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너머 생각으로 완성되는 변화
[원문장] <프레임>, 최인철 저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10년 전의 촌스러운 외모를 보며 부끄러워하기보다는, 10년 전의 지적 수준을 떠올리며 그때보다 성장했다는 뿌듯함을 경험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나는 가끔 과거의 나를 떠올린다.
그리고 지금의 나와 조심스레 비교해본다.
눈에 띄는 것은 대부분 외적인 변화다.
생활 수준이 조금 나아졌고, 월급이 조금 더 많아졌으며, 몰고 다니는 자동차도 예전보다 근사해졌다.
나는 그런 것들을 보며 스스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꽤 열심히 살아왔어.' 그렇게 스스로를 칭찬하고 안도했다. 그때까지의 나는 그것이 곧 성장이라 믿었고, 성공의 척도라 여겼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것뿐일까? 나는 과연, 진짜로 성장한 것일까?'
비교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
삶을 수치화할 수 있는 영역에만 초점을 맞춘 채, 나라는 존재의 본질에는 눈을 돌리지 못했던 건 아닐까.
나는 묻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비교는 너무도 단편적이었던 건 아닌지.
그 질문은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었다. 나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다시 마주 세웠다. 이번엔 물질이 아니라, '생각'을 기준으로.
과거의 나는 지금처럼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감정이 들면 그것에 휘둘렸고, 무언가를 원하면 이유 없이 갈망했다.
세상이 나에게 보여주는 성공의 모양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남들과 나를 끊임없이 견주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다.
나의 내면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고, 삶의 본질에 대해 곱씹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사물, 같은 사람, 같은 하루를 마주하면서도, 느끼고 해석하는 깊이가 전과는 다르다.
행복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과거의 나는 행복을 오직 ‘무언가를 새롭게 얻는 것’에서만 찾았다. 좋은 물건, 좋은 옷, 좋은 자리에 올라서는 것. 나를 둘러싼 풍경이 달라질수록, 나는 더 행복해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행복이란 꼭 ‘얻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감정이 아니다.
지금의 나는 '지키는 것'의 가치도 알게되었다.
이미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익숙하지만 평화로운 일상, 건강한 몸과 마음,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
그 모든 것이 곧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진짜 성장은, 삶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조금씩 확장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이토록 생각이 자라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물질로 환산할 수 없는 깊은 만족을 느낀다.
SNS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다.
예전의 나는 팔로워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성공한 계정이라 생각했다.
수천, 수만의 팔로워 숫자에 집착하며, 나 역시 그 대열에 끼고 싶었다.
그러나 숫자는 때때로 허상일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진짜 중요한 건, 나의 글을 진정성 있게 읽어주고, 그 안의 생각과 감정을 함께 나눠줄 수 있는 단 몇 명의 독자가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나도 같은 생각을 했어', '당신 덕분에 위로받았어요'라고 말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글을 쓰는 이유는 충분하다.
많은 이들의 관심보다 더 깊고 진실한 연결, 그것이 내가 진짜 바라는 관계의 모습이다.
이처럼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고, 삶을 바라보는 눈이 깊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지금의 내가 자랑스럽다.
눈에 보이는 성장보다, 보이지 않지만 내면 깊숙이 일어난 변화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과거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시선을 갖게 된 오늘의 나.
그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했고, 행복하다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