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주)포워드벤처스를 통해
유통회사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쿠팡(포워드벤처스)을 통해 유통업 회계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성숙기에 들어선 다른 유통업체에 비해 쿠팡은 성장기에 있는 회사로 유통업 회계를 설명하는데 좋은 케이스이기 때문입니다.
유통업의 회계 이슈는 수익의 인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수익은 매출액인데요. 일상생활에서는 '이익'이나 '수익'이나 다 비슷한 뜻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가끔 혼동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러나 회계에서 수익과 이익은 다른 용어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수익'은 매출액이고, '이익'은 매출에서 비용을 빼고 남은 금액을 말합니다.
유통업의 대표선수는 백화점입니다. 백화점에 다 가보셔서 알겠지만 외관은 다들 비슷합니다. 카테고리별로 나뉜 매장이 있고, 매장에서 점원들이 판매활동을 하죠. 하지만 똑같이 영업하는 매장들도 백화점 입장에서는 다 다른 매장입니다. 입점업체와의 계약에 따라 직매입 판매 매장, 특정매입 판매 매장, 공간 임대매장으로 구분됩니다.
먼저 용어의 뜻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직매입 판매방식'이란 백화점에서 직접 상품을 구매하여 판매하고 남은 재고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합니다. '특정매입 판매방식'은 백화점이 납품업자로부터 상품을 우선 매입해서 판매한 뒤 안팔린 상품은 반품하는 거래형태를 말합니다. 특정매입 판매방식은 재고에 대한 위험을 지지 않는 방식이죠. 임대매장은 판매금액과는 관계없이 임대료만 수취하는 방식입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거래 형태가 다른 만큼 이러한 세가지 판매 방식의 회계처리도 다릅니다.
회계기준에 따르면 직매입 판매 매장의 경우 판매액 전체를 수익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하지만 특정매입 판매 매장의 경우 판매액 전체가 아닌 판매수수료만 수익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임대매장의 경우에는 매월 임대료를 수익으로 인식하게 되죠. 임대 매장을 제외한 두 가지 판매 방식에서 수익인식 금액의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상품에 대한 재고 위험을 백화점에서 부담하는지의 여부입니다.
그래서 만원짜리 상품을 판매했을 때 직매입 상품의 경우 만원을 매출로 인식하지만, 특정매입 판매분은 백화점 수수료율 만큼만 매출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IFRS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K-IFRS 제 1018호 수익 문단 21]
기업이 본인으로서 활동하는지 또는 대리인으로서 활동하는지의 결정(2009년 개정)
문단 8에서 '대리관계에서 본인을 대신하여 대리인인 기업이 받는 금액은 경제적 효익의 총유입에 해당하지만 대리인인 기업의 자본을 증가시키지 않으므로 수익이 아니다. 대신에 이 경우 수익은 수수료 금액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기업이 본인으로서 활동하는지 또는 대리인으로서 활동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모든 관련 사실과 상황을 판단하고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이 재화나 용역의 제공과 관련된 유의적인 위험과 보상에 노출된다면 기업은 본인으로서 활동하는 것이다. 기업이 본인으로 활동하는 것을 제시하는 특성은 다음과 같다.
⑴ 기업은 고객에 대한 재화나 용역 제공이나 주문의 이행에 대하여 주된 책임을 부담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주문하거나 구매한 재화나 용역을 수락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부담한다.
⑵ 고객이 주문하기 전후나 인도 중에 또는 반환 시점에 기업이 재고위험을 부담한다.
⑶ 기업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예를 들어, 추가적인 재화나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가격결정 권 한을 갖는다.
⑷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수취할 금액에 대하여 고객의 신용위험을 부담한다.
기업이 재화 판매나 용역의 제공에 관련된 유의적인 위험과 보상에 노출되지 않으면 기업은 대리인으로서 활동하는 것이다. 기업이 대리인으로서 활동을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한 가지 특성은 거래 당 고정된 수수료 또는 고객에게 청구된 금액의 특정 비율로 기업이 가득하는 금액이 미리 결정된다는 것이다.
IFRS에서는 재고에 대한 전반적인 위험을 지는지의 여부에 따라 본인과 대리인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직매입 판매는 본인으로서 거래를 한 것이고, 특정매입 판매는 대리인으로 거래한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그리고 대리인으로 활동했을 경우에 수수료 금액만을 수익으로 인식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회계처리 기준을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매출의 구성항목을 보면 상품총매출액은 직영상품매출액과 특정상품매출액로 구성되어 있고, 정상가에 판매하지 못했거나 반품예상금액을 상품매출액에서 차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특정상품매출액과 특정상품매출원가를 따로 총액으로 표시한 후 차감하는 형식으로 표시했습니다. 두 금액을 차감한 순금액을 특정매입에 따른 수수료 수익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특정매입분도 총액으로 회계처리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특정매입분에 대해 수수료만 매출로 인식하도록 수익인식 기준이 바뀌었는데 그때도 유통업체의 반발이 아주 컸다고 합니다. 회사의 영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회계기준의 변경으로 갑자기 매출액이 대폭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소프트뱅크는 특히 쿠팡의 리테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0% 증가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리테일 매출이란 쿠팡이 직접 상품을 판매하고, 쿠팡의 배송망을 통해 이뤄진 거래의 매출을 가리킨다. 소프트뱅크 측은 쿠팡에 대해 리테일 매출의 급성장, 물류·결제업무 확장, 모바일 이용자 증가라는 점에서 만족과 기대감을 동시에 나타냈다(소프트뱅크 실적 발표, 손정의 '쿠팡' 약진에 대만족.16.02.11 아주경제)
http://www.ajunews.com/view/20160211095144894
쿠팡은 IT기업이지만 회계적으로는 백화점을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쿠팡에 입점한 셀러가 판매한 금액에 대하여 일정 수수료를 받는 것은 백화점의 특정매입 판매분이고, 쿠팡이 직접 상품을 매입하여 판매하는 것은 직매입 판매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기사에서 언급한 리테일매출의 430% 성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기사에서 리테일매출이란 '쿠팡이 직접 상품을 판매하고, 쿠팡의 배송망을 통해 이뤄진 거래의 매출'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직매입 판매분에 대한 매출을 리테일 매출이라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직매입 판매만 가지고 전기대비 비교를 하였으니 올바른 비교방식이고, 매출 성장률이 전년대비 네 배 이상 증가하였으니 손회장님께서도 만족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직매입과 특정매입분을 구분하지 않고 재무제표를 분석하면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예를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보통신기업 구팡은 전년도에 오픈마켓에서 1,000원짜리 물건 10개를 팔았습니다. 구팡의 셀러 판매분 수수료율은 평균 15%입니다. 그런데 올해 구팡은 판매방식을 바꾸어 오픈마켓 셀러 판매분을 모두 직매입하여 미사일 배송 판매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1,000원짜리 10개를 팔았습니다.
구팡의 사장님은 재무제표에 표시된 회사의 매출액 성장율을 보고 대단한 만족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회계기준에 따른 매출액으로 비교해보면 전년도 구팡매출은 셀러 판매액 10,000원의 15%인 1,500원이 됩니다. 그러나 올해 구팡의 매출액은 직매입 판매분이므로 10,000원이 됩니다. 이처럼 판매방식을 바꾸게 되면 전년대비 실제 판매수량은 동일한데도 무려 560%의 매출 성장이 가능합니다.
쿠팡의 직매입 증가는 언론에서 많이 보도된 내용입니다. 따라서 수수료 매출 부분과 총액매출 부분을 구분하여 분석하지 않으면 '구팡'의 사장님처럼 성장성 분석에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쿠팡처럼 거래형태가 변경되고 있고, 성장이 빠른 유통회사를 분석할 때는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차감한 매출총이익의 성장률이 기업의 성장성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거래 형태에 따른 매출액 변동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구채 회계처리에서도 비슷하게 언급했지만, 회계를 안다는 것의 의미가 '단순히 분개를 할 줄 안다라거나 재무제표 숫자를 가지고 여러 가지 분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회계를 안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거래의 본질을 알고, 그 거래를 통해 만들어낸 숫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덧)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올해 4월 14일에 공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FY15년도의 재무제표로 쿠팡의 성장성을 판단하고 싶다면 매출총이익에서 판촉비나 광고선전비 정도는 빼고 분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유는 작년 쿠팡의 공격적인 쿠폰 정책 때문인데요. 15,000원 쿠폰에 친구 초대까지 하면 10,000을 추가하여 총 25,000원의 쿠폰을 주는 이벤트를 무려 15번 이상에 걸쳐 실시했기 때문입니다. 쿠폰을 받는 소비자조차 쿠팡 망하는 것 아니냐? 할 정도로 화끈한 행사였죠. 인터넷 대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사를 통해 늘어난 매출은 쿠폰을 통해 산 부분만큼 매출액에서 차감 조정하여야 하나, 그렇지 않을 경우 회사에서는 판관비의 판촉비나 광고선전비에 반영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공짜 행사로 인한 매출 증가분은 분석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또한 지금 당장 쿠팡에 투자하시려는 분이 아니라면 영업현금흐름분석은 잠시 넣어두셔도 좋겠습니다. 이제 부동산 깔아 놓은 것이 많아서 어떻게 해서든 유동성은 확보됩니다. 그러니 한 3년 뒤부터 해도 늦지 않습니다. 현금흐름분석을 위해서는 재무상태표 각 계정이 Normalize(특이한 숫자가 제거된 것)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포워드벤처스는 재무제표 숫자 변동폭이 매우 커서 회사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현금흐름이 맛사지 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덧) FY14년도 포워드벤처스 영업현금흐름에 대한 분석
안하려고 하다가 '여까지 왔는데 우짜노'라는 심정으로.
(주)포워드벤처스의 FY14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14년도 영업현금흐름이 269억원 플러스로 나왔습니다. 이것은 진짜 영업을 잘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미지급금의 증가 즉 지급하지 않은 단기부채의 증가로 인한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현금흐름표 주석을 보면 미지급금의 증가로 인한 현금유입액이 1,300억원 있었죠. 왜 미지급금의 증가가 영업현금흐름의 증가인가 하고 물으신다면 그건 설명이 매우 길어질 것이므로 다음번에 하겠습니다. 현금흐름표를 그리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대부분 회사에서 미지금금이 이렇게 많이 증가하는 이유는 대규모 유형자산 투자때문입니다. 쿠팡의 대규모 투자를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그러나 포워드벤처스의 재무제표 주석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유/무형자산의 취득으로 인한 미지급액은 약 173억으로 파악됩니다. 미지급금 증가분의 13%정도밖에 설명이 안되네요. 아니면 금융리스부채 같은 큰 규모의 금액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 숫자들도 따로 계상했죠. 그렇다면 173억을 제외한 약 1,127억원은 판관비를 구성하는 각종 수수료인 용역비, 물류비, 지급임차료, 광고선전비등의 미지급금액 밖에 없습니다. 제 상식에서는 그렇습니다.
FY14년동안 총 발생한 손익계산서상 용역비, 지급수수료, 물류비, 지급임차료, 광고선전비, 기타판관비의 합이 1,671억인데, 이것들이 연말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여 미지급금이 증가한 것이겠네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골치 아프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현금흐름표를 잘 못 그린 거에요. 유형자산과 미지급금의 비현금대체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바로 영업현금흐름은 (-)로 돌아서겠죠.
따라서 현금흐름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재무상태표 숫자들이 Normalize된 상태에서 분석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더더덧)쇼설커머스의 '진실의 순간', IT기업은 제외
쿠팡이 쇼셜커머스 1위에 오른 것은 쿠폰의 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작년 2만 5천 원의 쿠폰을 제공받기 위해 쿠팡 앱을 깔고 공짜로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이 매우 궁금하네요. 국내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는 매우 크다고 보거든요. 체리피커까지 감동시켰는지가 궁금합니다. 이미 쿠팡에서 구매하는 것은 단순한 물품 구매가 아니라 쿠팡을 구매하는 것이다라는 분도 계시던데. 이 정도 충성도라면 소셜커머스의 애플로서 더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요.
마지막으로 인터넷에서 본 소비자의 말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창 쿠팡에서 15,000원 쿠폰 나눠주던 시절이 있었지요. 정말 대란이라고 불릴 정도의 어마마한 이벤트였는데...(16차까지 있었지요? 아마), 친구 데려오면 10,000원 쿠폰 추가
이렇게 공격적인 투자로 쿠팡이 소셜커머스 업체 1위를 차지하고 나서 요즘에는 티몬이나 위메프에서도 열심히 쿠폰을 뿌리는 모습이 보이지요.
소비자인 저희에게는 좋은 현상이겠지요?"
아직까지는 '어느 소셜이 쿠폰을 많이 뿌리는가'가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소셜커머스에 대한 '진실의 순간'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