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귀향 첫날 두 번째 (September 19th)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 10월까지는 최근의 귀향이야기를 먼저 쓰고 11월부터 2022년의 미국이야기를 마저 이어 쓰려합니다.
"Home of FDR에 맥주컵을 사러 가다"에서 계속
18일간 미국에서 머물면서, 미국 친구들과 공유할 목적으로 그날그날의 이야기를 한 장의 슬라이드로 정리하였습니다. 이 글은 슬라이드에 담긴 것을 풀어쓴 것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 on I-87 northbound
Home of FDR에서 아내가 준 미션은 200% 달성했으니 이제 출발해야 한다.
미국 고속도로 운전도 참 오랜만이다. 뉴욕을 남북으로 가르는 I-87 주변의 큰 나무들은 벌써 울긋불긋 색이 달라지고 있었다.
이 길은 우리가 미국에 살 때 아주 많이 다녔던 길이지만, 나의 이번 여행은 NYC에서 시작해서 Albany에서 끝나니까 한번 지나고 나면 다시 오지 않게 되는 길이다.
2년 만에 찾아와 반가움을 느끼자마자, 한번 지나면 다시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뻔한 길 풍경이지만 더 열심히 봐둔다. 모조리 외우기라도 하면 좋겠다. 보고 있어도 그립다는 게 실감 난다.
NYC에서 Albany까지는 3시간 남짓으로 짧은 거리라서 휴게소에 들러본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 Capital Area Welcome Center에 잠깐 들렀다.
특별한 곳은 아니라 별건 없지만 뉴욕에서 만든 여러 물건들을 팔고 있다. 조금 비싼 탓에 평소엔 사 먹지 않던 Saratoga Springs 물을 한병 집었다. 이 파란 병이라도 한국에 가져가야지.
계산하고 돌아서려는데 "I Love NY" 티셔츠가 눈에 들어온다. 이건 너무나 관광객 같아서 전혀 & 단 한 번도 눈길 주지 않았던 물건이다. 그래서 하나 집었다. 난 이제 관광객이니까.
기념품을 좀 사고 차에 다시 오르고 도착시간을 확인하고 Owen에게 문자를 보낸다. 나 때문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얼른 가야 한다.
Welcome Back!!
드디어 우리 동네가 있는 Exit 9으로 들어선다. 페이스북 뉴스에서 봤던 것처럼 출구 정면에 있던 주유소는 공사 중이다. 우리가 떠날 때 공사 중이던 Chick-Fil-A는 완전히 영업 중이고 최근에 생긴 거대한 Bass Pro Shop(사냥, 낚시, 캠핑용품등을 판다.)은 이 동네의 랜드마크가 된 듯하다.
모든 게 그대로인 듯 하지만 뭔가 조금은 달라졌다. 옛날 고등학교에 다시 온 느낌? 묘한 감정이다. 동네 Mall 사거리에 이르러 빨리 가고 싶어서 조바심이 난다.
이미 여러 번 와 봐서 익숙한 Jean & Owen의 집이 눈에 들어오니 가슴이 콩닥콩닥 하다. 이 나이 되어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이야. 그야말로 설렘이 가득한 채로 마침내 도착했다. 그렇게 기다렸던 그들을 만나러 내가 왔다.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짐을 꺼내려하는데 Owen과 Jean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나를 반긴다. 얼마나 보고 싶던 그들인가.
"Oh, Owen, Jean. It's been a while! I'm back here only to see you."
우리는 그렇게 문 앞에서 기쁨의 재회를 하고 짐을 챙겨서 집에 들어갔다. 마치 고향집처럼 그전 그대로 변함이 없다. 수많은 가족사진, 전 세계 여행지의 자석들, 오래된 가구, 새와 숲을 불 수 있는 뒷마당 덱(Deck)까지. 내가 여기에 다시 왔다는 것이 정말 믿기질 않는다.
Owen은 내가 2주 넘게 지낼 2층의 큰 손님방을 소개해 주었다. 아마도 Jean이 꾸며놓았을, 오래되어 보이는 큰 침대에는 미국 스타일대로 베개와 쿠션 여럿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나를 위해 옷 서랍장울 비워 놓았다 했고, 내가 와서 TV도 설치했다고 했다. 자막도 나오게 해 놓았다며... 이 얼마나 세심한 배려인가.
여든이 가까운 노부부가, 한국에서 온 친구를 위해 작은 것 하나하나 챙겨놓는 모습을 상상하니 귀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짐을 던져버리듯 풀어버리고 얼른 1층으로 내려간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났다. 너무나 보고 싶던 Owen과 Jean이 2년 전처럼 내 눈앞에 있다. 믿기지 않는다.
Back to the life in the US - 고등학교 풋볼
Jean은 영국 런던 출신으로 Owen과 결혼하여 미국에 정착했다. 그래서인지 Jean과 Owen의 집에선 영국식으로 매일 4시에 Tea time을 갖는다. 뒷마당 덱에서 그들과의 2년 만의 Tea time에서 오늘 오후 일정 얘기를 나눴다.
사실 오늘 일정은 Owen이 이미 정해 놓았다. Owen은 예전의 우리가 그랬었던 것처럼 첫 일정으로 고등학교 경기 관람을 하자고 했다. 가을의 금요일 저녁은 고등학교 풋볼의 시간이다. Owen은 Senior(65세 이상)라서 입장료가 무료인데 내 티켓($3)도 미리 사놓았다. 이런 티켓 사 본 게 거의 20년 만이라면서 웃어주는 Owen의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하다. 풋볼은 큰 관심 없다는 Jean을 집에 남겨두고 Shen 고등학교로 향했다.
풋볼은 그야말로 미국의 스포츠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풋볼을 즐기고, 직접 경기에 뛰지 않아도 학교에서 댄스, 치어, 밴드부 활동 등을 통해 "미국의 스포츠"에 참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한창 시즌인 가을이 되면 고등학교 경기가 있는 금요일마다 동네 축제가 벌어지게 된다. 내 아들/딸이, 언니가, 오빠가 참여하는 순간을 함께 하고픈 가족들이 자리를 가득 채운다. (참고: 대학 풋볼 경기 관람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경기 시작 30분 전이었지만 학교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가득했다. 입구를 들어서자 학교 티셔츠와 간식을 팔고 있고 꼬맹이들 페이스 페인팅도 해주고 있어서 말 그대로 동네 축제 분위기다.
오늘의 상대는 남쪽 동네 Guilderland 고등학교다. 며칠 내로 곧 만나러 가야 하는, 옆집 Mark가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학교여서 꼼꼼히 봐야 한다. 만나서 오늘 게임 얘기하면 재밌을 듯 하니...
물론 나는 Shen School District의 졸업생 학부모니까 Shen이 이기길 바라며 Owen과 함께 홈팀 자리에 앉았다. (Owen의 아들도 Shen 출신이다. 아들이 졸업한 지 30년도 넘어서 별 감흥 없으신 듯했지만...)
한국보다 좀 쌀쌀한 날씨에 놀라긴 했는데 견디기 어려운 정도까지는 아니다. 먼 길 오자마자 추운 날씨에 괜찮냐며 Owen이 걱정스레 물어보지만 이 순간을 2년이나 기다렸다. 당연히 괜찮다. Shen Boy들이 치어팀의 응원 속에 경기장에 입장하고 이내 경기가 시작된다.
늘 지구 내 상위권에 위치하는 양 팀은 이번 시즌 2승 0패로 서로 기세가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경기도 엎치락뒤치락 상당히 재미있는 편이다.
경기가 볼만하지만 동네 아이들은 그저 축제를 즐기러 온 듯 친구들과 몰려다닐 뿐 집중해서 보지는 않는다. 아이들 경기니까 그저 즐기는 느슨한 분위기도 좋다. 나는 Owen에게 한국 학교 운동부는 성적 경쟁이 진학에 연결되기 때문에 이렇게 축제 분위기가 아니라고 알려주었다.
Owen은 날이 추운데 정말 괜찮겠냐며 나에게 여러 번 물었는데,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홈 팀의 패배를 예상하게 하는 Guilderland의 터치다운이 터지자 그만 가도 될 것 같다고 했다. Owen이 나를 걱정해 주는 것도 그렇지만, 나 역시 아버지뻘 나이의 Owen이 걱정이 된다. 조금 아쉽지만 오랜만에 미국 분위기 느낀 것으로 만족하며 Owen의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뉴스로 확인한 경기 결과는...
우리가 본 대로 Guilderland는 4 쿼터 끝날 때 승기를 잡는 터치다운을 만들어 냈지만 1점짜리 보너스 킥을 놓치면서 아슬아슬한 분위기는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 후 공격권을 넘겨받은 Shen의 종료직전 역전 터치다운이 터지면서 결국 홈팀인 Shen의 1점 차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이걸 놓치고 오다니...
끝까지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Owen과의 시간이 이렇게 추억을 되살리는 것으로 개시되었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한다.
경기에 대한 아쉬움과 나를 여전히 들뜨게 하는 재회의 반가움이 뒤섞인 짧은 Beer time을 가진 뒤, Good night 인사하고, 일찍 2층 침실로 향했다.
사실 시차 적응으로 꽤나 피곤한 건 사실이었지만, Jean이 깨끗하게 차려놓은 침대에 홀로 누워서 한동안은 잠들 수 없었다.
Fondly,
C. Pa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