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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싶은 기억을 품고 산다는 것

그 속에서 교훈과 의미를 찾아라

by 기록하는최작가

[원문장] <질서 너머>, 조던B.피터슨 저

우리는 경험을 떠올리고 그로부터 교훈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과거에 머물고, 기억에 잠기고, 양심의 가책에 괴로워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냉소하고,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힘들거나 슬픈 일에 부딪혔을 때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의생각]


누구나 한 번쯤은 이불을 걷어차며 밤을 지새운 적이 있을 것이다.

깜깜한 천장 아래,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기억 하나가 꿈결처럼 떠오를 때면, 심장은 조용히 두드린다. "왜 그랬을까."


누구나 그런 기억이 있다.

지우고 싶고, 묻어두고 싶은,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

물론 나에게도 있다.

바로 말실수다.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한 마디가 아직도 마음 한구석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 기억은 낡은 책갈피처럼 불쑥 나타난다.


말은 늘 조심해야 한다고 배워왔지만, 말이란 것이 얼마나 날렵한지, 때론 마음보다 먼저 밖으로 튀어나온다.

특히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쌓일 땐, 그 말들은 마음의 언어가 아니라 감정의 언어로 바뀌고, 그 감정은 칼날이 되어 누군가를 향한다.

문제는, 그 칼날이 결국 나를 향해 돌아온다는 데 있다.


내가 겪은 사건도 그랬다.

업무라는 것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부서, 역할이 얽혀 있고, 한 명의 독단보다 조율과 협의가 더 중요한 영역이었다.

어느 날, 그런 복잡한 사업의 담당자 중 하나가 되었다. 여러 명의 담당자 속에서도 누군가는 '상급자'로 불리며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조율하고, 통제하려 했다.

처음엔 그게 질서라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질서는 마치 안개처럼 흐릿하고 무거워졌다.

문제는 그 통제 속에서 일정이 늦춰지고, 중요한 단계가 누락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원인은 명확했지만, 책임은 흐릿하게 분산되었고, 결과적으로 모든 담당자들이 비판을 받았다.

억울함이 자라났고, 그 감정은 내 마음속에서 부풀어 올랐다.

마치 안에서 끓고 있는 물처럼, 조용히,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그 물이 넘쳐 흘렀다.

나는 상급자와의 대화 중, 참지 못하고 속마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통제를 이렇게 하니까 모두가 욕먹잖아요!"

그 말은 내 입에서 튀어나왔고, 나는 그 순간 내 말이 화살이 되었음을 직감했다.

상대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대화는 감정으로 엉켜버렸다.

그 이후, 상황은 더욱 좋지 않게 흘렀다.

나는 업무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사람으로, 더 나아가 예의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물론 많은 이들이 그 상급자의 지나친 개입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내 말은 부적절했고, 그것만이 또렷하게 부각되었다.


그날 이후, 그 기억은 종종 내게 돌아와 나를 괴롭혔다.

머릿속에서 장면이 재생되고, 수십 번 다시 말을 고쳐보지만, 그 순간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에, 말실수는 더 깊은 후회로 남는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 흐려질 수 있어도, 부끄러움은 내면의 깊은 곳에 남는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은 때때로, 내게 교훈의 얼굴을 하고 말을 건넨다.


그 사건은 내게 말의 무게를 가르쳐 주었다.

마음속에 있는 말일지라도, 그것을 말로 꺼내기 전에는 반드시 지나쳐야 할 필터가 있다는 것이다.

감정이 앞서면 이성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결국 감정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뿐이다.


나는 그 이후, 내 언어를 더 조심스럽게 다루게 되었다.

속마음을 드러내기 전, 그 말이 나를 도울지, 나를 해칠지를 먼저 묻는다.

말을 다스리는 법은 곧 나를 다스리는 법이었다.

지우고 싶은 기억이지만, 나는 그 기억을 억지로 덮지 않는다.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기억과 마주하며 배운다.

실패와 후회 속에서도 배울 점은 반드시 존재하며, 그것이 진정한 성장이다.


우리는 모두 실수를 한다.

완벽한 말, 완벽한 행동을 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후회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삶은 깊어진다.

흔들리며, 때로는 아프게 흔들린다.

말은 날아간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자신과의 기억은, 평생 곁을 떠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그 기억을 안고, 조금 더 조심스럽게, 조금 더 성숙하게 내 말을 고른다.

그것이 내가,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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