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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홍 Jan 14. 2016

[#2] 영구채와 RCPS

- 부채인가? 자본인가?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날아다니는 것을 하나 만들었는데 이름을 'Sky car'라고 지었습니다. 이것은 비행기일까요? 자동차일까요?

국제회계기준(IFRS)은 영구채는 채권의 일종인데 발행자의 자본으로 처리하고, RCPS(전환상환우선주)는 주식인데 발행자의 부채로 처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일부 예외적인 경우는 있습니다).

이름과 회계처리는 반대네요.

회계처리에 있어 거래의 실질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RCPS(전환선주)는 벤처캐피털(VC)이나 프라이빗에쿼티(PE)등이 IPO를 통한 Exit 전략을 구사할 때 주로 이용하는 투자방법입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급성장하는 중소기업 등이 주로 발행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상환/전환 청구권(옵션)을 투자자가 가지게 되지요. 그래서 IFRS에서는 부채로 처리합니다. 투자자가 계약서에 명시된 기간에 상환을 청구하면 회사는 현금을 내줘야 하므로 부채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즉 이익잉여금이 없으면 상환이 불가능합니다. 전문용어로 '물린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엔젤투자자가 진짜 날개 달고 있나요? 그래서 상환청구의 대상을 대주주나 관계회사로 구조를 짜기도 합니다.


*영구채를 네이버에서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자본증권으로 설명하고 있네요.  자본증권이라기보다는 자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채권이 더 적합한 설명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발행한 영구채는 조금 특이하네요.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발행한 영구채의 경우 만기 30년 리볼빙 조건입니다. 발행한 후 5년 시점에 두산에서 영구채를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권리(콜옵션)가 있고, 투자자도 Core Patner's Ltd라는 회사에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가지고 있네요. 먼저 M&A 관련한 상식을 하나 소개합니다. Deal Structure라고 거창하게 말하기도 하죠.


차입매수(금융기관 차입부 기업매수, Leveraged Buyout)는 자금이 부족한 매수기업이 매수대상의 자산과 수익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여 매수합병 하는 것을 하는 말합니다. LBO라고 도 합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전세 끼고 집사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LBO의 구조를 보면 일반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하나 세웁니다. 페이퍼컴퍼니는 실탄을 가진 회사로 만드는데, 매수기업이 현금을 태우고, 금융기관들로부터 차입을 일으킵니다. 금융기관들로부터 차입을 일으키는 것을 인수금융이라고 하죠. 금융기관은 담보 없이 돈 꿔주는 곳이 아니므로 매수대상 회사의 주식이든 자산이든 담보로 잡습니다. 즉 매수기업은 매수대상 회사의 자산이나 주식을 담보로 돈을 꿔서 인수하게 되므로 적은 돈으로 인수합병이 가능하게 됩니다. 인수가  마무리된 후에는 페이퍼컴퍼니와 매수된 회사를 합병시키는 것으로 M&A 과정이 마무리되죠. 합병 당시 인수금융으로 발생한 페이퍼컴퍼니의 부채는 인수된 기업의 부채가 되거나,  인수된 기업의 현금으로 상환하게 됩니다. 예전 STX그룹의 빠른 외형 확장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06년 즈음 STX 계열사의 주가를 보면 가능한 방식이었죠. 하지만 LBO방식의 M&A는 배임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이른바 신한 LBO 사건은 "담보제공형 LBO’였는데 피고인의 배임죄가 인정됐습니다. 반면 '합병형 LBO’ 사건(동양메이저, 한일합섬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배임죄가 부정됐죠.‘유상감자, 환급형 LBO’ 사건(대선주조 사건)에서도 배임죄가 부정됐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온세통신 사건에서 대법원은 신한 LBO 사건과 내용이 유사하지만 완전히 다른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매경 2015.12.16, "걸면 걸리는 배임죄.. 가이드라인 있어야")


이것들의 영향인지 요즘에는 눈에 보이는 차입매수(LBO)의 방식으로 M&A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진 것 같네요.


요즘은 LBO 보다는 인수 후 유상증자 방식이 많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인수회사는 M&A 완료와 함께 유상증자를 실시합니다. 이 유상증자에  인수당한 회사의 주주가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로엠 매각대금이 1,000원인데, 로엠 주주는 받은 돈 1000원 중 500원을 가카오 유상증자로 토해냅니다. 유상증자에 현금대신 본인의 주식으로 현물출자 할 수도 있습니다. 돈을 내느냐 주식을 내느냐 그것의 차이죠. 합병절차에 차이만 있지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인수당한 로엠의 주주는 현금 500원과 인수회사 주식 500원을 받은 것이 됩니다. 인수회사의 가치가 상승한다면 합병으로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겠네요. 카카오와 로엔의 합병, 아가방과 디자인스킨의 합병 방식이었죠.


영구채 얘기하면서 샛길로 빠졌네요. 다시 영구채 얘기로 들어가겠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영구채 발행 시에 LBO와 비슷한 구조를 도입했습니다. 회사와 투자자 사이에 Core Patner's Limited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이죠. Core Patner's Limited 경우 Keb 하나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으로부터 지급보증을 받고 있습니다. 즉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여 환매를 요청했을 때 두산인프라코어가 아닌 Core Patner's Limited에서 돈을 지급하고 영구채를 취득하게 됩니다. 이때 Core Patner's Limited가 돈이 없다면 지급 보증한 은행에서 대신 대금을 지급해야 하겠죠. 영구채를 상환한 후에는 Core Patner's Limited가 다시 두산인프라코어에 영구채 상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두산인프라코어는 현금 대신 자기의 주식을 주게 됩니다. 즉 두산인프라코어는 영구채 상환에 현금이 필요 없네요. 결국 Key는 Core Patner's Limited에 현금이 있는지 여부가 되겠네요. Core Patner's Limited가 채권자들의 상환 요구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지급 보증한 KEB 하나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이 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15년 3Q말 재무제표 주석


롯데쇼핑, SK 텔레콤, 포스코에너지에서 발행한 영구채는 스텝업(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이자율 상승) 조항과 발행회사의 조기상환청구권(Call Option)이 있는 것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비슷하나, 투자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가지지 않는 것과 회사와 투자자 사이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지 않은 것은 차이점입니다.



영구채 논란의 핵심은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기업이 기업회계기준(IFRS)을 이용해 실질이 사채인 영구채를 발행하여 재무구조를 왜곡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기사나 페북 네임드 유저분들을 보면 영구채를 발행한 기업과 회계기준을 모두 모아서 비판하려고 하니 오류가 생기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회계기준 때문에 영구채가 발행되었다? 이런 의견은 사건의 인과관계를 잘 못 파악한 것입니다. 시장에 수요가 있으니 발행된 것이겠지요. 발행하는 기업 입장에서나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나 입맛에 적합한 상품이었기 때문에 발행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두 가지 사건을 구분해서 보세요.

1) 두산 인프라 코어의 위기다. 영구채 이자가 좀 있으면 1년에 500억인데 큰일이다. -> 기업 고유의 문제


2) 일부 영구채는 갚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것도 자본으로 볼 수 있나? -> 회계기준상의 문제


1) 번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므로 스킵하고 2) 번 회계기준상의 문제에 대한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얼마 전에 본 신문 기사에서 회사가 콜옵션을 가지고 있어서 부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옵션을 가지고 있으면 상환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입니다. 회사의 선택에 따라 원금을 안 갚아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위기가 우려된다면서 안 갚아도 되는 부채를 갚는다는 가정은 어딘지 모르게 억지스럽네요. 회사에서 보유한 콜옵션은 영구채를  더욱더 자본스럽게 만드는 조건입니다.

스텝업 조항 때문에 갚을 수밖에 없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영구채를 상환해도 결국은 주식입니다. 포인트는 Core Patners Limited.입니다. 기자분들은 Core Patners Limited를 취재해야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영구채를 신평사가 부채로 보기로 했던 자본으로 보기로 했던 그건 신평사 얘기고 그것이 부채라는 증거는 될 수 없죠.


두산의 위기과 영구채를 엮으려고 하니 무리수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사들에서 지적했듯이 회계처리 관점에서도 보완해야 할 만한 사항도 있습니다. 만기보유증권이라는 계정과목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회사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취득하는 경우 만기보유증권으로 회계처리 하지요. 하지만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한 후 만기 전 매각이나 상환청구를 하게 되면 다음부터 취득하는 사채는 의도가 어떠하든 만기보유증권으로  회계처리할 수 없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영구채를 발행한 기업이 한 번이라도 조기 상환한다면 다음에 영구채를 발행하여도 자본으로 분류할 수 없는 규정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또한 영구채의 발행자가 특정시점에 상환할 것으로 예측되는 각종 옵션이 포함될 경우 자본으로 분류를 제한하는 것으로 기준이 보완되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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