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거룩하고 고결한 말만 하며 살 수 있을까
하루 종일 거룩하고 고결한 말만 하며 살 수 있을까. 아름다운 문장만을 골라 말하고, 품위 있는 어휘로만 생각을 나누며, 고상한 주제에만 몰두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처음에는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된다. 인간은 그렇게 정제된 언어의 틀 안에만 갇혀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삶은 본디 실없는 말과 허튼 웃음, 때로는 쓸데없어 보이는 농담과 다정한 투정 속에서 비로소 흐르는 것이다.
우리는 자주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는다. 문법도 엉망이고, 논리도 없으며, 가끔은 앞뒤조차 맞지 않는 말들이다. 그러나 그런 말들이야말로 우리를 웃게 하고, 문득 멈춰서게 하고, 무심코 흘려보낸 하루의 고단함을 덜어주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다. 마음이 지친 날에는 무거운 위로보다 엉뚱한 농담 하나가 더 깊은 울림을 준다. 논쟁이나 조언보다, 그저 “야, 진짜 웃기다” 한마디가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때때로 말보다 웃음으로 더 많이 나눈다. 어떤 날은 침묵이 말을 대신하고, 어떤 날은 실없는 소리가 진심을 감싼다. 친구와의 잡담 속, 연인의 투정 속, 가족의 농 안에 담긴 사랑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언어인지도 모른다. 삶이란 그렇게 허투루 흘러가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놓치고 사는 진심과 진실이 숨어 있다.
이따금씩, 고상하고 진지한 말들이 삶을 고양시키는 듯 보인다. 문학이 그렇고, 철학이 그렇다. 하지만 아무리 위대한 사상도, 아름다운 문장도, 결국은 누군가의 가슴에 닿을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그 가슴은, 종종 실없는 말 한 줄로 문을 열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너무 스스로를 다잡지 않아도 좋다. 굳이 의미 있는 말만 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때로는 가벼운 말들이 가장 무겁고, 농담이 가장 진실하며, 웃음이 가장 깊은 울음을 감싸기도 하니까. 진지함은 삶의 척도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언어의 연주자다. 각자의 리듬으로 말하고, 웃고, 때로는 울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리듬은 정제된 단어보다는 튀어나온 감탄사, 어색한 농담, 서로를 향한 허튼 소리 속에서 완성된다. 그것이 곧 삶의 노래다. 고상하거나 찬란하지 않을지라도, 분명 따뜻하고 살아 있는 노래다.
실없는 말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확인하고, 오늘을 살아간다. 그것이 우리가 언어를 갖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진지한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웃음소리. 그 소리야말로 삶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솔직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