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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권위

지금껏 오해한 두 개의 이름

by 기록하는최작가

[원문장] <질서 너머>, 조던 피터슨 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권력을 휘두를 때는 무력을 동원한다. 재산을 몰수하거나 처벌하겠다고 위협하므로, 힘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필요·욕구·가치에 반하여 행동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사람이 권위를 행사할 때는 그가 가진 능력을 동원한다. 사람들은 그 능력을 자연스럽게 알아보고 인정하고, 정의가 살아 있음에 안도하며 기꺼이 그를 따른다.



누군가가 권력을 원하거나 권위를 갖고자 할 때, 나는 본능적으로 경계부터 앞세웠다.
왜 저 사람은 저토록 위에 서고 싶어할까. 왜 저 자리까지 욕심낼까.
그 마음 밑바닥에는, 어쩐지 탐욕과 이기심이 꿈틀대는 것 같았다. ‘권력’이란 단어에는 무언가 불편한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남을 조종하려는 의지, 통제하려는 본능, 지배하려는 욕망.
그래서 권력을 갈망하는 사람을 좋은 눈으로 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고, 생각은 달라졌다.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권력을 가진 사람과 권위를 가진 사람을 가까이서 오래 지켜보다 보니, 그들이 무슨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서 있으려 하는지를 조금씩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권력과 권위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며,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걸 깨달았다.

권력은 타인의 행동이나 결정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이다.
군대에서 하달되는 명령처럼, 혹은 법을 어긴 사람을 강제로 체포하는 경찰의 손처럼, 권력은 명확하고 빠르게 작동한다.
반면 권위는 타인의 마음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말하지 않아도, 명령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를 중심으로 모이고, 그의 말에 귀 기울인다.
권위는 존경에서 비롯되고, 신뢰로 자란다.

둘은 방식이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결국은 ‘영향력’이다.
권력이든 권위든, 누군가의 생각과 행동, 조직과 사회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우리 사회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우리는 그동안 권력을 지나치게 악으로만 취급해왔는지도 모른다. 권력을 욕망하는 사람을 경계하고, 권위 있는 사람조차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권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위기 앞에서 얼마나 무력했을까.
거대한 재난이 닥쳤을 때, 수많은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결국 명확한 ‘지시’와 ‘행동’이다.
소방, 경찰, 군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려면 누군가는 결정하고 명령해야 한다.
혼란 속에서 체계와 질서를 잡는 힘은, 누군가가 가진 권력에서 나온다.
그 권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마땅히 그것을 감당할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스스로 묻는다.
능력 없는 권력은 정당한가? 권위 없는 권력은 위험하지 않은가? 조직이라는 구조 안에서, 나는 많은 상급자들을 만난다.
그중에는 실력과 인격, 결단력까지 갖추고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이들의 권력은 믿음이 된다.
반대로, 실력은 부족한데 자리만 차지한 이들도 있다.
그런 권력은 얕고 흔들린다.
사람들은 겉으로는 따르지만, 마음으로는 멀어진다.

결국 권력은 혼자 설 수 없다.
권력을 오래 지탱해주는 것은 권위이고, 권위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그것은 일관된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방식, 책임을 지는 자세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진짜 리더는 권력을 좇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다해 살아갈 뿐이다.
그렇게 쌓인 신뢰와 존경이 그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권위는 다시 권력을 지탱한다.

이제 나는 권력과 권위를 갖고자 하는 사람을, 예전처럼 단순히 욕심 많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일 수 있고, ‘더 나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태도일 수 있다.
물론 그 마음이 진짜인지, 껍데기인지 분별하는 눈은 필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권력과 권위를 갖고자 하는 마음 자체를 죄악처럼 여기는 시선은 이제 내려놓으려 한다.

권력은 위험할 수 있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권위는 시간이 걸리지만, 반드시 의미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둘 다 갖춘 사람을 만나는 일은 결코 흔치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나부터 준비되어야 하지 않을까.
권력을 감당할 힘과 권위를 쌓을 시간, 둘 다 진심으로 대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 물음 앞에서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귀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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