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찾아간 미국. 모든 건 그 자리 그대로

뉴욕 귀향기 1. Sep. 18~Sep. 20 2025

by Clifton Parker

(커버 이미지 : 떠나는 날 아침의 인천 공항. 2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출국장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아내와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아쉽게 헤어졌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2년 만의 뉴욕, 여행 아닌 귀향의 길'에서 계속


드디어 1년여를 기다렸던 그날이 왔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 3주 조금 못 되는 짧은 기간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한창 바쁠 때 긴 휴가를 이해해 준 회사 동료들에게도 고맙고, 서울에 살아도 마음은 미국에 있던 남편을 홀로 여행 보내준 아내에게도 고맙다.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고향으로 출발

출발하는 날 아침엔 아내가 배웅하겠다며 같이 집을 나섰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그것도 집에서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 따라나서겠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오랜만에 찾은 인천공항은 크게 바뀐 건 없었지만, 비행기 체크인을 스마트폰 앱으로 직접 하고 짐도 자기가 스스로 부치는 등 신개념 서비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역시 항상 정보 기술의 첨단을 달리는 한국이다.

이미 긴 줄이 늘어선 출국장이라 배웅 온 아내와 커피 한잔 여유 부릴 새도 없다. 3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자기 말마따나 "중1씩이나 되신" 세은이랑 단 둘이 보내야 하는 아내를 위로하면서 아쉽게 작별했다. 준비를 잘해둔 덕에 비행기에 문제없이 올랐다.


다시 온 뉴욕, 공항에서 느끼는 변하지 않은 까끌함.

인천 공항에서 뉴욕 JKF 공항까지 이코노미석으로 14시간은 너무 길고 지루하다. 다행히 옆자리에 아무도 없어서 그나마 편해진 것을 위안 삼는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것은 태양의 이동 방향과 반대라서 가는 동안엔 하늘에서 일출을 볼 수도 있다. 자꾸만 창문을 여닫는 사람들이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누군가에겐 한 번뿐인 경험일 수도 있으니 조금은 관대해 지기로 한다.


긴 비행을 마치고 뉴욕 JFK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미리 생각해 둔 대로 재빨리 스마트폰을 미국 USIM으로 갈아 끼우고 나서 짐을 모두 챙기고 뛰어나갈 준비를 마쳤다.

(입국심사에서 미국 내 연락처를 물어볼 수도 있기 때문에 심사대에 서기 전에 미리 USIM을 갈아 끼워 전화번호를 확인해 두기 위함이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거의 뛰듯이 나갔지만 입국장엔 역시나 이미 줄이 길다. JKF는 공항을 빠져나가는 데 최소 1시간 이상은 생각해야 한다. 이럴 줄 알고 렌터카 일정도 넉넉히 뒤로 미뤄서 잡아 두었다.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 그래도 이코노미 승객 중에선 내가 1등이다.


오랜 시간 기다려 내 차례가 왔다. 입국 심사는 언제나 사람을 긴장되게 한다. 뻔한 질문을 묻는 것이라 사실대로만 말하면 아무 일 없지만 일상에서 겪지 않는 일이다 보니 질문을 못 알아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몇 번의 'Sorry'와 'Could you say it again please?'를 남발해야 했다.

"L1 VISA가 아니고 ESTA로 왔습니다. 개인 여행이에요."

"$130를 현금으로 갖고 왔고 신용카드 쓸 겁니다."

"오늘은 호텔에서 자고 내일부터는 친구집에서 지냅니다. 여기 주소 적어왔어요."

등등 질문에 답변하니 사무적인 눈빛의 심사관이 여권에 입국도장을 찍는다. "쾅"

그리고 세관 제출용으로 수기로 작성하던 출입국 신고서는 더 이상 없다. 심사대를 통과하면 그대로 입국장이다. 정말 다 됐다. 고향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꾸미기]20250918_122728.jpg (사진) 뉴욕 JFK 공항 입국장. 이곳은 매우 혼잡해서 빨리 나가도록 직원들이 안내하고 있다.

그래도 이곳이 뉴욕의 메인 공항 JFK니까 입국장에 들어서면 뭔가 로맨틱한 일이 벌어질 것도 같은 착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런 건 없다. JFK는 입국 게이트에서 공항 출구까지의 거리가 굉장히 좁기 때문에 도착한 사람들이 빨리 나가기를 종용하기 위한 직원들이 따로 있다. 그 탓에 기념품점 같은 걸 둘러볼 시간은 없었다. 역시나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Welcome to NY"이 무색하게 아무도 환영해 주지 않는 분위기... 하지만 이젠 익숙해서 괜찮다. 예전의 내가 아니니까.

나는 곧바로 공항 밖으로 나가 렌터카를 찾으러 공항철도를 탔다. (to Federal Ave. Station, 무료)


우리가 사랑하던 곳 H-Mart - 변한 듯 그대로 같은... 하지만 달라진 곳

뉴욕 와서 차를 찾자마자 들른 곳은 H-Mart다. 미국에 가장 큰 한인마트 브랜드. 우리는 이곳을 한 달에 두 번씩은 왔던 것 같다. 늘 가족과 함께였던 이곳을 나 혼자 가려니 조금은 쓸쓸하다. 세은이가 정말 좋아했던 곳인데...

엄청난 교통지옥을 뚫고 1시간 30분이나 걸려 도착한 뉴저지 Ridgefield에 있는 H-Mart. 이곳에서 밥도 먹고 Mark네 꼬맹이들 선물과 여러 사람들과 나눌 한국 간식을 좀 사려고 한다. 여기서 챙겨가지 않으면 필요한 걸 못 살 수도 있으니 꼭 들러야 한다.

20250918_165511.jpg (사진) 2년 만에 돌아와 리워드로 청산한 H-Mart 포인트. 1%를 적립하는 카드니까, 우리는 2년 동안 이곳에서 $4,000를 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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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H-Mart 푸드코트 설렁탕 한 그릇에 $16=23,000원. 주문 패드에서 Tip도 받으려고 하기에 당연히 "No Tip"을 찾아 눌렀다.

2년 만에 온 H-Mart는 달라진 게 전혀 없어서 편하다. Crying in Hmart의 주인공, 미셀과는 다르게, 나는 뭐가 어디 있는지 이미 다 알고 있으니 둘러볼 것도 없다. 생각했던 것들을 대충 담고 푸드코트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한국 마트의 푸드코트와 완전히 똑같이 생긴 이곳의 메뉴판을 보니 2년 새 가격이 10%쯤 오른 것 같다. 한데 주문하려고 패드를 보니 Tip를 물어보는 화면이 나오는 게 아닌가.

2년 새 달라진 모습게 굉장히 당황했지만 당연히 'No Tip'을 찾아 누른다. Server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는 Tip을 줄 필요가 없으니까. (참고 : 미국 식당 Tip 관련) 카운터 직원이 나를 힐끗 쳐다보는 것이 느껴지는데, 그들의 필요 이상으로 당당한 것일까? 내가 요즘 세상을 잘 모르는 것일까?

여기는 이런 곳이 아니었는데 뭔가 조금 각박해졌다는 생각으로 식사를 했다. 역시 미국이라 비싸긴 해도 양은 많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문득 이곳에서 사용하던 멤버십 카드가 떠올랐다. 옛날 사진을 뒤져보니 바코드가 남아있어서 확인해 보니까 무려 $40나 적립되어 있는 게 아닌가. 적립률 1%니까 우리는 2년 동안 여기서 $4,000을 넘게 썼던 거다. 그렇게 열심히 적립만 하고는 챙겨 먹지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거였다.

탈탈 털어서 먹을 것을 보태서 사고 다시 길을 떠난다. 한국에 있는 아내가 분명 기뻐할 것이다.


우리의 추억이 가득했던 H-Mart에서 우리가 모두 함께 오지 못한 것이 참 아쉬웠다. 내가 미국에 갖고 있는 그리움은 어쩌면 '나의' 추억이 아니라 '우리의' 추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외롭고 아쉬운 마음으로 뉴저지를 떠난다


다시 시작하는 미국 생활... 내일부터

H-Mart에서 뉴욕 우리 집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다. 한국에서 밤을 새우다시피 해서 뉴욕에 도착하고 그리고도 먼 운전까지 해야 닿는 곳이다.

아침 일찍 서울에서 출발한 나는 이미 20시간 넘게 깨어 있는 상황이지만 그 정도는 운전하려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호텔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Owen의 집으로 가는 것이니까 너무 꾀죄죄한 모습이면 안될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중간에 있는 도시 Poughkeepsie에 호텔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잠도 못 자고 씻지도 못한 채로 남의 집에 갈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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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Poughkeepsie 호텔방. 전형적인 미국 호텔 모습 (오른쪽) 10시간 넘게 자고 일어나 맞는 미국에서의 첫 아침. 호텔 창 밖 풍경

기차역이 있는 Poughkeepsie는 Upstate사람들이 NYC로 기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Mark도 이곳까지 운전으로 와서 역에 차를 주차하고 기차를 타고 야구를 보러 다녀온다고 했었다. 그래서인지 도시 규모에 비해 번화한 느낌이 든다. (이곳엔 과거 여자대학으로 유명했던 Vassar College도 있다. 지금은 남녀공학이다.)

오랜만에 찾는 미국 호텔. 이제는 운전면허증 대신 여권으로 체크인하고 서둘러 방을 찾았다. 너무나 피곤했던 하루다. 옷만 갈아입고 바로 침대에 눞는다.


내가 있었던 곳으로 돌아왔다는 편안함. 가족 없이 나 혼자라는 외로움. Owen과 Jean을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감... 등등 만감이 교차한다.


내일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뉴욕 첫날 : Home of FDR, 프랭클린 루즈벨트로 계속


Fondly,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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