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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 :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우스톤 1/2

August 2022, 여행 13 (4/6)

by Clifton Parker

(커버 이미지 : Yellowstone National Park의 남쪽 입구. 국립공원 입구마다 커다란 안내판이 있는데 사진을 많이 찍는 장소라서 보통은 공원 측에서 잠시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둔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 황야를 가로질러 Yellowstone National Park까지 3/6에서 계속


둘째, 셋째, 넷째 날 : Yellowstone National Park


이번 여행의 목적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 이후 옐로우스톤)은 대부분 와이오밍 주에 있지만 일부는 몬태나와 아이다호 주까지 걸쳐져 있다. 이 공원 하나가 우리나라 충청남도 전체보다 넓다고 하니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아무리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지만, 천재지변이나 야생동물 문제로 특정 지역이 접근 금지되는 경우도 많다. 너무나 넓고 오지 중의 오지라 복구도 빨리 되지 않으니 여행 와서 가고 싶은 곳을 못 가게 되어도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한다. 공원 전체가 해발 2,000m 이상이라서 눈이 많이 온다. 그래서 1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는 공원 대부분의 도로가 폐쇄되기 때문에 스키 탈 생각이 아니라면 반드시 여름에 와야 한다. 접근이 안 되는 지역은 공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한 번은 꼭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오기 두 달 전엔 기록적인 폭우로 북쪽 입구의 도로가 소실되었기 때문에 중요 포인트 중 하나인 공원 정문을 일정에서 빼야 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옐로우스톤에 2박 3일을 할애했는데 꼼꼼히 보기에 충분하지는 않아도 유명한 장소 중심으로 다니면 어지간히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공원 내에는 '8'자 형태의 순환도로가 있어서 차로 이동하다가 잠시 세워서 구경하고, 다시 이동하다가 구경하는 것을 반복하게 된다. 이런 식의 관람은 이미 아카디아 국립공원에서 예습한 바 있어서 익숙하다.

국립공원 내에는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이 두 군데 있는데 아내가 다행히 예약을 성공했다. 이곳은 일반적으로 예약이 어려운 편이라 외부에서 숙박하고 다시 들어오는 경우가 흔하다. (국립공원 티켓은 1주일간 유효하기 때문에 입장료를 다시 내지 않는다.) 공원 내 식사는 숙소가 있는 마을에서만 팔고 있기 때문에 먹을 것을 미리 잔뜩 싸가지고 다니면서 먹거나 점심때쯤 숙소 마을을 지날 수 있도록 일정을 짜야한다. 주유는 Old Faithful Lodge가 있는 마을에서만 할 수 있는데 당연히 가격이 비싼 편이다. 뉴욕의 2배 조금 안 되는 듯. 하지만 여기를 지날 때마다 주유를 가득하는 걸 권하고 싶다. 기름이 많이 남아있더라도 꼭 끝까지 가득 채우시길. 이 지역에서 한번 낙오되면 구해주러 올 사람은 없고 곰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숙소 매점에선 곰 스프레이도 팔고 있다.

옐로우스톤.jpg (사진) Yellowstone 국립공원 지도와 주요 관람 포인트. Roosevelt Arch가 있는 North Gate가 정문이다.

옐로우스톤의 볼거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남쪽의 화산 활동 지역이다. 옐로우스톤의 남쪽 절반은 제주도 크기의 두 배가 넘는 화산분지(칼데라, Caldera)에 속해 있어서 지금도 활발한 화산 활동을 직접 볼 수가 있다. 그리고 나머지 북쪽의 절반은 록키산맥이 만들어낸 울창한 숲, 강과 폭포, 깊은 캐년 등을 볼 수 있는 지역이다. 공원 전역은 사슴, 바이슨, 여우, 곰 같은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운전할 때 주의해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은 1872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설립 이후로 미국 공원 체계를 더욱 확장하고 공고히 확립한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은 옐로우스톤 북쪽 입구에 최초의 국립공원을 기념하는 커다란 문을 건설했다. 루스벨트 아치(Roosevelt Arch, 1903)라고 불리는 이 문에는 'For the benefit and enjoyment of the people(모두의 이익과 즐거움을 위해)'라는 국립공원 법령의 일부가 적혀있다.

옐로우스톤은 미국의 공원이지만 모두를 위한 공공의 공원이라는 개념이 시작된 곳이라는 관점에서 모든 나라 모든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장소가 아닐까 한다.


1. Geyser (간헐천 : 규칙적 또는 불규칙적으로 용출되는 온천)

한국말로는 간헐천, 즉 Geyser는 지하수가 땅속에서 가열되어 증기의 압력을 받아 지상으로 뿜어져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옐로우스톤 일대는 거대한 화산 열점 위에 있는데 전 세계 Geyser의 50%에 해당하는 500여 개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뜨거운 물이 땅 속에서 갑자기 솟아나는 현상은 땅속의 온도, 지하수 유량, 지하 지형 등이 복잡하게 여러 단계로 얽힌 물리 현상이다. 아마도 과거의 사람들에겐 미지의 혹은 미신의 영역이었을 텐데, 그래서 19세기 옐로우스톤을 최초로 탐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거의 60여 년간 '헛소리'로 치부당했다고 한다. 사진도 없던 시대라 이 신기한 현상을 믿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Geyser의 분출은 워낙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예측이 쉽지 않다. 불규칙한 경우도 많고 분출이 주기적이라 하더라도 주기가 수십 년에 달하는 것들도 많아서, 고작 며칠 다녀가는 관광객들이 여러 개의 Geyser 분출을 직접 보는 건 기본적으로 운이 좀 따라 줘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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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Geyser 분출 예시. (오른쪽) Old Faithful Geyser의 분출 시간이 예고되어 있다. 가장 정확한 Geyser로 분출 예상 시간 오차는 10분 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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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Old Faithful Geyser의 분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오른쪽) Grand Geyser의 분출 모습. 예상보다 1시간 빨리 분출했는데 우리가 엄청 운이 좋았다.

다행히도 옐로우스톤의 Geyser 중에는 분출 주기가 일정한 것들이 몇 개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Old Faithful Geyser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다. 이 Geyser는 분출 주기가 1시간 30분 정도로 짧은 편이고, 예측 시간 오차가 10분 내외로 매우 정확하기 때문에 그 이름처럼 '믿음직한' 녀석이다. 심지어 분출수의 최대 높이가 40m로 규모가 큰 편이라 분출 시간이 되면 주변에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모인다. 이곳엔 Geyser 뿐만 아니라 숙소, 식당, 주유소 같은 각종 편의 시설과 방문자 센터가 있어서 옐로우스톤 관광의 상징이 되는 곳이다.

(영상) Old Faithful Geyser의 분출 모습. 전체 분출 시간은 2~3분 정도 되는데 그 높이가 40m는 된다.

Old Faithful Geyser을 시작으로 북쪽 방향으로 나 있는 나무판 산책로를 따라 Geyser 산책(Upper Geyser Basin)을 다녀올 수 있다. 크고 작은 Geyser 모두에 일일이 이름을 붙여서 팻말을 세워둔 게 인상적이었다. 금방이라도 분출할 것처럼 냄새나는 연기를 뿜으며 헐떡이는 Geyser들이 보이지만 쉽게 분출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산책을 하다가 예상 분출 시간이 아닌데도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는 Geyser를 보게 되는 행운도 잡을 수 있었다.


2. Hot Springs (온천)

옐로우스톤에는 Geyser 만큼이나 다양한 온천이 있다. 사실 '지열로 물이 데워진다'는 물리적 근원이 거의 같으니 Geyser와 온천을 구분하는 것이 모호할 때도 있다. 한국말로 온천이라고 하지만 여기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물론 허용해주지도 않는다.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는 'Park Ranger'는 안내 직원이 아니고 공원 경찰관이다. 국립공원에서 무모한 행동을 하지 말자.)


화산 지대가 워낙 넓다 보니 온천도 넓게 퍼져서 위치해 있는데 그 크기도 그 색도 제각각이다. 굉장히 신비하게도 옐로우스톤에 있는 온천 중에는 알록달록한 색을 띠고 있는 것들이 있다. 45~80 ºC의 고온에서도 살아남는 Thermophile(호열성 세균)은 온도나 물속 광물의 종류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이것으로 인해 옐로우스톤의 온천이 독특한 색을 띠게 된다고 한다. 온천의 가장자리 부근에는 온도변화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에 따라 세균의 색이 달라져 무지개 같은 그러데이션이 있는 온천도 여러 개가 있다. 이러한 색 변화는 물의 온도, 용해된 광물 종류와 농도, 세균 종류의 조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온천마다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그래서 이곳의 화려한 색이 입혀진 온천은 사람들이 옐로우스톤을 찾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20220827_185827-ANIMATION.gif (사진) Yellowstone Lake의 West Thumb에 있는 Lakeshore Geyser. 호수 내부에 있는 Geyser에서 물이 끓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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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물 속 세균(호열균)의 종류에 따라 물 빛이 달라진다는 안내문 (오른쪽) Grand Prismatic Spring의 모습. 세계 3위 규모의 대형 온천이다.
20220828_123436.jpg (사진) Morning Glory Pool. 사람들이 던진 동전에 의해 수온 변화가 생겨 물빛이 영구히 변화되었다.

옐로우스톤 온천 중에는 'Grand Prismatic Spring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이 가장 크고 인기가 많다. 직경 113m, 깊이 50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인 이 온천은 'Old Faithful Geyser'와 더불어 옐로우스톤의 상징물이다. 온도가 높은 중앙부(~70 ºC)는 미생물이 거의 없어서 파란색의 하늘빛이고 가장자리로 가면서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이 섞인 모습이다. 이름대로 '프리즘'을 통과한 것 같은 색을 띠고 있다. 온천이 워낙 크기 때문에 뒤편에 있는 산에 올라야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왕복 1시간 정도는 산행이 필요해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또 하나의 인기 온천인 'Morning Glory Pool (모닝 글로리 풀)'은 조금 독특한 이야기가 있다. 나팔꽃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 온천에, 예전엔 관광객이 동전을 던져 넣곤 했는데 그것으로 인해 중심부의 온도와 내부 수로가 변형되면서 온천의 색이 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당연히 동전 던지기가 금지되어 있고, 동전을 다 걷어낸 후에도 원래 색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된 깊이 7m짜리 이 온천은 옐로우스톤의 여러 온천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을 준다.


3. Mudpot (진흙 열탕)과 그 외 화산 활동

옐로우스톤 내에는 지열로 인해 진흙이 끓어오르는 Mudpot이 집중되어 있는 'Mud Volcano'지역이 있다. 화산가스의 황화수소 성분에 암석이 녹아내리기도 하기 때문에 황 화합물이 섞여있는 진흙이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유황냄새가 진동을 하고 끈적한 산성(Acidic) 진흙이 부글부글 소리를 내면서 끓고 있다. 질퍽이는 시멘트 같은 느낌이라 가까이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Mud Volcano 주차장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는 'Dragon's Mouth Spring', 용의 입이라는 뜻을 가진 작은 동굴 속 진흙 샘이 하나 있다. 그 이름에 걸맞게 유황 냄새가 섞인 수증기가 나오고 있는데, 진흙 끓는 소리가 마치 용이 불을 뿜기 전에 숨을 헐떡이는 듯하다. 이름 참 잘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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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ud Volcano에서 진흙이 녹아 끓어오르는 모습 (사진) Dragon's Mouth Spring. 숨이 헐떡이는 듯한 소리가 난다.

'Norris Geyser Basin'(노리스 간헐천 분지)은 넓은 분지인데 각종 화산 구조물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쉭쉭거리며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Steam Vent(분기공)도 보이고 크고 작은 Geyser와 Spring들이 밀집되어 있다. 온천이 흐르는 냇가의 어느 부분에서는 온도차에 따른 세균 색깔에 의해 한쪽은 빨간색, 다른 한쪽은 초록색으로 되어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화산 활동이 활발한 이곳은 10년 전엔 과도한 지열 상승이 관찰되어 출입 제한 조치가 있었다고 한다. 언덕 위엔 작은 박물관이 있어서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Norris Geyser Basin 입구에서 좌측으로 숲길을 한동안 따라가면, 옐로우스톤 최대의 Geyser인 'Steamboat Geyser'가 있다. 10년 전 분출했을 때에 그 높이가 100m에 달했고 수십 분간 물을 뿜었다는데 주기가 불규칙해서 언제 다시 터질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분출이 될 것처럼 계속 쉭쉭거리며 증기가 나오고 작은 구멍을 통해 물이 새어 나오는 모습이다. 그리고 Geyser 주변의 나무들은 다 하얗게 되어있었는데, 분출물을 뒤집어써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땅이 뜨거워서 타버린 것 같기도 하고 언뜻 그 상태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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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Norris Geyser Basin, 언덕 아래 크고 작은 화산 구조물로 가득하다. (오른쪽) Steam Boat Geyser는 옐로우스톤에서 가장 큰 Geyser이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Yellowstone National Park 5/6로 계속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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