독하면서 ‘글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예전에는 정보나 재미를 위해 독서를 했었는데, 지금은 문장을 유심히 관찰한다. 관찰할수록 나의 형편없는 글이 부끄럽지만, 부끄러워하기만 하면 나아짐이 없기에 그래도 부지런히 읽고 있다. 큰돈 안 들이고 글을 다루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독서밖에 없는 듯하다.
1년 동안 브런치에 기록하면서 느낀 점들이 많다. 첫째, 나는 부드러운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브런치 메인에 올라온 다른 작가님들의 에세이 글을 읽을 때마다 감탄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서 글이 매끄럽게 읽힌다. 그 능력이 부럽다. 그런 분들의 글을 읽다가 내가 쓴 글을 읽으면 가끔 모래알 퍼먹는 기분이 든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틈이 없어 둔탁한 리듬으로 글이 전개된다. 아는 지인은 그게 나만의 개성이라고 말해주는데 나는 모르겠다.
둘째, 사람들은 스토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나는 브랜드이야기를 브랜딩 관점으로 해석하는 매거진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쓴 글들이 브런치 메인과 다음, 카카오 뷰에 노출된 경우가 4번 있었다. 이걸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주제에 대한 이론보다 실제 사례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배웠다. 그동안 쓴 브랜딩 글의 통계를 봐도 스토리성 글이 정보성 글보다 조회수가 높다. 어떻게 매거진을 꾸려 나갈지 조금 알 것도 같다.
마지막으로 셋째,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브런치를 쓰기 전까지 나란 사람이 글과 연을 맺게 될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저 인스타그램과 일기장에 몇 글자 끄적거리는 것이 전부였을 뿐, 이렇게 오랫동안 1,000자가 넘는 글을 쓰는 행위에 진심일지 몰랐다. 쇼핑과 친구들끼리 수다 떠는 시간이 인생의 낙이었으나 지금은 바뀌었다. 커피를 마시고 재즈를 들으면서 워드에 타이핑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나는 글쓰기를 할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브런치에서 글을 쓸지는 장담할 수 없다. 계속하고 싶어도 브런치가 먼저 망할 수도 있고, 밥벌이에 치여 살아서 글을 더 이상 못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전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브런치를 할 계획이다. 이 글을 포함해서 1년 동안 76개의 글을 썼다. 욕심내지 말고 일단 100개를 목표로 잡아야겠다. 새로운 1년을 위해 묵묵히 걸어야겠다. 아직 나는 할 이야기가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