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회계 관점에서
얼마 전 '페북 발 쿠팡 대란?' 또는 '쿠팡 발 페북 대란?'의 단초가 된 기사의 내용이 바로 쿠팡 물류센터의 세일 앤 리스백이었습니다.
오보로 밝혀졌지만, 쿠팡에서 태핑 정도는 해본 것이 아닐까 추측은 해봅니다.
IB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인천물류센터와 경기도 이천시 덕평물류센터를 매각하기로 하고 투자기관들을 접촉하고 있습니다.
인천물류센터는 쿠팡이 신축한 곳이고, 덕평물류센터는 기존 휴메드물류센터를 완공 전 1,400억 원을 주고 선매입 한 곳입니다.
IB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잔금을 치러야 하는 시기가 왔는데 잔금을 치르자마자 팔려고 하는 것"이라며, "매각 후 재임대해서 쓰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단독] 쿠팡, '로켓 배송 핵심' 물류센터 매각한다..."유동성 확보 절실"(머니투데이 방송 2016.02.19)
지난번 많은 사랑을 받은(감사드립니다~^^) '유통업 회계의 이해'에 이어 '판매후리스' 거래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리스거래의 특이한 형태 중의 하나로 판매후리스(Sale & leaseback)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회사에서 소유한 자산을 판매한 후, 그 자산을 다시 빌려 쓰는 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회계학 교과서 리스 부분의 맨 끝에서 배우게 됩니다. 회계처리가 매우 까다로워서 문제를 풀 때마다 틀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판매후리스 거래는 최근에 개발된 새로운 금융기법은 아닙니다. 최근 들어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판매후리스가 최초로 가능하게 된 것은 96년 말부터 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리스 사는 리스로 취급한 중고자산 관리와 매매업무 및 자체 제작한 국산기계에 대해 세일 앤 리스백을 할 수 있게 됐다. 재정경제원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리스사 부수업무 및 업무운용준칙 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리스社 운전자금대출가능.1996.11.20 매일경제, 6면)
판매후리스거래는 주로 부동산으로 금액이 매우 큰 거래이기 때문에 리스제공자의 실체가 매우 다양합니다. 은행, PEF, 릿츠회사, 부동산신탁사 등이 리스제공자의 역할을 하고 있죠. 부동산펀드라고 부르는 릿츠펀드도 많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리스 이용자 입장
기업에서 판매후리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기존 사업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영업력의 훼손 없이 부족한 운영자금 충당 또는 신규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거액의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리스제공자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내용의 계약이 체결된다면 임대료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사례가 판매후리스 거래의 장단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리스와 관련된 주석을 6번과 11번으로 분산시켜 놨네요.
주석 6번 유형자산을 확인하면 점포용 부동산의 매각으로 1조 2천3백억 원의 현금이 유입되었습니다. 홈플러스는 판매후리스의 목적을 재무 구조 개선이라고 밝혔지만, 투자사인 영국 테스코가 투자금의 일부를 회수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라고 보도된 적도 있었습니다. 손회장님께서 쿠팡에 쏴주신 것과 비슷한 금액이 홈플러스에도 일거에 유입되었네요. 유동성이 풍부해지니 경영 의사결정이 한결 수월해졌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판매후리스거래를 이용하는 회사의 목적이겠죠.
하지만 주석 11 우발채무 및 약정사항을 보면 홈플러스는 약 13년 동안 2조 8천7백억 원의 리스료를 부담합니다. 또한 주석 6에서 알 수 있듯이 리스 기간 종료 후 부동산 원상복구비 2백억 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고요. 두 금액을 더해 보니 남은 리스 기간 동안 총 2조 9천억 원을 임대료 등으로 지출해야 합니다. 연평균 2,200억 원 규모네요. FY14년도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이 약 1,900억 원 정도인데 2,200억 원의 임대료는 부담스러운 금액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홈플러스에 유입된 1조 원 넘는 금액으로 매년 2천2백억 원 이상의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면 성공적인 의사결정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기회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임대료로 지출하는 금액 이상의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다소 아쉬운 의사결정이 될 수도 있겠죠.
리스 제공자의 입장
리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부동산을 매입함과 동시에 임차인이 확정되는 것이므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펀드 조성으로 참여자들은 큰 금액을 나누어 부담한다는 장점도 있죠. 또한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임대료로 수익을 얻는 것은 위 홈플러스 감사보고서를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시세차익을 얻은 예로는 2003년 코크랩 3호가 한화증권 여의도 사옥을 1,383억 원에 매입 후 2008년 3,201억 원에 재판매하여 1,818억 원의 차익을 얻었습니다. 또한 코크랩 1호는 한화의 장교동 현암빌딩을 1,860억 원에 매입 후 2007년 2월에 3,500억 원에 매각하여 1,640억 원의 차익을 거둔 바 있습니다. 5년 동안 100%가 넘는 시세차익을 올린 사례입니다. 그러나 시세차익은 불확실한 부분으로 투자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결국 판매후리스는 리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안정적이고 충분한 임대료 수익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리스이용자는 일시에 거액의 자금조달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여 재무구조 개선이나 신규투자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호 간 이해관계가 잘 맞고 있기 때문에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판매후리스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한 기업의 사례를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두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같은 수주산업과 동국제강 같은 원자재 산업, 홈플러스, 롯데쇼핑, AK프라자 등 유통산업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동국제강과 두산건설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동국제강은 회사의 상징이자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지난 4월 삼성생명에 매각했다. 공시된 페럼타워의 매각금액은 4200억 원. 페럼타워는 동국제강이 34년간 본사로 사용한 서울 수하동 사옥을 지난 2007년부터 재건축해 2010년 완공한 건물이다. 공사비만 1400억 원이 투입됐다. 동국제강은 그동안 본사 매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악재와 값싼 중국산 철강이 대거 유입되면서 동국제강은 경영난에 시달렸다. 설상가상 그룹 수장인 장세주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위기감을 높였다.
두산건설과 오리콤 등 두산그룹 계열사 5개 본사도 성남으로 이전을 꾀하고 있다. 강남 논현동 사옥을 1440억 원에 매각한 뒤 최장 15년간 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 조건으로 셋방살이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두산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두산건설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4% 감소한 110억 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매출액은 4381억 원으로 21% 감소했으며 당기순익은 437억 원으로 83% 줄었다
(기업 흥망성쇠 가늠자 '사옥 이전' 머니위크 2015.10.09)
AK 프라자와 롯데
애경그룹은 경기 남부권 핵심점포인 AK플라자 분당점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유통부문 자회사인 AK에스앤디가 검토 중인 방식은 AK플라자 분당점을 매각한 후 재임차(세일 앤 리스백)하는 형태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측은 “AK플라자 분당점에 대한 매각 후 재임차와 관련해 조건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애경그룹은 앞서 AK플라자 구로점을 같은 방식으로 유동화했다. 보유 중인 부동산을 매각한 뒤 장기임대로 다시 사용하는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식은 장기 내수침체를 겪고 있는 유통업계에서도 자금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거나 선제적 대응 차원의 자구책으로 종종 활용되고 있다.
롯데그룹도 지난해 8월 백화점 2곳(일산·상인)과 마트 5곳(부평·당진·평택·고양·구미)을 6017억 원에, 12월에는 백화점 2곳(포항·동래)과 마트 3곳(동래·천안·군산)을 5000억 원대에 매각한 뒤 20년간 장기 임차한 바 있다.
(땅 팔고 건물 팔고 자회사까지... 유통가는 '자금 전쟁'중, 아시아경제 15.11.19)
업체별 차이점은 요즘 업황이 어려운 수주산업 및 철강 등 원자재 산업 내의 기업은 부족한 운영자금 충당의 목적으로 판매후리스를 이용한 것 같습니다. 반면 유통업은 재무건전성 강화(차입금 상환) 또는 신규투자용 현금 확보의 목적으로 판매후 리스를 이용하고 있네요. 전자는 현재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후자는 미래에 다가올 위험에 대비하고 있는 측면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유통업은 점포로 사용하고 있는 입지 좋은 부동산이 많이 있기 때문에 판매후리스거래가 용이한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목적이 다르다고 해서 현상이 다른 것은 아닙니다. 위 업체들의 공통점은 회사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좋지 않은 시그널이죠.
그렇지만 꼭 부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집 판 돈으로 다른데 투자해서 더 큰 돈을 벌 기회가 있다면 집 팔고 셋방 사는 것이 탁월한 의사결정 아니겠습니까?
판매후리스는 리스 제공자(펀드 등)와 리스 이용자(판매회사)의 사적 계약이므로 거래구조는 만들기에 따라 복잡할 수도 단순할 수도 있습니다. 거래가 복잡해지는 주요 원인은 리스제공자가 큰 돈이 없기 때문이지요. 참여자의 수익율을 고려한다는 표현도 돈이 없다와 비슷한 얘기입니다. 그러나 리스이용자 입장에서는 그리 복잡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싼 값에 팔고 싼 값에 임대하면 되니까요. 일반적으로 판매후리스는 리스료와 판매 가격을 일괄적으로 협상하기 때문에 리스료와 판매 가격은 서로 관련을 맺게 됩니다. 매각 가격이 높으면 임대료가 비쌀 테고, 매각 가격이 낮으면 임대료를 싸게 계약 맺는 것이죠.
판매후리스 거래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금융리스인지 운용리스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융리스와 운용리스의 구분은'#14 리스회계의 이해(https://brunch.co.kr/@cpa1997/22)'를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금융리스로 분류한다면 재무제표에 금융리스자산, 금융리스 부채라는 계정과목이 새로 생깁니다. 실질적으로 리스제공자가 리스이용자에게 자산을 담보로 금융을 제공하는 거래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판매가액이 장부상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도 즉시 이익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원래는 '유형자산처분이익'으로 인식했어야 하는 금액이죠. 이 초과금액은 리스 기간 동안 나누어서 이익으로 인식합니다. 따라서 토지, 건물을 팔았어도 회사의 재무제표에서 없어지지 않고 금융리스자산으로 계정 대체되어 계속 살아있습니다. 감가상각도 계속해야 하고요. 유입된 현금도 미래 리스료로 분할 상환해야 할 금액이 되므로 빚으로 간주하여 금융리스부채로 계상하게 되죠.
정리하면 매각대금의 유입으로 현금 증가, 금융리스부채의 발생으로 부채가 증가합니다. 자산과 부채가 같은 금액만큼 증가하므로 결국 부채비율이 증가하게 됩니다. 자산과 부채가 동일 금액이 증가하면 부채비율이 증가합니다. 자기자본이 50이고 부채가 50이어서 부채비율이 100%였는데,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50씩 증가하면 자기자본은 50으로 동일하고 부채는 100이 되므로 부채비율은 200%가 됩니다. 결국 금융리스로 분류되면 유동성은 확보되었으나, 재무비율이 악화되었으므로 이론적으로는 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겠네요.
운용리스로 구분될 경우에는 회계처리 방법에 몇 개의 케이스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라면 매매가액과 리스료는 시가(공정가치)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이 경우 처분에 따른 손익(유형자산 처분손익)은 바로 손익계산서에 인식합니다. 진성 거래로 보는 것이지요. 따라서 운용리스 처리한다면 유동성이 확보되고 재무비율도 개선될 것이므로 이론적으로는 주가에 좋은 영향을 미치겠지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부담해야 할 리스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판매후리스를 운용리스와 금융리스로 구분하는 가장 쉬운 기준은 무엇일까요? 리스이용자가 우선매수권을 가지는지 여부입니다. 우선매수권은 '딴놈한테 얘기할 필요없이 내가 먼저 살게'정도의 옵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특히 리스이용자가 염가에 우선매수권을 가진다면 결국 리스한 자산을 다시 사들일 것이기 때문에 유형자산 매각거래로 보기 힘들겠죠. '팔기는 했는데 팔기전과 똑같이 쓰고, 일정기간 후에 싼값에 다시 산다?' 이러한 거래는 진성거래로 보지 않고 금융거래로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선매수권을 가지지 않는다면 토지와 건물의 임대는 일반적으로 운용리스로 처리합니다.
그럼 판매후리스거래를 한 회사는 어떤 방법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이 유리할까요? 운용리스로 처리하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운용리스로 분류되도록 거래 구조를 설계하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외부 재무제표 이용자가 공시된 재무제표를 통해 운용리스 또는 금융리스로 처리한 근거를 알 수 있을까요? 실제로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석을 통해 세부적인 계약조건까지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니까요.
회사에서 리스거래를 계정과목 그대로 금융리스자산, 금융리스부채 등으로 처리하고 계약내용을 자세하게 주석에 공시한다면. 외부인으로 땡큐지만 너무 야한 재무제표가 돼버립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회계 기준에 맞추되 보여줄 듯 말 듯 섹시한 재무제표를 만들어야 일 잘하는 회계팀이겠죠.
그러나 재무제표 이용자 입장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재무제표의 주석을 꼼꼼히 읽어봐야 합니다. 비록 제한된 정보지만 주석 안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잘 조합해서 해석하는 능력이 재무제표를 읽는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