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을 기록하며 살아가기를 꿈꾼다

하루는 너무 쉽게 부서지지만, 기록은 그 틈을 메우는 조용한 노래다

by 기록하는최작가


나는 매일을 기록하며 살아가기를 꿈꾼다.

기록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가로질러 나를 잇는 다리이자, 흘러가는 날들 속에서 내가 나를 놓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단단한 닻이다. 삶은 자주 어지럽고, 하루는 너무 쉽게 부서지지만, 기록은 그 틈을 메우는 조용한 노래처럼 내 안에 흐른다.



한 줄의 문장, 한 모금의 기억, 한 조각의 마음을 종이에 옮기는 일은 어쩌면 사라짐에 저항하는 가장 순한 방식이다. 나는 그 위에 발자국을 남긴다. 어제의 내가 남긴 발자국은 오늘의 나를 위로하고, 오늘의 흔적은 미래의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등불이 된다. 이렇게 기록은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아직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미래의 나를 하나의 원 안으로 불러모은다. 말 없는 만남, 그러나 그보다 더 깊고 충실한 교감이 어디에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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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날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삶은 늘 예고 없이 진로를 바꾸고, 평온했던 하루는 예상치 못한 파도로 뒤집힌다. 가끔은 한 줄도 적지 못한 채 눈을 감기도 하고, 마음은 기록을 원하지만 몸은 조용히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그런 날엔 조바심이 날 때도 있다. 쓰지 못한 하루가 나를 잊어버릴까 두려워진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속에서 잔잔히 되뇌인다.

“나는 여전히 걷고 있고, 여전히 쓰고 있다.”

기록이란 반드시 손끝으로 적는 것만이 아니라, 살아내는 하루하루의 감각 그 자체이기도 하다. 조용히 들려오는 빗소리, 스치는 바람의 결, 내면 깊숙이 울리는 한숨 하나도 기록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쓰는 손이 아니라 쓰고자 하는 마음, 잊지 않으려는 태도, 그 하루를 향한 조용한 사랑이다.



나는 완벽하게 쓰인 날보다, 부서지고 엉킨 날 속에서 더 깊이 나를 만난다. 실패처럼 보이는 시간 속에서도 문장은 자란다. 때로는 쓸 수 없는 날들조차 언젠가 한 편의 문장을 위한 여백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삶이 내게 말없이 가르쳐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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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매일을 기록하길, 아니, 매일을 ‘기록처럼’ 살아가길 바란다.

흔들리더라도 다시 중심을 찾고, 부서지더라도 그 틈에 의미를 심고, 멈추더라도 언젠가 다시 흐르기 위한 고요로 받아들이는 삶.

나는 그런 삶을 꿈꾼다. 그리고 그 꿈을 매일, 한 줄씩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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