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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 Montana & 하늘에서 본 미국 지리

August 2022, 여행 13 (6/6)

by Clifton Parker

(커버 이미지 : Montana State University 체육관 벽면에 그려진 학교 마스코트 'Bobcat')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Yellowstone National Park 5/6에서 계속


StateMap.jpg (사진) 여행 경로. 4박 5일간 총 800마일 일정이다. 마지막 날은 옐로우스톤에서 몬태나 보즈만을 통해 집으로 간다.


넷째 날 : West Yellowstone, MT

Yellowstone National Park를 나오면서

옐로우스톤에서 2박 3일 짧은 여정을 마치고 뉴욕 집으로 돌아가는 대장정을 시작해야 했다. 오후에 옐로우스톤을 나와서 몬태나 주 보즈만(Bozman, MT)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에 뉴욕 알바니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옐로우스톤의 북쪽 Main Gate로 가는 길이 볼 것도 많고 편리한 곳이지만, 두 달 전 폭우로 폐쇄되었기 때문에 서쪽 출구를 통해 돌아 나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보즈만까지는 산과 숲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국유림 지역이다. 2시간 넘게 가야 하는데 본격적으로 출발하기 전에 공원 입구의 작은 마을, 'West Yellowstone'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바이슨을 콘셉트로 하는 식당이다. 'Buffalo Steak'라고 되어 있는 것을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그다지 만족할 만한 맛은 아니다. 바이슨은 일반 소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먹어보고 나서야 든다. 유통이 원활하지 않을 테니 신선도에서도 차이가 나고 그러니 조리법도 제한되고...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냉동이 아닌 신선한 채소와 몬태나 지역 맥주도 한잔했다.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맥주 한잔은 음주운전이 아니다. 몬태나는 BAC > 0.08% 인 경우가 DUI에 해당, 한국은 0.03%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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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옐로우스톤 서쪽 입구 근처 마을에 있는 Bison이 컨셉인 식당. 버팔로 윙과 바이슨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생채소를 먹는 건 1주일 만이다.
20220829_195535.jpg (사진) 국유림 지역을 지나다가 우연히 보게 된 특이한 산 (Storm Castle Peak, MT)

옐로우스톤에서 보즈만으로 가는 길은 운전으로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멋있는 산세(山勢)가 느껴진다. 하지만 몬태나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거의 없었는데, 아내는 인터넷이 연결될 때마다 열심히 검색을 해서 브래드 피트의 영화 '가을의 전설(1994)'과 '흐르는 강물처럼(1992)'이 몬태나 배경임을 알아냈다. 끝없는 산속 풍경과 영화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 다 되어서야 미리 예약해 둔 보즈만 시내의 한 모텔에 도착했다. 이제 다 끝나간다는 생각에 일찍 잠이 들었다.


다섯째 날 : Bozeman, MT 그리고 집에 오는 길

Montana State University, Bozeman, MT

알바니로 가는 비행기가 점심 무렵이라, 아침 시간이 여유 있었다. 우리가 묵은 모텔(Motel 6)에서는 커피 외에 아침을 주지 않아서 더욱 여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예약한 건 제일 싼 비행기. 기내식은 당연히 없기 때문에 아침을 먹긴 해야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뻔한 곳 말고 특별한 곳이 없을까 하다가 보즈만 시내에 있는 몬태나 주립대학(MSU)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대학교를 가면 보통은 구경거리나 먹을거리가 웬만큼 잘 되어 있기 마련이라 굳이 열심히 찾아볼 필요도 없다.


메인, 와이오밍과 더불어 사람이 적게 사는 것으로 유명한 몬태나지만 주립대학은 120여 년 전에 세워졌다고 한다. 동부 대학들만큼은 아니어도 굉장히 오래되기는 했다. 그 역사를 증명하듯 오래된 건물들이 군데군데 있어서 캠퍼스가 오래된 공원 같은 느낌도 든다.

학교 외곽에는 큰 규모의 풋볼 경기장이 있는데 알바니 뉴욕 주립대(SUNY Albany) 보다 훨씬 크고 좋아 보인다. 미국 대학에서 스포츠, 특히 풋볼 성적은 학생 유치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항목이기 때문에 인프라가 부족한 곳일수록 스포츠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게다가 몬태나 같이 주 전체에 프로 스포츠 팀이 없는 지역에서는 대학 경기(NCAA Division 1) 인기가 프로팀 못지않다. 학교와 주에서는 관중 수입을 생각해서라도 스포츠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검색으로 'MSU Bobcat'을 찾아보니 전국 단위 탑 랭커 까지는 아니어도 중서부지역의 대학 풋볼 강팀이라고 한다. 주차장도 크고 깨끗해서 지역 주민들이 좋아하는 장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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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몬타나 주립대학의 행정 건물인 Montana Hall. (오른쪽) Bobcat(시라소니)이 이 대학의 상징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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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학생 식당. 부페식 식당으로 저렴하기까지 했다. (오른쪽) 미국 대학의 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나라 방문객을 위한 기념품을 판다.

교내 카페에서 커피나 한잔 할까 하다가 학생 식당이 외부인에게도 열려 있길래 들어가 봤다. 뷔페식당인데 외부인 입장료는 한 사람당 $11이다. 학교 학생들은 Meal Plan을 구입해서 먹으니 아마도 우리보단 저렴할 것이다. 웬만한 유명 뷔페식당 못지않은 식사를 할 수 있었는데 이 가격에 이 정도로 밥을 먹을 수 있다니 행복할 따름이다.

MSU를 떠나기 전에 대학 서점에 들렀다. 미국 대학에서 '서점'은 책뿐만 아니라 방문객을 위한 기념품을 팔고 있는 곳이라서 학교 투어를 하면 꼭 들러야 한다. 우연히 들르게 된 MSU지만 식당에서의 좋은 경험이 오래 기억될 수 있게 노란색의 풋볼 티셔츠를 하나 샀다. 뉴욕에 돌아가도 MSU Bobcat의 승리를 기원하련다.


하늘에서 본 미국 지리와 농장의 모습

MSU 구경까지 마치고 보즈만 공항에 도착했다. 5일간 고생한 차도 반납하고 비행기 체크인까지 마치고 이제 다시 뉴저지 뉴왁 공항으로 되돌아간다. 보즈만을 떠난 비행기는 어느새 와이오밍, 사우스 다코타 상공을 차례로 지나고 있다. 다행히 구름 한 점 없이 날씨가 좋아서 1주일간 우리에게 놀라움을 줬던 황야와 높은 산들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미시시피강_록키산맥.jpg (사진) 미국의 각 주, 록키산맥, 미주리강, 미시시피강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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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지역에 따른 농장의 생김새 차이 - (왼쪽) 미주리강의 서쪽 지역 (오른쪽) 미주리 강의 동쪽 지역 (South Dakota)

비행기 안에서도 황무지와 강 주변에 띄엄띄엄 있는 녹색의 지형이 보이는데, 이 녹색땅은 죄다 원형 또는 반원형으로 되어 있다. 이게 뭘까? 왜 이런 게 있을까? 생각해 보니 운전하면서 길가에서 봤던, 밭에 물 주는 장치(Center Pivot Sprinkler)가 기억났다. 십 수 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파이프로 된 길쭉한 장치인데 아래쪽엔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바퀴가 달려있어서 빙글빙글 돌면서 물을 주는 거였다. 그러니 농장의 모양이 저런 식으로 생기는 걸 테다. 고지대나 황야처럼 물이 멀고 양이 적은 지역에서 많이 쓰는 장치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조금 더 지나니 큰 강이 하나 보인다. 지도를 보니 미주리 강(Missouri River)이다. 남쪽으로 흘러가면서 사우스 다코타는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는데 고지대에 건조했던 서쪽에 비해 동쪽은 풍경이 완전히 달랐다. 땅의 색이 점차 노란색에서 녹색으로 변하고 농장의 모양도 원형에서 작은 사각형으로 변해간다. 건조한 고지대인 미주리강의 서쪽과는 달리 동쪽은 지대가 낮은 편이라 물을 끌어오기 쉽고 작물의 재배도 용이하기 때문일 거다. 글로만 보던 걸 하늘에서 직접 확인하니 신기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확실히 지리와 지구과학 공부가 많이 된 것 같다. 세은이에게도 좋은 공부가 되었길...


시카고를 경유해서 알바니 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밤이 되었다. 이젠 이련 풍경도 익숙하다. 매달 여행을 다니니 프로 여행꾼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거의 일주일 만에 다시 만난 우리 차에서는 'Home'의 냄새가 난다. 알바니 공항 주차장은 뉴욕시티보다 훨씬 안전한 곳이라서 이번엔 차 걱정 없이 잘 다녔다. 집에 돌아와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차고 앞에서 모두를 안아주고 자축의 박수를 쳤다.

20220830_213101.jpg (사진) Welcome Home

Fondly,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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