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녀 엄마는 수련 중입니다.

- 엄마와 아이가 만들어 가는 '리얼성장' 동화

by 오직 결

⌈마녀를 좋아하는 딸에게 어설프게 엄마가 마녀라고 고백하며 확장된 이야기입니다. 철썩 같이 엄마가 마녀라고 믿는 딸에게 마녀의 세계관은 점점 걷잡을 수 없게 커졌습니다. 차라리 아이와 함께 이 이야기를 만들어 가볼까 생각하여 매일 잠자리 독서로 들려준 후 반응을 녹인 '리얼 성장동화'를 써보려 합니다. 딸아이가 언제까지 엄마가 마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7살 순수한 마음을 녹여 기록해보고자 하는 '마녀 엄마는 수련 중입니다'⌋


※ 이 브런치의 구성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 첫 번째 구성. 엄마가 만든 동화

- 두 번째 구성. 린나(딸)의 반응

- 세 번째 구성. 엄마의 한 줄


⌈엄마가 만든 동화⌋


2장. 놀이터와 거짓말


유치원을 다녀오면 놀이터가 너~무 가고 싶어요. 엄마는 인간세상에서 선생님 일을 하는 게 힘든지 기운 빠진 어깨와 빨간 눈으로 날 데리러 와줘요. 그래도 구몬 하기 전에 실컷 놀아야 해요. 안 그러면 집에서 꼼짝없이 밀린 숙제만 해야 하거든요. 내 친구 지안이가 오늘 놀이터에서 기다리기로 약속까지 했어요!


" 꺅~ 지안아~~~~~"


내 친구 지안이. 남자친구인데 진짜 착해요. 나는 인형놀이 하는 시시한 여자 친구들과는 잘 놀지 못해요. 지안이는 블록놀이도 척척! 내가 좋아하는 포켓 몬스터 카드도 엄청 엄~청 많아요. 그래서 다음에는 가장 아끼는 포켓몬을 서로 바꿔 가지기로 약속도 했어요. 내 친구 지안이~ 내 똘만이 지안이 키키키


린나: "지안아 우리 캠핑 놀이 하자"

지안: "응! 린나야 나 뭐 하면 돼?"

린나: "너는 낙엽 주워오고 나뭇가지도 주워와~ 나는... (눈치 보며) 쉿! 엄마한테 비밀이야! 물통에 물 담아서 흙에 뿌리고 나뭇가지로만 살짝 아주~살짝만 진흙놀이 하자"

지안: "야... (눈치 보며) 그러다가 너희 엄마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

린나: "괜찮아 우리 엄마 지금 너희 엄마랑 이야기한다고 몰라"


나는 엄마 몰래 하는 놀이가 심장이 두근두근거리면서도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진짜 재미있는 건 하지 말라고 하고 재미없는 것만 하라고 하니까 자꾸 반대로만 하고 싶어 져요. 그래서 이제는 엄마 몰~래 하고 있어요.

난 손으로 만드는 건 뭐든 자신 있어요! 흙과 물을 섞는 비율이 중요해요. 물이 많으면 흙이 줄 줄 흘러요. 물을 적~당히 넣어야 이렇게 동그랑땡을 만들 수 있거든요! 지안이는 나뭇가지로만 깨작깨작거려요.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히히 엄마를 슬쩍 보니까 지안이 엄마와 이야기하느라 정신없네요. 대마녀이면서 내가 뭐 하는지도 모르는 걸 보면 살짝 엄마가 마녀인 게 의심스럽긴 해요.


엄마: "린나야~ 이제 6시야 집에 가자~"


이크! 큰일이에요. 아주 조금만 진흙 놀이를 한다고 했는데... 으~~~ 악! 이걸 어쩌죠? 흰색 스타킹에 진흙이 왕창 묻어 버렸어요. 엄마가 오늘 아침 '스타킹 조심해!'라고 잔소리 엄청 많이 했는데... 진짜 큰일 났어요.


린나: "엄마.... 진짜 저는 살짝만 아주 살~짝만 가지고 놀려고 했어요. 그런데 지안이가 갑자기 물을 가지고 오는 바람에..."

지안: "야! 무슨 소리야...(버럭 소리를 지르며) 내가 언제! 린나 네가 먼저 물 가지고 와서 진흙놀이 하자고 했잖아! 왜 거짓말해!"

린나: "아니야! 나 거짓말 안 했어!"

지안: "(글썽거리며) 나 아니에요. 린나가 먼저 하자고 했어요... 엄마.. 나 아니야..(눈물터트림)"

린나: "(눈치 보지만 울지 않으며) 나 아니야. 내가 먼저 하자고 안 했어요.. 그냥 놀자고... 만..."


어떡하죠? 나도 모르게 그만 거짓말을 했어요. 지안이가 했다고 하면 덜 혼날 것 같아서요.. 이제 어떡하면 좋죠? 진짜 울고는 싶은데... 왜 눈물도 안나는 걸까요?


엄마: "린나야.. 엄마 봐. 스타킹이 더러워진 건 아무 일도 아니야. 엄마는 린나가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중요해"


엥? 엄마가 마녀로 변신하지 않았어요... 원래 눈이 쓰-윽 하고 올라가고 벌써 소리를 꽥! 질러야 하는데... 왜 지금은 지금은.... 눈물이 나는 걸까요....


린나: "(눈물을 흘리며) 내가 먼저 하자고 했어. 나도 모르게... 창피하니까 여기서 말고 다른 데서 이야기해"


나는 사람 많은 데서 혼나는 것도 우는 것도 너무 창피해요. 사람 없는 데서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엄마가 무서운 마녀로 변신하지 않았으니까- 내 말을 들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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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공터에 엄마와 린나 단둘이 구석진 곳)


엄마:"그래 린나야 솔직한 네 말을 듣고 싶어."


린나: ".... 몰라... 엄마 미안해. 진짜 잘못했어...(눈물)"


엄마: "린나야..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린나 너도 그 순간 많이 당황했을 거야. 그런데 지안이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스타킹은 빨면 다시 되돌릴 수 있어. 하지만 거짓말은 되돌리기 어려워. 우리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린나: "지안이에게 사과하고 싶어... 사과 안 받아 주면 어떡해...(울음)"


엄마: "글쎄... 그건 지안이에게 달린 문제야. 받아주지 않아도 우린 사과를 해야 해. 거짓말은 잘못한 거니까."


린나: "지안아... 미안해... 내가 당황해서.. 그러면 안 되는데..."

지안: "그래. 사과받아줄게. 그럼 내일 우리 포켓몬 교환식 할까...?

린나: "진짜?(훌쩍이며) 내일 내가 제일 센 거 들고 올게. 넌 낮은 거 들고 와도 돼~"


이렇게 우리는 화해를 했어요. 내일 제~일 센 거 들고 와서 지안이에게 줘야겠어요. 착한 지안이 내 짝꿍 지안이.


착한 우리 마녀 엄마. (유~후!)

오늘은 무슨 반찬을 해주시려나. 우리 엄마는 진짜 마녀가 맞아요. 인간세상에서 선생님 직업이 더 힘들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집에 오면 보글보글 지글지글 치-익 소리 나면 끝. 그냥 한상 가득 이예요. 나는 우리 엄마가 마녀라서 정말 좋아요!


린나:"엄마~ 오늘 반찬 뭐예요?"

엄마:"(가자미눈)린나야 엄마가 뭐 말할 것 같아?"

린나:"아~! 손, 얼굴, 발 씻고 옷 갈아입고 구몬하고 있으라고요?

엄마:"잘~ 아네! 그럼 엄마 준비하는 동안 후다닥 하는 게 좋을걸?"


이크! 엄마가 슬슬 못된 마녀가 되려고 해요. 자! 손을 씻어 볼까나~

어! 비누가 달라졌네? 거품이 어제 보다 더 잘나잖아? 오~호! 진흙놀이 2탄이다! 손에 비누를 쭉~욱 짜고 물을 많이 묻혀서 문질 문질. 더 세게 문질문질 한 다음 입으로 살 살 후~후~ 우와! 대왕 비눗방울이다~ 이건 세상에 알려야 해!


린나:"엄마~ 엄마~ 빨리요 빨리"

엄마:"왜~ 엄마 바빠~"

린나:"빨리요 빨리"

엄마:"아니 뭐 하길래. 이.... 게... 뭐야...?(거품으로 가득찬 세면대를 보고 눈이 커지는 엄마)"


엄마는 잠시 '꽁꽁꽁' 얼음이 된 것 같았어요. 나도 엄마의 모습을 보고 '꽝꽝꽝' 얼음이 되었어요.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대왕 비누 방울이 날아가 뽕~옹! 하고 엄마 코 위에 터져버렸어요.

그 순간 우리 엄마 목소리도 터져버리듯


엄마:"김 린 나~~~~악"


으~~~ 악! 이제 어쩌죠....?


"그럼(핑거스냅!!) 뾰로롱 얍... 안 하면 안 될까요 살려주세요~?

다음 이야기로 만나요..."


⌈린나의 반응⌋

박상대소! 린나가 애 정말 못 말린다고 빵 터졌다. 아빠가 웃으며 손가락질로 너네 너네 했다. 린나는 아빠가 감히 나에게 손가락질을 해서 기분은 나쁘다. 그래도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더 들려 달라고 했다. 2장도 성공한 건가? 그리고 오른손이 왼손이에 대해 궁금해했다. 다음 장에는 오른손이 와 왼손이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어야겠다.


⌈엄마의 한 줄⌋

린나가 즐거워했다. 다른 책을 읽어 줄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다. 의무적으로 책을 읽어주었지만 지금은 엄마가 먼저 읽어주고 싶다. 내가 쓴 글은 내 새끼와 같다더니... 그전에 쓴 글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미안해졌다. (흑... 입 밖으로 못내 뱉겠다.) 그래도 반응이 좋으니 다음장에 오른손이 와 왼손이에 대한 의미를 담아 좀 더 마녀세계에 대한 세계관을 넓혀보아야겠다.


엄마와 함께 만든 "성장형 판타지 육아 에세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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