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이미지 : 자동차 등록 및 면허 관련 업무를 보는, 사라토가 카운티의 DMV 사무소.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은 쇼핑몰 옆에 있었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 초보운전의 주행 면허 연습 과정 및 운전 문화 이야기는 21. 20년 장롱면허 그녀의 뉴욕 운전 이야기 참고
정착을 위해 최우선 & 필수로 해결해야 하는 운전면허증
미국에서 뉴욕시티 같은 대도시에 사는 것이 아니라면 운전을 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해야 한다.
비교적 집들이 밀집되어 있는 우리 동네에서도 운전을 못하면 편의점조차 갈 수 없다.
그리고 실제 운전을 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운전 면허증이 미국 내에서 거의 유일한 신분증이기 때문에 꼭 발급받아야 했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계속 맞닥뜨려야 한다.
우선 면허에 문제가 생긴다. 한국에서 가져온 국제면허증은 유효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3개월 이상을 연속해서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래서 입국하고 3개월이 지나면 국제면허증의 효력이 없어져서 현지 면허증이 없을 땐 무면허로 적발될 수 있다.
차를 이미 샀다면 보험도 문제인데, 나는 미국에 온 지 한 달도 안 되어 차를 사야 했고 당연히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자동차 보험을 가입했다.
그랬더니, 가입받을 때는 아무 말도 않던 보험사가 미국 면허로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조만간 보험을 종료시키겠다는 협박성 이메일을 1주일에 한 번씩은 보내곤 했다.
(나는 이것에 대해서 보험사 상담원에게 내 사정을 설명하는 답장을 꼬박꼬박 했다. 해결을 바랐다기보다는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이렇게 노력했음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목적이었다. 일단 답장을 보내면 상담원은 "알겠다. 괜찮다. 기다리겠다"라고 회신을 주지만 그다음 주엔 여지없이 시스템에서 발송한 협박성 메일을 받아야 했다.)
어쨌든 이래저래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미국에서 어른으로 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SSN과 더불어 운전면허증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 내 몇몇 주에서는 한국 면허증을 가져가서 신청만 하면 미국 면허증으로 교환해 준다지만 뉴욕에는 그런 것 없이 초보 운전자가 되어 완전히 새로 따야 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과정 : 신청서 접수, 온라인 필기시험, 연습면허
면허증을 신규로 받기 위해선 신청서부터 써야 하고, 신청서엔 신분 및 거주를 증명하는 각종 증빙 서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준비가 되어야 한다.
서류별로 점수가 있는데, 이를테면 비자가 있는 한국 여권은 3점, SSN은 2점, 회사 사원증 혹은 각종 고지서는 1점 등으로 인정 점수가 정해져 있어서, 다 합해서 6점이 되어야 접수가 가능하다. (뉴욕주 기준)
면허 신청서인 'MV-44'에는 SSN을 필수로 적어야 하기 때문에 SSN이 발급된 상태에서 신청가능하다.
(참고로, 이 서류는 시민권자에겐 일종의 전입신고로 갈음되는 것이라 투표 유권자 신청서를 겸한다. 시민권이 없는 사람은 반드시 "투표 해당 없음"에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인이라 하더라도 다른 주로 이사하게 되면 대개는 30일 이내에 집 근처 DMV에서 운전 면허증과 차량 번호판을 갱신하게 되어있다.)
MV-44와 각종 인증 서류를 스캔한 뒤 DMV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면 온라인 신청을 완료되고 곧바로 필기시험 링크가 첨부된 이메일을 받게 된다.
이메일을 받으면 신청일 기준으로 1주일 이내에 온라인으로 필기시험을 봐야 한다.
필기시험은 언어를 한국어로 신청할 수는 있지만 마치 번역기로 작성된 것 같다고 해서 오히려 의미파악이 어렵다고들 한다. 그냥 영어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문제 은행 방식으로 나오는 50여 개의 문항을 40분 안에 풀어야 했는데, 거리의 단위나 용어 등이 낯설어서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어찌어찌 운 좋게 한 번에 성공했다. (시험 직후 결과를 알 수 있다.)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거주지 DMV 사무소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잡고, 업로드했던 '6점 서류'의 원본을 가져가야 한다. 담당자는 그 자리에서 복사한 뒤 사본은 가져가고 원본은 돌려준다.
곧바로 그 자리에서 면허증용 사진을 찍고 수수료를 내고 나면 접수 영수증이자 임시 운전허가증인 인터림 퍼밋(Interim Permit)을 받게 된다. 연습면허가 오기 전 며칠간만 유효한 운전 허가증이다.
DMV 접수가 끝나면 5년간 유효한 연습면허인 러너 퍼밋(Learner Permit)을 우편으로 받게 된다.
나는 1주일 정도 기다렸는데, 일반 면허증과 완전히 동일하게 생겼다. DMV에서 (준비 없이 갑작스레) 찍은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이 사진이 정식 면허에도 쓰이겠네. 준비를 좀 하고 찍을걸.
러너 퍼밋은 사진이 있는 ID이기 때문에 신분증 기능을 한다. 그래서 러너 퍼밋이 있으니까 이제 마트에서 술 살 때 여권을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하하하.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연습면허는 혼자 운전할 수가 없고 면허증 소지자가 함께 탈 때만 운전할 수 있다.
운전을 배우는 사람이 받는 면허니까 그렇다. 뉴욕에서는 내가 고등학생 수준의 초보운전자 취급을 받고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나는 연습면허뿐만 아니라 유효한 한국 국제운전면허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입국 후 3개월까지는 혼자 운전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 물론 이제 남은 시간은 별로 없으니 빨리 정식 면허로 전환해야 한다.
연습면허를 받은 뒤 정식 운전면허(Driver License)를 받으려면, 5시간짜리 전문학원 교육이수증(MV-278)을 받아오고, 도로주행시험을 신청해서 통과하면 모든 과정이 끝나게 된다. (장내 기능시험은 없다.)
일단 운전 학원부터 해결해야 했는데, 주재원 선배들이 권하는 대로 뉴저지 한인타운에 있는 한인 운전학원에서 해결했다.
사실 학원에서 새로 배우거나 하는 건 전혀 없다. 주재원들이 운전을 몰라서 학원에 배우러 온 게 아니지 않나. 어쨌든 시간을 채우고 MV-278를 무사히 받았다.
(왼쪽) 뉴욕주 운전면허 신청서류 MV-44, (오른쪽) 필기시험 합격 통보 메일, Class D는 승용 운전면허. 다른 Class들은 대부분 상업/운송 면허다. (사진) 주행시험 등록 확인 이메일. 시험장이 따로 없고 일반 주택가 도로에서 본다. 동승자와 함께 'Direction'에 지정된 장소로 직접 가야 한다. 20년 만의 운전면허 주행시험
마지막 단계인 주행시험을 보기 위해 DMV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교육이수증(MV-278)을 스캔해서 업로드하면 거주 지역 근처의 주행시험 장소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원하는 장소를 선택해서 비어있는 시간을 예약하고 신청하면 된다.
60마일 바깥에 있는 곳도 신청이 가능했는데, 이건 서울에서 운전시험 보러 청주까지 가는 꼴이다. 나는 20마일 이내 장소 중에 길이 넓어서 주재원들이 많이 권해준 오래된 주택가 지역(Troy, NY)을 예약했다.
다행히 면허 시험은 회사에서 업무 외출로 인정해 주기 때문에 평일 오전 시간도 시험을 예약할 수 있다. 운전면허가 없으면 생존이 아예 불가능하니 회사가 배려해 주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감사하게도.
뉴욕의 도로주행 시험은 시험을 보는 사람이 차를 직접 준비해서 시험장으로 가야 한다. 감독관을 태우고 지시대로 코스를 이리저리 다니며 10분 정도 평가를 받는 방식이다.
신호 없는 사거리 통행, 우회전, 비보호 좌회전, 평행주차, 3 point turn(=k turn, 좁은 도로에서의 U turn) 등등 한국 규정과는 다른 것들이 있기 때문 미리미리 주행시험 유튜브 같은 걸 보면서 공부를 해야 했다.
처음엔 미국 사는 한인들이 설명해 주는 것을 많이 봤는데 생각해 보니 그것만으로는 실제로 시험을 대비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운전 용어를 영어로 알고 있어야 시험 볼 때 감독관의 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인 영상의 대부분은 캘리포니아 쪽에 집중되어 있어서 뉴욕과는 미묘하게 환경이 다른 것도 느껴졌다.
나는 미국 동부 지역의 미국인들이 도로주행을 안내하는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시험 방법과 꼭 알아야 할 표현을 따로 적어가면서 집중적으로 외웠다.
시험 장소에도 미리 가서 실제 시험 보는 것처럼 운전도 해보고 주변 분위기도 느껴봤다. Troy는 옛날 동네고 약간 낙후된 지역이다. 집 간격이 좁고 마당 없는 집이 많다.
시험 장소가 그냥 주택가에 있다 보니 운전 연습한다고 왔다 갔다 하는 게 굉장히 눈치 보인다. 아마 저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연습하러 온 걸 다 알아보겠지. 나 같은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닐 거다. 좀 민폐 같다.
더 있다가는 경찰관의 관심(?)을 끌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너무 오래 할 수는 없었다. 대충 분위기 봤으니 우리 동네에서 맘 편히 연습하는 게 낫겠다.
시험날에 같이 갈 동승자를 미리 구해야 했다. 보통 먼저 면허를 딴 주재원들이 서로 품앗이를 해줬다.
사실 따지고 들자면, 아직 입국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아서 유효한 국제 면허가 있기 때문에 혼자 시험을 보러 가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감독관에게 이 구구절절한 사연을 설명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말한다고 알아듣기는 하려나?) 속 편하게 동승자를 구해서 시험을 보는 게 낫겠다.
이런 상황을 회사에서도 다 이해하고 있어서 주행 시험의 동승자를 하는 것도 업무 외출로 인정을 해 주었다. 하지만 시험에서 떨어지면 계속 같은 부탁을 해야 되니까 민폐가 안되려면 빨리 붙어야 했다.
시험 접수 후 10여 일 정도가 지났고 마침내 주행 시험날이다. 동승자의 집에 가서 픽업하고, 시간 맞춰 시험장소에 도착했다. 이미 서너 대의 차가 기다리고 있어서 대기 줄 제일 뒤에 차를 댄다.
잠깐 기다리니 감독관 두 명이 와서 순서대로 시험을 보기 시작한다. 한 대당 10분 조금 안 되는 것 같다.
마침내 내 순서다.
"Hi, Good Morning, officer." 감독관은 나를 쓱 보더니 고개만 까딱하고 말은 없다. '음... 괜찮을까?'
감독관은 동승자의 운전면허부터 확인하고, 차에 타서는 차량 등록증과 내 연습면허를 보더니 태블릿에 뭔가를 계속 적는다. 그러더니 동승자에겐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고 시험을 시작한다.
"Let's start. Go straight."
감독관은 계속 짧게 '우회전, 계속 직진, 여기에 주차'등 필요한 말만 하면서 시험 내내 태블릿에 뭔가를 계속 적기만 한다.
실제로는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운전 중에는 정말 길게 느껴졌는데, 초반의 집중을 끝까지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아까 Stop에서 맞게 섰었나? 너무 빨랐나?'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어느 시점 지나서는 잘했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시키는 대로만 하다 보니 어느새 출발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 과락은 아니구나. 그래도 중간 탈락 안 하고 끝까지 왔네'
주차하고 나서, 감독관은 내가 실수한 것들을 알려주더니 합격 여부는 저녁에 온라인으로 확인하라면서 차에서 내렸다. 이렇게 시험은 끝났다.
오늘 동승자를 해주신 분은 자기도 한번 떨어졌다면서 만약 잘 안되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해주셨는데... 잘 봤다는 느낌은 없으니 재시험을 준비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다 끝나고 나서 나중에 알게 된 것이 있는데, 사실 주행시험 볼 때는 운전자의 차가 아니고 동승자의 차를 가지고 시험을 보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인 경우라고 한다.
왜냐하면 면허도 없는 사람이 비싼 새 차부터 사서 면허 시험을 보러 오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16살짜리 고등학생이 가족의 차를 가지고 와서 보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감독관이 이상하게 생각해서 꼬치꼬치 물어볼 수도 있는데, 사실 누가 뭘 물어보든 내가 잘못을 한 게 아니니 당당하게 설명을 하면 되기는 하겠다만...
영어도 완벽하지 않은 내가, 다시 예약하기도 어려운 이 중요한 시험을, 미국에서만 살아서 이민자 사정은 전혀 모를 것 같은 공무원 나으리께, 변명 같은 설명을 해야 하는 건, 아직 그다지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에게 그런 일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감독관 입장에선 자신이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건 일단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시험이 잘 못되었을 때 다시 몇 주를 기다려야 하니 보험이 중단되거나 무면허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억울해도 어쩔 수 없이 순응하게 되는 것. 이민 생활의 단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험 결과와 방어 운전 교육
집에 오는 내내 시험을 잘 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제대로 정지선을 지켰는지도 모르겠고 끝날 때쯤엔 그냥 될 대로 돼라 싶었다.
돌아온 후 업무 미팅을 해도 눈과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았다. 아내도 내 눈치를 보고 는 아무 말도 안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어느덧 저녁이다. 감독관이 말한 시간이 되었다. 아내에게 아무 말 않고 조용히 DMV에 로그인한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결과를 확인했는데, 초록색 글씨로 PASS라고 쓰여있는 게 보인다.!!!!!!
뉴욕 운전면허 단 한 번에 합격! 푸하하하!
한껏 기뻐하다 점수가 눈에 들어왔다. 턱걸이로 붙었네. 감점 항목을 찾아보니 실수가 두 번 있었다. 물론 점수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붙었으니까. 이제 면허증 나오니까.
어느새 아내가 세은이를 데려와서 박수를 쳐주고 있다. "아빠 끝냈어. 해결했어."
나는 더 이상 이 문제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너무 기뻤다. 이젠 보험회사의 협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여권과 한국 면허증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다시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집에 두면 된다. 더 이상 여권을 잃어버릴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된다.
맥주 살 때 한국 여권 처음 보는 직원에게 생년월일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보여줄 필요도 없다. 의심의 눈초리로 여권과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불편한 상황도 이제는 없다.
마트에서 미국에 여행 왔냐는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되고 이런저런 불필요한 설명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부터는 모든 상황에서 현지인처럼 행동해도 아무 문제 될 것이 없게 되었다. 이렇게 기쁠 수가!!
1주일 뒤 진짜 뉴욕 운전면허증이 우편으로 도착했다. 연습 면허와 완벽히 똑같이 생겼는데 'Driver License'라고 적힌 것만 다르다.
이것 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던가. 너무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망할 놈의 보험정보부터 업데이트했다. '면허 땄으니까 이제 메일 그만 보내세요.'
(왼쪽) 뉴욕 운전면허증. 발급일 위 'R : B'는 교정시력 임을 의미함. 운전시 반드시 렌즈 및 안경을 써야하는 조건. (오른쪽) 뉴욕 방어 운전 교육 등록 사이트.
DMV에서는 운전면허를 따고 나면 '방어 운전 교육(Defensive Driving Course)'이라는 것을 듣도록 권장한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6시간짜리 온라인 수업인데 자기 돈 내고 신청해서 듣는 수업이다. 최소 $25.
듣지 않고 무시해도 아무 문제없지만, 이 과정을 수료하면 3년 동안 자동차 보험료의 10%를 할인해 준다. 보험료로 6개월에 $800 이상 내고 있으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돈을 더 내는 프린트된 자료를 받거나 영상 저장 옵션 등이 있지만 그런 게 필요할리가 없다. 온라인 강의로만 듣는 가장 저렴한 옵션으로 신청해서 바로 시작했다.
40분 동안 관련 자료를 보고, 짧은 퀴즈를 풀고, ARS로 전화를 걸어서 화면을 제대로 보고 있음을 알려주고... 이것을 6번 반복해야 한다.
틈틈이 나눠서 한 달 내로만 다 들으면 되지만, 보험료 할인을 최대한 빨리 받고 싶어서 하루 만에 완료했다.
(방어 운전 교육은 교통 벌점 4점을 삭제해 주는 혜택도 있기 때문에 현지인들에게 굉장히 필요한 교육이다. 뉴욕에선 18개월 이내 벌점 12점 이상이면 면허 정지이고 과속 한 번에 벌점이 3~11점까지 나온다. 교통 위반 두세 건으로 면허 정지가 될 수 있는 건데, 운전을 못하게 되면 직장이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벌점관리에 엄청 신경 쓴다. 그래서 교통 법규 관련 소송이나 관련 변호사가 많은데 이는 돈 때문이 아니라 벌점 때문이다.)
우편으로 받은 수료증을 스캔해서 보험사에 이메일로 보냈더니 다음 달에 할인된 금액만큼을 환불해 준다고 한다. 오... 모든 게 맘에 든다. 정리안 된 것들이 제자리에 맞춰지는 느낌이 든다.
이 뿌듯함을 며칠 즐기고 바로 내 옆을 보니, 장롱면허를 갖고 있는 아내가 눈에 들어온다.
아내가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구나. 부부간에는 운전 가르쳐주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아내에게도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며 우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음 여행을 준비했다.
Let's go to Niagara Falls!
Fondly,
C. Pa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