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는 국방부에 멍드는 역사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 역사란 무엇인가

by 유리


어제 무슨 색 옷을 입었는지 떠올리기는 쉽지만 한 달 전, 일 년 전에는 무슨 색 옷을 입었는지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 제각기 대답이 다르다. 현재에 사는 우리가 과거의 일을 정확하게 기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빗대어 E. 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현재와 과거가 끊임없이 대화한 결과 학계는 청산리 대첩에서 홍범도 장군은 대승을 거두었다고 판단했고, 자유시 참변에 이후 가담했다는 사안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찍었다. 그렇지만 국방부는 학계와 검토도 한 마디 없이 ‘홍 장군은 자유시 참변과 연관됐다 ‘라고 방점을 찍었다.


국방부의 이런 결정은 성급하며 당연하게 수정돼야 한다. 학계에서는 분명히 “홍 장군의 자유시 참변 가담은 밝혀지지 않은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오히려 홍 장군이 참변 당시 오열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뿐, 우리 민족을 학살하는 데 힘을 썼다는 문건은 어디에도 없다.


가장 치열하게 역사와 대화하는 학계의 의견을 국방부가 무시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앞으로 앞으로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자유시 참변과 함께 국방부는 홍 장군이 공산주의에 가담했다며 흉상 이전에 힘을 실었다. 역시 정확하지 않은 의견이다. 홍 장군이 몸담았던 공산주의는 레닌이 주도한 공산주의로, 남침을 주도했던 스탈린과 북한의 공산주의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레닌의 공산주의와 스탈린의 공산주의가 다르듯, 구소련과 북한군의 빨치산과도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 홍 장군은 빨치산‘이라는 주장도 옳지 않다.


옷의 색을 기억하는 일도 쉽지 않으며, 많은 증인들의 조언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일이다. 그게 역사적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국방부가 보인 행보는 눈과 귀를 막은 채 “1919년부터 1922년까지 홍 장군은 빨간 옷만 입었다“라고 외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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