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22, 여행 13 (5/6)
(커버 이미지 : 폭포 높이가 90m를 넘는 Lower Falls. 그 아래 협곡으로는 Yellowstone River가 흐르는 게 보인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Yellowstone National Park 4/6에서 계속
옐로우스톤엔 화산지형만 있는 게 아니라 산과 협곡도 엄청난 장관이다. 화산 지대의 북쪽으로 옐로우스톤 강을 따라가면 숲과 협곡이 펼쳐진다. 옐로우스톤 강의 상류에는 'Upper Falls', 그보다 약간 하류에 'Lower Falls', 이렇게 두 개의 폭포가 있다. 상류 폭포는 높이가 33m인데 반해 하류에 있는 Lower Falls는 높이 93m로 매우 높다. 강을 따라 만들어진 협곡과 쭉 뻗은 나무들 그리고 폭포까지 경치가 매우 훌륭하다. 멀리서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고, 폭포의 낙수 지점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는데 어디서든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산길을 걸어가는 수고는 좀 해야 한다.
강이 흘러가는 바위 협곡은 매우 길고 깊이도 깊다. 이 협곡의 바위는 약간 노란색인데 그래서 이 지역을 'Yellowstone'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원주민의 지명 'Mi tse a-da-zi (노란 바위의 강)'를 뜻풀이 하여 영어로 바꿔 부른 것) 협곡 전망대에 올라가서도 바닥이 잘 보이지 않는데 까마득한 아래에 강이 흘러가는 게 보인다. 협곡 최대 깊이가 360m를 넘는다고 하니 건물 100층 정도 높이는 된다. 협곡의 길이는 30km를 넘기 때문에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전망대 바로 아래는 절벽인데 휴대폰을 떨어뜨릴까 봐 사진 찍기도 무섭다.
한 가지 눈에 띈 것이, 여기 전망대의 'Grand Canyon of Yellowstone'이라는 표지판인데 흔히 알고 있는 애리조나 주의 '그랜드 캐년(Grand Canyon)'과 혼동이 있을 테니 이렇게 적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정도의 협곡인데도 그냥 'Grand'라고 쓰지를 못한다고 구분 지어 써야 한다니 애리조나 그랜드 캐년에 가면 어떤 게 있을지 사뭇 기대도 된다.
옐로우스톤을 1872년에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은 큰 일이긴 해도, 인터넷도 없던 당시에 사람들이 갑자기 그 개념을 이해하게 될 리는 없지 않은가? 이 오지까지 갑자기 공권력이 미치는 것도 아니니 국립공원이 되든 말든 주변에선 벌목과 밀렵이 횡행했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애초 이곳에 경찰을 배치하려고 했는데 의회에서 예산승인을 받지 못하자 부득이하게 군대를 주둔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군대가 옐로우스톤에 주둔하면서 수십 년 동안 공원의 관리, 치안 유지 등을 담당하게 되었고 훗날 국립공원청 NPS가 출범하게 되면서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국립공원이 최초이니 그 관리하는 방법 역시 모든 것이 처음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당시 부대의 활동이 NPS 체계를 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 군대가 주둔했던 'Fort Yellowstone'에 그 전통을 이어받기라도 하듯이 NPS 본부가 위치해 있다.
Fort Yellowstone은 옐로우스톤 순환도로의 제일 북쪽 지점에 있는 곳이다. 막상 가보면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 뜬금없이 있는 작은 마을인데 NPS 직원들이 상주하는 건물들이 여러 개 있고 방문자를 위한 박물관도 있다. 공원의 역사와 야생동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와 볼만한 곳이다.
Fort Yellowstone 바로 옆에는 거대한 온천 지형 중 하나인 'Mammoth Hot Springs'이 있다. 실제로 매머드가 살았던 것은 아니고 그만큼 거대하다는 표현이다. 여기는 온천수가 나오는 곳으로 물속의 석회 성분이 퇴적되어 계단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굉장히 독특한 모양의 큰 바위산이다. 전체적으로 주변과 대비되는 하얀 석회로 뒤덮여 있어서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계단형태의 지형이 터키의 파묵칼레와 비슷하지만 온천수가 많이 나오지는 않아서 건조하고 황량한 느낌도 든다. Mammoth Hot Springs 정상에 올라서서 보는 Fort Yellowstone은 영락없는 서부시대 마을이다.
옐로우스톤에 와 보니 미국엔 모든 것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원 하나에 숲, 평원, 강과 계곡, 높은 산 거기에 더해 화산까지. 정말 없는 게 없다. 공원 일주 도로를 따라서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 든다. 볼거리가 다양하고 넘칠 만큼 많아서 어디에 있더라도 특별한 느낌이 든다. 운전하다가 아무 곳에나 차를 세워도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이 깊은 산골까지 자동차 길을 만든 것은 대단하지만 전체적으로 도로가 썩 좋은 상태는 아니다. 워낙 오지이니 어쩔 수 없다. 두 달 전에 큰 비가 와서 도로가 강물에 떠내려 가는 것을 집에서 뉴스로 봤었는데 아직 그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일부구간은 아직도 폐쇄되어서 복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쪽 입구 근처 수풀 지역으로 가면 큰 산불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완전히 타버린 나무들로 가득 채워진 넓은 지역이 나오는데 이것은 1988년에 있었던 옐로우스톤 대화재의 흔적이다. 몇 달에 걸쳐 공원 전체의 1/3이 넘는 지역을 불태웠던 이 산불의 피해는 수십 년이 지나도록 아직 완전 복구가 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국립공원의 방침에 따라 인위적으로 복구하지 않고 최대한 자연의 순리대로 복원되게 한다고 한다. 고사목들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풀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숲을 이루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때가 올 때까지 초조해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린다.
운전하다 보면 야생동물도 종종 마주치게 된다. 특히 바이슨(Bison, Buffalo)이 많이 산다. 초원에도 있고 Mud Volcano에도 있고, 간혹 차 길로 나와서 차들을 가로막기도 한다. 이 길 위의 사람들은 어차피 바이슨도 보러 온 거라서 바이슨이 길을 막아준다면 그야말로 감사할 따름이다.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구경하려는 차들이 일제히 서행을 하거나 갓길에 주차를 하는데, 뭐가 보이지 않더라도 남들이 차를 세우면 일단 따라 세울 필요가 있었다.
- 공원 내 숙소(Old Faithful Lodge, Canyon Lodge) 인터넷은 상당히 느린 편이다. 이런 오지 중의 오지에서도 인터넷이 되는 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여서 감사한 마음으로 썼다. 방 하나를 예약하면 기기 2개만 연결이 가능했고 더 쓰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 고지대라서 여름이지만 아침엔 정말 춥다. 입에서 김이 나오고 차에는 서리가 내렸다. 건조한 편이라 낮이 되면 금세 더워진다. 그래서 야외에서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옷을 입어야 했다.
- 공원 숙소에 있는 식당은 가격 면에서도 음식 맛에서도 상당히 훌륭한 편이다. 채소는 날것은 거의 없고 대체로 냉동이나 통조림을 쓴다. 농사가 되지 않는 지역의 특색이 느껴져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공원 내 식당은 두 곳뿐이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리 잡기가 매우 힘들다. Old Faithful에 있는 식당은 식사를 하면서 Geyser분출을 볼 수도 있다.
- 기념품점에서는 들소인 바이슨, 사슴인 엘크 육포를 팔고 있다. 소고기 육포보다 배는 비싼데, 실상은 소고기가 절반 정도 섞인 육포다. 기념 삼아 한번 먹어볼 수는 있겠지만 일반 소고기 육포와 큰 차이는 없다. 야생동물은 지방이 적고 누린내가 많이 나서 소고기를 1:1 수준으로 섞어야 먹을만하다고 한다. 식당에서도 바이슨 소시지 메뉴를 파는데 이것도 일반 소고기 함량이 절반정도는 될 것이다. 맛보다는 기분상 먹는 음식이다.
- 관광 장소마다 나무로 된 관람로가 설치되어 있다. 오염이나 지반 붕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관람로 밖으로 벗어나면 안 된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Mammoth Hot Spings의 관람로 밖으로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5,000의 벌금을 낸 일도 있다고 한다.
C. Pa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