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사례로 본 차이점, 매경프리미엄 2016.11.29 기고
재무제표 검토 vs 감사,
내년 30세가 되는 후남 씨는 결혼을 독촉하는 부모님의 성화에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닙니다. 최근 부모님이 좋은 남자라며 주대우 씨를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후남 씨는 별로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주대우 씨와 종각의 모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주대우 씨는 후남 씨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런저런 얘기로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합니다. 후남 씨도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집니다.
"직장은 어디세요?"
"D건설에 다니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신가요?"
몇 가지 질문을 통해 후남 씨는 주대우 씨에 대해 알아갑니다. 또한 주대우 씨의 대답에서 몇 가지 판단도 하게 되죠. "주대우 씨가 맏아들이라고 하니 부모님의 기대가 크겠구나."
후남 씨가 주대우 씨와의 첫 만남에서 했던 질문과 판단들은 회계법인이 검토 절차를 수행한 것과 비슷합니다. 회계법인이 수행하는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 절차는 질문과 분석적 검토로 이뤄집니다. 회사의 주요 계정의 증감이나 특이사항에 대해 회사 담당자에게 질문하고, 회사에서 제시한 자료에 대해 이상 항목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절차를 수행합니다. 이때 이용하는 방법을 분석적 검토라고 하는데, 이는 재무제표의 각 계정에 대해 시계열 분석 및 여러 검토 기법을 동원하여 특이점을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질문과 분석적 검토만으로는 후남 씨의 판단에 높은 신뢰를 가질 수 없습니다. 실제로 증빙을 확인해 보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회사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의견도 마찬가지입니다. 검토의견은 보통 수준의 신뢰를 주도록 절차를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 "보통 수준의 확신을 준다"고 말합니다. 법에서 상장법인의 분반기 재무제표는 감사가 아닌 검토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은 대우건설도 3분기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의견이었습니다.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를 주기 위한 작업이 바로 회계 감사입니다.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는 위에 알아봤던 검토 절차에 더해서 실물 증빙의 확인과 재고실사 등의 실사 절차, 은행조회서 등 외부조회서 발송 및 회수 절차가 포함됩니다. 즉 회계법인에서 수행하는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는 검토보다 높은 신뢰도를 주기 위한 절차를 설계하고 수행합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 "재무제표에 합리적 수준의 확신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위에서 알아본 것처럼 검토와 감사는 부여하는 신뢰도의 차이가 있으므로 같은 절차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우건설 3분기 감사 의견거절'이라고 쓴 기사는 제목에 오류가 있는 것입니다. '대우건설 3분기 검토 의견거절'이 맞는 용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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