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이미지 : 링컨 기념관 계단 위에 올라서 본 내셔널 몰 전경. 워싱턴 기념탑과 미국 연방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추수감사절에 떠나는 워싱턴 DC
미국의 11월 명절. 추수감사절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11월 넷째 주 목요일 하루지만 학교나 회사에선 목, 금요일 이틀을 휴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은 대개 주말까지 내리 쉬면서 4일간의 휴일을 보낸다.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 때처럼 집을 꾸미거나 하지 않아서 조용한 느낌이다. 분위기만 보면 마치 추수감사절은 건너뛰고 핼러윈 다음에 바로 크리스마스를 바로 맞이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추수감사절 미국 사람들의 모습은 한국 사람들 추석 때의 모습과 매우 비슷한데 연휴 중엔 가족들을 만나 칠면조 구이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게 보통이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전통 요리 칠면조 구이는 우리의 삼계탕과 비슷하게 칠면조의 뱃속에 이것저것 채운 뒤 오븐에 구워서 요리하는 음식이다.
마트에서 파는 생 칠면조는 일반 닭보다 두세 배는 크기 때문에 조리 시간도 오래 걸리고 완성된 음식의 양이 상당히 많다. 아마 보통 크기 칠면조면 7~8인분 정도 나올 것이다.
그래서 칠면조 요리를 한번 하면 며칠 동안 이것만 먹어야 하는데, 미국에서도 우리가 남은 명절음식으로 고민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냉동실에 몇 달씩 넣어두기도 하고, 샌드위치에 넣어먹기도 하고(마치 우리가 전찌개 끓여 먹듯)... TV에선 먹고 남은 칠면조 요리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아침 방송에서 며칠씩 나오기도 한다.
우리도 칠면조 한번 사 먹어 볼까 했지만, 칠면조는 한국 닭의 두세 배 이상으로 크기가 커서 쉽게 도전해 볼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간단히 구운 치킨 한 마리 사서 추수감사절 분위기를 냈다. (이것도 요즘 미국 추세라고 한다. 칠면조 대신 치킨으로 간단히.)
그리고 우리는 보통의 미국인들처럼 추수감사절에 찾아뵈어야 할 부모님이 미국에 없기 때문에, 이번 휴일엔 또다시 새로운 곳으로 여행 갈 준비를 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그런데 DC가 무슨 뜻이지?
주말 포함 4일짜리 휴일이기 때문에 멀리 갈 수 있다. 몇 개 후보 중에 7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하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Washington DC)로 가기로 정했다.
1791년에 미국의 수도로 지정된 그 당시 "신도시" 워싱턴 DC는 10년여간의 도시 개발을 통해 완성된 무려 220여 년 전 계획도시이다.
독립 직후엔 뉴욕시티가 미국의 수도였다. 수도가 너무 북쪽에 치우쳐 있는 나머지 독립 초기 13개 주들 사이에 불만이 많아지자, 그 당시 미국 연방의 중간 지역에 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 구역을 신설하고 그곳에 신도시를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그 당시 기준으로, 회의 참석을 위해 조지아 주 대표가 뉴욕시티까지 마차를 탄다면 가는데만 한 달 넘게 걸리지 않았을까? 게다가 시간만이 문제인 게 아니라 살아서 도착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을 것이다. 참고로 증기기관차는 1804년에 발명되었다.)
DC라는 말은 콜럼비아 특구(District of Columbia)의 약자로, 스페인어인 콜럼비아가 "콜럼버스의 땅"이므로, 미 대륙을 최초로 발견한 유럽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콜럼버스의 지역"이라는 뜻이 된다.
DC는 도시 설계 당시, 포토맥 강을 기준으로 동쪽은 메릴랜드 주, 서쪽은 버지니아 주가 부지를 각각 제공해서 두 개의 카운티(County)를 가진 정마름모 모양의 구획을 정했다.
동쪽 메릴랜드 주에 있던 워싱턴 카운티(Washington County)에는 기존 도시 조지타운(Georgetown)과 초대 대통령 이름을 따서 건설하는 신도시인 워싱턴(City of Washington)이 있었고,
서남쪽 버지니아 주 쪽 알렉산드리아 카운티(Alexandria County)에는 그 당시에도 대도시였던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VA)가 포함되어 있었다.
도시 완공 후 약 45년 뒤에 노예 제도, 지역 경제 문제 등에 의한 소송으로 알렉산드리아 카운티는 다시 버지니아로 귀속되도록 결정되었고 컬럼비아 특구에는 워싱턴 카운티만 남게 된다.
그 이후 미국이 발전함에 따라 워싱턴 카운티 내 신도시였던 워싱턴 시는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워싱턴 카운티 내에서 워싱턴 시에 속하는 지역은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컬럼비아 특구 내의, 워싱턴 카운티에 있는, 워싱턴 시"를 그냥 간단히 "컬럼비아 특구의 워싱턴"으로 명명하는 행정구역 변경이 있고 나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재의 워싱턴 DC가 된 것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 따라 워싱턴 DC는 메릴랜드 쪽으로는 마름모 모양의 직선 형태, 버지니아 쪽으로는 포토맥강을 따르는 행정 경계가 정해져 있다.
사람들은 미국 대륙 서북쪽 끝의 워싱턴 주(Washington State, WA로 줄여씀)와 구별하기 위해 DC를 꼭 강조하고 흔히 그냥 "DC"라고만 말하기도 한다.
미국 연방의 수도라는 상징성을 나타내기 위해, 시내에 50개 주의 이름을 딴 50개 도로를 만들어 놓은 것도 여행할 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점이다.
(왼쪽) 워싱턴 DC 경계도, 점선 구간이 초기 DC의 모양이고 노란색이 현재의 DC. (오른쪽) 워싱턴 DC 시내 지도. 포토맥강 남쪽은 버지니아 주에 속한다. (사진) 집에서 워싱턴 DC까지 운전 경로. 7시간 거리. 뉴욕에 시작해서 6개 주를 거쳐가는 600km가 넘는 길이다.
DC에서 가봐야 할 곳 & 밤 운전으로 장거리 이동
워싱턴 DC 여행의 핵심 포인트는 각종 박물관과 기념물들이 모여있는 내셔널 몰(National Mall)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넓은 직사각형 모양 공원 곳곳에 미국을 대표하는 각종 박물관과 역사적 건축물들이 있는 곳이다. 특히 미국 정치의 중심인, 백악관과 연방 국회의사당이 여기에 있다.
한 가지 반가운 것은 내셔널 몰의 박물관, 미술관은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어 입장료가 무료인 곳이 많다.
내셔널 몰 외곽으로는, 버지니아 주 쪽으로 포토맥 강을 건너면 바로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Arlington National Cemetery)가 갈 만한 곳이다.
우리나라의 현충원 같은 장소이고 케네디 대통령 부부의 묘와 무명용사의 묘 등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한국 전쟁 전사자의 묘지 구역도 있다고 한다.
추수감사절 휴일 전날인 수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밤늦게 호텔에 도착하려 하고 목, 금요일엔 내셔널 몰에 있는 몇 가지, 토요일 오전에 알링턴 국립묘지를 본 뒤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짰다.
뉴욕,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델라웨어, 메릴랜드 그리고 버지니아까지 6개의 주를 지나가는 경로로, 미국 대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I-95 고속도로를 따라가는 길이다.
운전 시간으로는 7시간, 거리는 610km. 출발할 때 기름을 가득 채우면 도착할 때쯤 주유를 또 해야 한다.
(한국이라면 강원도 고성에서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까지 가야 하는 전국을 대각으로 가로지르는 거리다.)
이번부터는 한국에서의 운전 경험을 확실히 뛰어넘는 것이어서, 이동하면서 큰 문제가 없다면 다음 여행부터는 본격적인 로드트립을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다음엔 더 멀리 갈 수 있겠지.
학교와 업무가 끝나고 오후 느지막이 출발했는데,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아내는 김밥을 쌌고 차 안에서 운전하면서 저녁을 때웠다.
미국도 명절 풍경은 똑같은지 대도시 주변을 지날 땐 차가 꽤나 막혔고 식당과 주유소가 있는 휴게소(Service Area)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한국 추석 느낌이 들어서 아주 조금 반가웠다.
차가 많아서 길이 좀 막히기도 했는데 사람 없는 밤길, 사슴이 주는 공포(나이아가라 여행 편 참고)를 아직도 기억하는 나로서는 천천히 가더라도 다른 차가 있는 것이 안심이 되기도 했다.
밤 운전이라 주변 풍경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일단 아무 사고 없이 워싱턴 DC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이미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히 꾸며진 호텔에 체크인하고, 유튜브로 워싱턴 DC 여행기 몇 개를 찾아서 여행지를 예습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To Be Continued... (2편으로 계속)
C. Pa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