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2 ~ July 2023
(커버 이미지 : Market 32에 진열된 해골 캐릭터가 그려진 맥주 Voodoo Ranger 오렌지 맛. 600ml 한 캔에 $2.69, 약 3,700원이었다. ABV가 무려 9.5에 달하는 이 거 한 캔을 다 마시면 거의 소주 한 병(~80%)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이민 와서 삶을 꾸리는 것은 마치 캄캄한 바다를 나침반 하나 들고 항해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민자는 미국에서 자기 가족의 생활이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비교할 만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난감할 때가 많다. 이 나라는 원래 이러고 사는 건지 내가 뭘 몰라서 이렇게 사는 건지 도통 알 방법이 없다. 화재경보기는 왜 이리 민감한지, 마당에서 불 피우면 신고당하는지, 전기/수도 요금은 적당한지, TV는 뭘 보는지 등등 사소하지만 알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물어볼 곳은 똑같이 모르는 처지인 한국 주재원들 밖에 없으니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심지어 아예 지식이 없어서 뭘 물어봐야 할지 조차 모르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누군가의 집에 가서 혹은 우리 집에 초청해서 직접 보면서 물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 친분도 없는 이민자에게 쉽게 문을 열어줄 현지인은 없다. 이웃 간에도 서로를 경계하는 요즘 미국 분위기에선 더욱 그렇다. 사실 돌아보면 한국에서 우리 역시 그렇게 문을 닫고 살지 않았던가.
하지만 1년간 미국에 살면서 우리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적응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우리에게 여러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중에도 도서관 선생님인 Owen과 옆집 형님 Mark의 식사 초대를 여러 번 받았는데, 이민 생활 초반에 이런 현지인의 식사 초대는 굉장한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초대를 받아서 갈 때마다 '이런 것이 보통의 미국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구나'하고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다. 다들 내 질문에 유쾌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려 하고 거리낌 없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한국에선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지도 묻는다. 나에게 그들이 이런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다.
술을 좋아하는 편인 나는 미국에 와서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미국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술을 먹는가'였다. 미국에서 보통 술을 구하는 방법은 마트 또는 Liquor Shop에 가는 것이다. 마트에서는 주로 맥주나 와인 또는 샴페인 같은 도수가 낮은 술을 팔고, 도수가 높은 위스키 같은 것은 술 전문 상점인 Liquor Shop에서 구해야 한다. 그 외에는 딱히 아는 게 없었다. 나는 이 상황에 묘한 불편함이 있었다. 맥주는 도수가 너무 낮아서 너무 많이 먹어야 했고, 위스키는 도수가 너무 높아서 조금만 먹어도 금방 취하기 때문이었다. '왜 소주 같은 포지션의 중간 도수의 술이 없지?' 사실 그게 없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소비의 나라인 미국에 이 정도가 없을 리 없다. 내가 못 찾는 것일 뿐. 그렇다고 나에게 맞는 것을 찾기엔 매장에 있는 술의 종류는 너무 많기 때문에 하나씩 먹어가며 궁합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먹던 '수입맥주' 계열의 술(하이네켄, 버드와이저, 쿠어스 등)들만 사다 먹을 수밖에 없었다. 모르니까 먹던 것만 먹는다.
아내는 똑같은 맥주가 한국보다 싸다며 좋아했지만, 사실 나는 이것들이 진짜로 미국인들이 먹는 술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그저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Mark와 Owen이 나를 저녁에 초대해 주기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훗. 이제와 돌아보니 우습다.
초대받아 식사 자리에 가면 저녁을 먹으며 맥주 한잔씩 하는 게 보통인데, 그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꺼내 온 맥주의 종류가 내가 보던 것들이 아니다. 내가 먹던 맥주와는 확연히 다른 이 맛 그리고 캔의 포장 상태가 분명히 마트에서 파는 술이 아니다.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Mark는 자기는 마트 술은 사지 않는다며 Brewery에서 술을 받아온다고 했다. 맛을 더 보라며 지하실에서 몇 개 더 꺼내주었는데 이런 신세계가 있나 싶다. Owen의 집에 갔을 때도, 마음껏 꺼내먹으라던 맥주 냉장고에는 마트에서 파는 술은 거의 없었다. 이 집에도 내가 처음 보는 맥주들이 가득 있었고 Owen은 어리둥절해하는 나를 흐뭇하게 쳐다봤던 것 같다.
순간 혼란이 온다. 내가 술 초보인가? 아니다 나도 한국에서 20년 넘게 맥주란 맥주는 종류별로 다 먹어봤고 그 차이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건 정말 처음 보는 맛이다. 이걸 찾아서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Mark, 한국엔 이런 술이 없어요. 나도 이런 걸 찾아서 먹어보고 싶어요."
나의 '고백'을 들은 Mark는 집에 가져가서 먹으라며 맥주 몇 캔을 내줬는데, 집에 와서 맥주 캔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정보가 많지는 않았지만 'Fidens'이라는 양조장 이름은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구글에 검색해서 양조장의 위치, 팔고 있는 맥주 종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 여기를 찾아가서 술을 사 오는 거로구나. 예전에 한국에서 막걸리 받아오던 느낌이네.'
호기심에 이곳 말고도 근처 다른 Brewery도 모두 검색해 봤다. 나와 Brewery와의 인연은 그렇게 되었고 한 두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는 어느덧 나도 Mark와 Owen 같은 미국 아저씨들이 어떤 식으로 술을 사고, 어떤 것들을, 어떤 이유로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서 Local 맥주를 받아먹을 수 있는 곳 : Brewery
- 일단 뉴욕에서는 Brewery 대부분이 배달을 안 하기 때문에(배달 영업엔 추가 법적 규제가 있음) 직접 찾아가서 받아야 한다. 온라인으로 주문이 되는 곳도 있지만 안 되는 곳이 더 많다.
- 기본적으로 16oz(~450ml) 4캔 단위로 파는데 64oz(=0.5 Gallon~1.9L) 크기의 Growler라는 갈색 유리병에 담아서 팔기도 한다. Growler는 재활용이 가능해서 빈 병을 가져오면 맥주값만 내고 Refill 할 수 있다. 아주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양조장에 양은 주전자 들고 가서 막걸리 받아오던 것과 같은 개념이다.
- 거의 모든 Brewery엔 Tap Room이 있어서 그 자리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Tap'이라는 말은 점원이 맥주를 따라 줄 때 쓰는 손잡이를 말한다. 간단한 안주도 팔고 일정에 따라 밴드 또는 코미디 공연이 있는 전형적인 미국 술집 중 하나다.
- Brewery는 맥주를 만드는 곳이고 Distillery(증류소)는 위스키나 Rum 또는 보드카 같은 도수가 높은 술을 만드는 곳이다. Distillery도 배달 판매를 안 하기 때문에 방문 판매만 하는 곳이 많고 거의 모든 곳에서 Tasting Room을 운영한다. (위스키는 Tap으로 먹지 않으니 Distillery는 Tap Room이라는 표현이 없다.)
미국 Local 맥주를 느끼고 싶다면? IPA를 맛보자
Local Brewery에서 파는 맥주는 IPA(India Pale Ale) 계열이 많다. 한국에서 많이 먹던 Lager(라거)도 있지만 판매 메뉴를 보면 확실히 Lager는 주력 상품은 아니다. 그리고 Lager는 종류별로 맛의 차이가 크지 않고 한국에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라 미국까지 와서 먹기엔 좀 내키지 않는다.
미국 로컬 맥주의 주류인 IPA는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이던 시절에 만들어진 맥주의 한 종류다. 수에즈 운하가 없던 그 시절, 인도 식민지에 주둔한 영국군에게 맥주를 배송할 때는 영국에서 배를 타고 아프리카를 빙 둘러 돌아가야 했다. 긴 배송시간과 적도의 더운 날씨에 시달리어 그 소중한 맥주들은 인도에 도착하기도 전에 상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맥주 원료 중 하나인 Hop의 비중과 알코올 도수를 높여서 혹독한 날씨에도 쉽게 상하지 않도록 만들어서 배송했다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IPA라고 부르는 India Pale Ale의 유래이다.(인도로 보내는 페일 에일) 청량감이 강한 Lager에 비해 IPA는 씁쓸하고 묵직하며 약간 텁텁한 느낌의 거친 맛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IPA는 한국에 없는 술이 아니다. 나는 서울에서 가끔 먹어봤고 미국에 와서도 마트에서 몇 번 사다 먹어봤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굳이 찾아먹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냥 그런 맛이었기 때문에. Brewery의 IPA를 받아먹기 전까지는 그랬다.
IPA는 홉을 얼마나 & 어떤 방식으로 섞는지, 풍미를 위해 어떤 재료(꽃, 허브, 과일, 소나무 등)를 넣는지에 따라 맛과 종류가 크게 달라진다. 내가 한국 또는 미국 마트에서 먹어봤던 것은 공장에서 잔뜩 찍어낸 듯, 뭔가 빠진 것 같은 맛이었지만 Mark나 Owen이 권해 준 Local Brewery의 IPA는 확실히 수준이 다른 맛이라서 눈이 확 떠진다. 씁쓸한 홉의 향과 과일 및 꽃의 향이 적절히 조화되어 묵직하면서도 입에 착 감기는 맛이 난다. 이건 내가 25년 넘게 맥주를 마셔오면서 정말 처음 느껴보는, 진짜로 한국에는 없는 맛이다. 그동안의 내 인생이 억울해서, 한국에서는 왜 이런 맥주가 없는지 나름대로 찾아보기도 했는데 한국은 아마도 세금 문제 때문에 이렇게 만들 지도 못하고 수입도 할 수 없는 모양인 것 같았다. (한국 주세 환경에선 가격이 너무 비싸지기 때문에 생산도 수입도 경쟁력이 없음)
마트에서 파는 대형 맥주회사의 IPA(=한국에서 파는 IPA)와 로컬 IPA는 맛 차이가 크게 나는데 아마도 소량 생산 & 소량 소비되는 로컬 사업의 특성상 긴 시간 유통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제조 환경 때문일 것이라 짐작된다. (로컬은 장기 유통에 따른 변질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사용하는 재료 및 공정에 차이가 남)
그래서 미국에서는, 아무리 가격이 비싸더라도 가능하면 로컬 IPA를 맛봐야 한다.
미국에서 맛볼 수 있는 로컬 IPA에 대해
Brewery 또는 식당에서 맥주를 주문하려고 하면 그 이름이 장황하고 천차만별이라 이름만으로는 이게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나름대로 선택 가이드를 갖고 있어야 했다.
1) ABV(Alcohol By Volume, 알코올도수)가 '5'인 IPA는 보통 Lager 수준이라서 싱거운 느낌이다. IPA라면 ABV가 6~7 이상은 되어야 홉의 향이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2) IPA 홉의 함량에 따라 분류가 달라진다. 일반 IPA에 들어가는 홉의 두 배를 넣으면 DIPA(Double), 세 배를 넣으면 TIPA(Triple)이라고 한다. 홉을 많이 넣을수록 씁쓸함이 강해지고 ABV가 높아진다. 나에겐 DIPA정도(ABV ~7)가 적당했다.
3) 식당 IPA 메뉴판엔 보통 첨가향이 적혀있다. 맥주를 만들 때 과일을 직접 섞거나 과일 향이 나도록 홉을 조합하는 것이다. 몇 번 먹어보면서 좋아하는 향을 찾아서 외워두면 좋다. (쓰여 있지 않으면 점원에게 요구해도 된다. "Could you recommend me Citrus IPA please?")
4) 대부분의 Brewery 및 술집에서는 Sampler 또는 Tasting Flight를 팔고 있다. 메뉴에 적힌 맥주의 이름만으로는 맛을 알 수 없기 때문인데, Sampler를 주문하면 보통 4~6 종류 정도를 고르게 해서 작은 잔에 담아서 준다. 맛을 보고 나서 맘에 드는 걸 본격적으로 주문하면 된다. 물론 유료 샘플이다.
5) 지역에 따라 특색 있는 IPA가 있다. 동북부는 NEIPA(New England), 서부는 American IPA가 대표적인데 홉 보다는 첨가물의 종류에 차이를 둔 경우가 많다.
나는 여러 번 먹어본 후에, ABV 7 정도의 Citrus(귤의 종류) 과일향이 첨가된 것이 가장 맛이 좋게 느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종류는 16oz 한 캔 당 가격이 $3~5 정도(한국에서 먹는 수입맥주 가격의 두 배다.)되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같은 종류라면 가격이 비쌀수록 맛이 좋다. 이걸 먹고 있으면 미국 아저씨들 배 나오는 것이 이해도 되고 술이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중독이 걱정되는 맛이다.
어느새 우리도 Mark처럼 더 이상 마트 술은 사 먹지 않게 되었고 한 달에 한두 번씩 Brewery에 가는 것은 중요 일과가 되었다. 그리고 미국에선 손님이 올 때, 마트 술을 꺼내 놓으면 굉장히 없어 보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로써 술값 지출이 확 증가하긴 했지만 한국에선 영원히 먹을 수 없는 미국만의 맛이라는 나의 설득에 아내는 맥주는 돈 생각하지 말고 사라고 허가(?)를 해 주었다. 오호 땡큐.
이렇게 술 먹는 법을 알게 되니 술집에서 주문하는 것도 여유롭다. 맥주 이름을 몰라도 샘플러를 시키고 적당히 그 맛을 떠올리며 주문할 수 있게 되었고 자주 가는 술집에서는 메뉴를 보지 않고도, 메뉴에 없는 것도 주문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역시 겁먹지 말고 계속 시도하고 경험하다 보면 다 된다.
Mark네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 우리는 IPA만 얻어먹었던 게 아니다. Sarah는 아내에게 Hard Cider 몇 개를 먹어보라고 주었는데 이것도 미국에서 처음 맛보는 것들이었다. 설명을 보니 ABV가 7이나 되는 꽤 센 술인데도 맛을 보면 알코올 느낌이 별로 없고 그냥 과일맛 나는 탄산음료 같다. 한국에서 '사과 맥주'라고 부르는 써머스비(Somersby)가 그나마 이것과 비슷하지만 맛과 향에서 미국에서 먹는 것이 역시 한 등급 위다. (사실 사과 맥주라는 표현은 틀린 말이다. 맥주의 '맥(麥)'은 보리를 뜻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사과주가 올바른 표현이다.)
미국에서 'Cider'라고 하면 '사과를 발효한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말하는 '사이다'는 'Sprite'라고 한다.) 사과를 강조해서 'Apple Cider'라고 하면 시큼하고 약간 점성 있는 사과 발효액을 말하는데, 이건 물을 타고 계피 등을 넣어서 뜨겁게도 마시는 알코올과는 상관없는 가족 음료를 뜻한다. 그에 반해 'Hard Cider'라고 하면, 사과 발효주 베이스에 각종 과일 향을 첨가하여 만드는 탄산주를 말한다. 복숭아, 블루베리, 심지어 호박맛도 있다. 굉장히 달고 맛있어서 술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아서 아마 호불호 없이 모든 사람에게 너무 맛있게 느껴질 것 같다. 도수가 높은 술인데도 알코올의 느낌이 없다. 정말로, 진실되게 이건 중독이 걱정되는 음료다.
Hard Cider는 일반 마트에 일부 있기도 하지만 진짜 맛있는 것들은 Liquor Shop에 가야 구할 수 있다. 와이너리에서도 Hard Cider를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와인을 파는 Liquor Shop에서 같이 팔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블루베리, 체리맛 Hard Cider를 사기 위해 매달 한 번은 Liquor Shop에 꼭 들렀던 것 같다. IPA와 마찬가지로 주로 비싼 것들이 맛있다. 16oz 한 캔에 $3 정도는 줘야 먹을만하다. 비슷한 탄산주 부류로 Seltzer, RTD 같은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도수가 낮고 맛이 약간 밍밍해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사과주 베이스가 아님)
Liquor Shop에 가면 그 외에도 쉽고 편하고 재밌고 달고 맛있는 파티용 술이 정말 많다. 너무나 궁금했지만 거기까지 손대면 정말 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 함부로 손대지 않았다. 칵테일을 얼려서 쭈쭈바처럼 먹을 수 있는 Freeze Pops이 한 개에 $1~2 수준이라 재미 삼아 몇 번 사 먹어 보긴 했는데, 맛은 차치하고 아이들이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생긴 술이라는 묘한 자괴감에 손이 가는 물건은 아니었다.
Mark와 Owen을 통해 미국 술맛을 알게 되고 Brewery와 Liquor Shop을 들락거리기 시작하다 보니 그동안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마트는 아니지만 일부 보통 마트에서도 Local 맥주를 팔고 있긴 했다. Brewery 별로 납품처가 다른 건지 마트별로 각기 다른 Local 맥주를 팔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라도 특정 마트를 가야 할 이유가 생기곤 했다. 덕분에 이미 특정 IPA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굳이 Brewery까지 갈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이것을 알게 된 후에는 여행을 가서도 마트에 가서 꼭 Local Beer 코너를 찾곤 했다. 그 지역만의 다른 맛을 느껴보고 싶어서.
이렇게 신세계와 같은 미국 술을 찾아 마시게 되면서 걱정이 되는 것도 있다. 술이 이렇게 맛있으면 사람들은 어떡하나 싶다. 주말에 TV앞에서 하루 종일 맥주 마신다는 미국 아저씨들의 삶이 너무도 이해가 된다. 할 일도 없고 풋볼은 너무 재밌고 맥주는 너무 맛있으니 그렇게 되는 건 정말 이상하지 않다. 미국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 술을 좀 맛없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나 조차도 하루에 한 두 캔 씩 꼬박꼬박 먹게 되는데, 이러다가 무슨 병에나 걸리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미국은 21세 미만은 술을 먹을 수 없게 되어있다. 그런데 술이 이렇게 맛있으면 젊은 친구들이 21살이 될 때 그 욕망이 폭발해 버릴 것 같다. 실제 미국 젊은 애들 음주사고가 정말 많다. 술에 대한 접근성이 너무 좋은 것도 그리 달가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이 맛은 정말 부럽다. 한국에서는 만들 수 없는 이 맛. 건강관리 잘하며 살아야겠다.
Fondly,
C. Pa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