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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마주하기 위한 연습

나는 완전하지 않다

by 기록하는최작가

[원문장] <질서 너머>, 조던B.피터슨 저

어떤 것을 겨냥하라. 현재 개념화할 수 있는 최고의 목표를 정하라. 그 목표를 향해 비틀대며 나아가라. 그 과정에서 당신의 실수와 오해를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마주해 잘못을 바로잡아라. 당신의 이야기를 분명히 하라. 과거, 현재, 미래, 전부 중요하다. 걸어온 길을 지도에 표시하라.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신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당신은 당신의 실수와 얼마나 자주 마주합니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
실수란 대개 밤이 되면 이불 속으로 슬그머니 기어 들어오는 불청객과 같다.
낮 동안 꽁꽁 눌러뒀던 기억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고, 나는 어김없이 이불을 걷어찼다.
‘이불킥’이라는 우스갯소리 속에 숨겨진, 부끄러움이라는 감정. 우리는 그것을 외면하고 피하며, 기억의 서랍 속 깊은 곳에 밀어넣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 기억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만 덮여 있을 뿐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 바람이 불고, 그 서랍은 삐걱이며 열리곤 한다.
바람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서랍을 먼저 열어보자.
지우고 싶었던 장면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나는 나와 화해하는 법을 배우려 한다.
살아오며 내가 저질렀던 말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무심하게 뱉어낸 말들이 누군가에게 박힌다.
입에서 나온 말은 칼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몇 해 전, 군무원 인사담당자와 함께 논의하던 자리가 있었다..
군무원에게도 군인처럼 ‘신고 주관자’를 명확히 설정하자는 논의였고, 그 기준을 어떻게 잡을지를 두고 머리를 맞댔다.
군인 체계에 빗대어 5급 이상은 최상급자에게, 6급 이하는 차상급자에게 보고하는 방안에 공감이 모였다.
하지만 한 7급 군무원은 조심스레 의견을 냈다.
“7급까지도 최상급자에게 보고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순간, 나는 웃으며 말했다.
“7급 정도가요? 최상급자는 좀 오버죠.”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인사담당자의 표정이 어두워짐을 알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도 7급이었다.

나는 내 말이 누군가의 존엄을 건드렸음을 직감했다.
말은 이미 나왔고, 다시 담을 수 없었다.
나는 서둘러 말을 고쳤다. “미안해요. 실수였어요. 잘못 말했네요.”
하지만 그 말이 남긴 여운은 지워지지 않았다.
무심한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자존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뼈아프게 배웠다.

그 날 이후, 나는 그 장면을 자주 떠올렸다.
처음엔 외면했다. 생각이 날 때면 다른 일에 몰두하려 했고, 웃어넘기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말은 내 안에서 자라났다.
부끄러움은, 감추려 할수록 더 크게 자란다.
나는 결국 그 기억을 꺼내 마주 보았다.
어쩌면 부끄러움이란, 인간됨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것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마음의 시작이니까.

나의 언행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음을 인정하는 순간, 나는 그와 나 사이에 놓인 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했을 때, 그 벽 너머로 조심스레 다가갈 수 있었다.
실수를 덮는 이불은 따뜻하지만, 그 속에서 성장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제 안다.
진정한 성장은, 차가운 기억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앞으로도 실수를 저지를 것이고, 다시 부끄러움에 잠 못 이룰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숨지 않을 것이다.
내 실수를 기억하고, 되짚고, 말할 것이다.
말함으로써 나는 나를 다시 짓는다.
오늘도 나는 마음속 작은 서랍을 하나씩 열어본다.
어둡고 쓸쓸한 그 안에서, 나를 성장시킨 순간들이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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