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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검소한 미국인들의 일상, 중고 거래

August ~ November 2022

by Clifton Parker

(커버 이미지 : 우리 동네의 연례 Garage Sale 풍경. 집에서 쓰던 물건에 가격표를 붙이고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매년 여름에 희망하는 집들을 모아서 다 같이 정해진 날에 한다.)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자타공인 미국은 세계 최고 부자 나라다.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득을 벌고, 동시에 가장 많은 소비를 한다. 한국에서 뉴스를 통해 보는 미국 사람들의 모습이 그러했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에서 1년 넘게 살다 보니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보통의 미국사람들의 모습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동네에서 매년 하는 Garage Sale

Garage Sale(또는 Yard Sale)이라는 것만큼 미국스러운 생활 문화가 또 있을까 싶다. 일단 집에 차고(Garage)나 마당(Yard)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 단어 자체는 교외의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을 떠올리게 한다.

여름이 되면 동네 여기저기에 Garage Sale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운전하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교차로 잔디나 전봇대에 큼직하게 자기 집 주소를 붙여놓는다. 여름이 Garage Sale의 계절인 것은 미국 대부분의 학교가 6월 말에 한 학년이 끝나기 때문인데, 방학이 끝나는 9월까지 이직 또는 이사 시즌이라서 그렇다. 미국에서 이사를 간다고 하면 며칠 또는 몇 주가 걸리기도 하는 대장정이 되는 것이 보통이니 짐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 하는 마음에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내다 파는 것이다. 매년 이런 행사가 반복되니 이사와 상관없이 그냥 정기적으로 짐을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번쯤은 Garage Sale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우리 동네 HOA (Home Owners Association, 주택 소유자 협회, 한국의 입주자 대표 회의와 유사)에서 이메일 한통을 보내왔다. 조만간 마을 전체에서 이틀간 Garage Sale을 하려는데 참여를 원하는 집은 홍보비로 $5를 보내달라는 내용이다. 우리는 팔 것이 없어서 신청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남들 사는 일상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날은 어디 가지 말고 동네 마실이나 가야겠다. 코비드 끝나고 매년 하는 행사라는데, 내년이면 미국을 떠나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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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Garage Sale에 참여하는 집들을 표시한 우리 마을 약도 (오른쪽) 우리 마을 Garage Sale은 이틀간 진행된다.

몇 주 뒤 HOA가 공지한 날짜가 되었다. 전체 80여 가구 중에 스무 집 정도 신청했는데 마을 진입로엔 커다란 입간판이 세워졌다. 토요일 아침을 먹고 나서, 나는 "동네니까 산책하듯 한 바퀴 돌고 옵시다."라고 했더니 아내는 "걸어가지 말고 차를 가져가야 해. 거기 뭐가 있을 줄 알고... 정말 구경만 하고 올 셈이야?"라고 한다.

아... 그렇다. 역시 욕망이 있는 자는 바라보는 것이 달랐다. 나는 눈치껏 차의 트렁크를 냉큼 다 비우고 운전해서 동네 마실을 나선다.


HOA에서 미리 집집마다 약도를 나눠주어서 돌아다니기 수월했다. 도로와 집들의 위치를 손으로 직접 그린 약도는 약간 어설픈(?) 느낌이 행사 분위기에 맞는 것 같다. 약도에 표시된 집들의 마당 또는 차고/Drive way에는 쓰지 않는 물건들이 잔뜩 펼쳐져 있고 주변 도로엔 주차된 차들이 잔뜩이다. 못 보던 사람이 많은 게 다른 동네에서도 많이 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별의별 물건이 다 있다. 크리스마스 물건들도 있고, 아이들 옷, 여러 장식품, 그림, 소형 가전 등 아직 쓸만한 것들을 내다 판다. 하긴, 쓸만해야 팔 수 있겠지. 물건 가격은 완전히 제각각이다. 물건마다 귀여운 가격 스티커가 붙어있다. Garage Sale을 위해 이런 스티커도 어디서 파는 것만 같다. 물건은 편차가 너무 심해서 시세라는 게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운이 좋으면 아주 헐 값에 좋은 물건을 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내는 센스 있게도, 개인 간 거래를 하니 현금이 필요할 것 같아서 어제 은행에서 잔돈 위주로 찾아왔다고 했다. 역시 욕망이 있는 자는 바라보는 풍경이 달랐다.


몇 군데 돌고 나니 분위기도 익혀지고 아이들 옷, 학교 물건처럼 짧게 쓰고 바꿔야 하는 것들은 이런 곳에서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다들 비슷한 생각이라 아이들 물건은 이런 식으로 돌고 도는 것일 거다. 아내는 이미 한국에선 쓸모없을 세은이 스키복 두어 벌을 손에 들고 있다. 영어도 잘 못하는 이 아줌마 '두 개 샀으니 $5 빼주면 안 돼요?'라고 묻는다. 아내는 정말 굉장하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다음부터는 가격을 깎는 것보다는 작은 물건을 추가로 달라고 하는 게 좋겠다고 작전을 알려주었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빨리 치우는 것이 목적이니까. 그런 식으로 미국에 있는 동안 잠깐 쓰게 될 핼러윈 물건이나 크리스마스 물건 같은 것들도 몇 개 구할 수 있었다.

세은이는 점점 지쳐갔지만 아내와 나는 점점 신이 나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간혹 집 입구에 꼬맹이들이 테이블을 차리고 앉아서 한잔에 $1짜리 레모네이드를 파는 곳도 있다. 나는 물건은 사지 않아도, 아이들이 파는 레모네이드는 꼭 사주었다. 그렇게 똑같은 레모네이드를 몇 잔 째 마시면서 날이 더워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가족의 역사가 묻어있는 Garage Sale 물건들.

그렇게 동네를 다 돌고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 말대로 차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우리는 차의 트렁크가 모자라서 뒷자리까지 접어가며 온갖 물건을 가지고 왔다. 비싼 듯한 것도 있고 덤으로 얻어 온 것도 있고... 1년 뒤 한국에 돌아갈 때, 한국집엔 가져갈 수는 없겠지만 여기서는 유용할 물건들이다. 1년 쓰고 버린다 셈 쳐도 워낙 저렴하니 큰 부담은 안된다.

그런데 우리가 가져온 물건들 중에는 사연 있는 것들이 좀 있었다.


- 할머니의 할머니가 준 결혼 선물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살고 있는 어느 집에는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릇 세트가 고작 $50에 나와 있었다. 아내가 맘에 들어하여 할머니에게 그릇이 좋다고 말을 걸었는데, 그 할머니는 자신의 할머니가 자기가 결혼할 때 선물로 준 것이라고 한다. 무려 '할머니가 준 결혼 선물'이다. 이렇게 소중한 사연이 있는 것을 우리가 사도 되는지 망설이고 있는데 애들 다 떠나고 이제 작은 집으로 이사 갈 거라서 필요 없다며 우리가 가져가도 된단다. 내가 돈 내면서도 고맙고 미안하고 횡재한 듯한 기분으로 그릇들을 차에 실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아내가 그릇을 살펴보다가 뒷면에 뭔가 표시가 있다고 한다. 호기심에 이것저것 찾아보던 아내는 깜짝 놀라더니...

"여기 바닥에 그려진 게 그릇 제조사의 마크인데 이게 연도별로 다르거든, 지금 이 그릇은 만든 지 적어도 100년은 된 거야. 그 할머니가 결혼할 때 새것을 선물 받은 게 아니라, 그 할머니의 할머니가 쓰시던 걸 물려받았나 보네. 와... 이런 거 우리가 써도 돼? 상태가 꽤 좋은 게 별로 쓰지도 않았나 봐."

그러면서도 정말 귀한 것을 얻게 되었다며 아주 좋아했다. 항상 마트에서 가장 저렴한 것만 사다 쓰던 우리 집에 아주 귀한 그릇이 왔다. 귀한 손님 올 때만 꺼내 써야지.


- "딸들이 집을 떠나서 이런 건 이제 필요하지 않아."

사 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려서 나가보니 옆집 Tim이다. 자기 집에 남는 BBQ 그릴이 있는데 가져다 쓰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Tim네 집 뒷마당에서 항상 보던 물건이다. 이걸 왜 나에게?

"우리 딸들이 이번에 고등학교 졸업해서 다 집을 떠나게 됐어. 그래서 이젠 이렇게 큰 건 필요 없어서 작은 걸 새로 샀거든. 오랫동안 쓰던 거라 좀 낡긴 했지만 가스는 많이 남았으니까 너네만 괜찮으면 그냥 가져다 써."

쌍둥이 딸들이 모두 좋은 대학으로 가게 되었다며 찾아온 Tim은 예전에도 우리에게 딸들의 썰매를 선물해 준 적도 있다. 번번이 도움을 받게 되어서 굉장히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발랄한 딸들이 떠나고 허전해질 Tim과 Cassie의 커다란 집이 약간은 안쓰럽게 느껴진다. 냉큼 따라가서 그릴을 가져왔다.

Tim의 뒷마당에서 우리 집 뒷마당 데크로 옮겨놓고 보니 그릴이 낡기는 많이 낡아 보인다. 그래도 잘 청소하면 충분히 쓸만할 것 같다. Gas도 많이 남겨주었는데 이것도 원래 비용을 따로 내고 충전하는 것이라 고마울 따름이다.

미국에선 뒷마당에서 그릴로 고기 굽는 것은 그야말로 아저씨들의 필수 덕목이다. 나 역시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지만 새것으로 사려면 가격이 최소 $300인 데다 너무도 당연히 한국 아파트에는 가져갈 수 없으니 내심 포기한 꿈이 되었는데 Tim 덕분에 이젠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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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arage Sale에서 아내가 산 그릇 세트와 각종 소품. 팔리는 물건들엔 각각의 사연이 있었다.
20220821_151602.jpg (사진) Tim이 선물해 준 Gas BBQ Grill. Tim의 딸들은 곧 집을 떠난다고 했다. 플로리다로 떠나는 집에서 싸게 받아온 야외용 테이블과 의자

- 겨울나라를 떠나 여름나라로 이사할 땐 모든 걸 팔아야 한다.

집 앞에 'Everything Must Go(완전 처분)'라고 써붙인 집이 하나 있었다. 쓱 둘러보다 보니 정말 모든 걸 다 팔고 있다. 어디 먼 곳으로 가시나 해서 물어봤더니 은퇴하고 플로리다로 가신단다. 그래서 겨울 용품 일체, 사소한 것 까지도 모조리 아주 싸게 나와 있다. 하긴 1년 내내 여름인 그곳에서 눈 삽이나 겨울 옷 같은 건 필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뒷마당 데크에 놓을 야외 테이블과 의자 하나를 $5에 사려고 했는데, 의자가 짝이 맞아야 한다며 추가 의자 한 개를 덤으로 주셨다. 정말 모든 것을 처분하고 몸만 가시려나 보다. 덕분에 우리 집 뒷마당 데크는 여느 미국 가정집처럼 꾸며지게 되었다.


이렇듯 미국 Garage Sale에서 사고파는 물건에는 한 가족의 사연이 담겨 있기도 하다. 우리 집으로 온 물건은 우리가 미국을 떠날 때 다시 여러 사람에게 이어지고 그렇게 사연은 쌓여가겠지.


다양한 형태의 미국의 중고 거래

마을 Garage Sale에서 재미를 본 우리는 새 물건을 사기 위해 마트를 기웃거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당장 필요하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쓸 수 없게 되는 물건들을 사지 않은 채로 불편함을 참으면서 살고 있었는데, 이젠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중고품을 잘 골라서 사고 나중에 팔고 가면 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알았다면 미국 생활이 더 편했겠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된걸 다행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에는 집 근처의 각종 Garage Sale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나는 우선 집 근처 '지역 이름 + Garage / Yard Sale'로 검색해서 나오는 모든 Group에 Join 신청을 했다. 공지 올라오는 것들을 보면 우리 동네처럼 마을 단위 이벤트도 있고 개인이 단독으로 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쓰는 용어와 문화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Garage / Yard Sale : 차고 / 마당에서 중고 물건을 파는 것 (가장 흔함)

- Moving Sale : 이사 가는 집에서 물건을 파는 것. 이사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물건을 처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Moving Sale까지 해서 짐을 처분하려는 사람은 아주 먼 타 주로 이사할 가능성이 높아서 싸게 팔거나 덤을 끼워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에게 Moving Sale 공지는 놓치면 안 되는 것이었다.

- Estate Sale : 한국엔 없는 문화인데 유족들이 돌아가신 분의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유품을 정리해 주는 것도 남겨진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는 미국의 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아내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서 여성 가방을 판매한다는 어느 남편의 공지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밑으로는 위로의 말과 꼭 가겠다는 댓글이 많이 달려있었다. 나는 그 남편의 얼굴을 차마 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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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페이스 북에 올라오는 중고품 판매 공지 (오른쪽) 중고로 사온 자전거를 타고 반 친구 Madison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세은이

- Facebook Marketplace, Nextdoor : 한국의 당근 마켓처럼 개인 간 중고 거래를 지원하는 Social App도 있다. 'Nextdoor' 같은 별도의 App도 있고 미국 Facebook에선 'Marketplace'라는 기능을 통해 개인 간 거래를 할 수 있다. 세은이가 어릴 때 타던 자전거가 너무 작아져서 Facebook으로 자전거($40)를 구해다 주었는데 정말 좋아했다. 이런 식의 개인 간 중고거래는 굉장히 보편적이다. 겨우 돌 지난 아기가 있는 옆집, Gavin이네엔 중고거래 하러 오는 차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잠깐 서 있다 가는 낯선 차들)

- 'Pay It Forward' : '다음 사람에게 내세요'라는 뜻인데 무료 나눔을 의미한다. 빚을 갚으라는 'Pay it back' 반대 개념으로, 나눔을 받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똑같이 나눔을 베풀라는 선행 릴레이 문화이다. 아름다운 취지지만 '나눔 물건 사냥꾼'도 있기 마련이라, 우리 동네 'Pay It Forward' 페이스북 그룹은 실제 지역 거주자인지 증명해야 가입이 가능했다. 무료 나눔이라 정말 별게 다 올라온다. 유통기한 하루 남은 미개봉 우유가 올라와서, 이런 걸 버리지 않고 나눔 한다는 생각에 '헐'하고 있는데 금세 'taken'이 떠서 한번 더 놀란적도 있다.

- Venmo / Zelle : 중고 거래 및 개인 간 거래할 때는 가급적 현금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한국에선 오래전부터 일상이 된 실시간 현금 이체는 미국에 보급된 게 10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은행에 가서(혹은 온라인으로) 계좌이체(ACH, Automated Clearing House) 송금하면 수수료가 있는 데다 심지어 송금받은 사람이 돈을 쓸 수 있게 되는데 그 처리가 며칠이나 걸린다. 다행히도 10여 년 전에 생긴 'Venmo나 Zelle' 같은 은행 네트워크 연결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가 생기면서 미국인들도 실시간 이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계좌번호나 은행이름을 알 필요 없이, 상대방의 전화번호(또는 이메일)만 알면 돈을 보낼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전화번호 소유자가 사전에 설정해 놓은 계좌번호로 돈이 입금됨) 특히 Venmo의 경우엔 신용카드 결제 기능이 있는데, 카드 송금을 신청하면 Venmo가 일단 송금을 하고 나중에 카드사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개인 간 거래에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혁신이다. 그래서 개인 간 거래에서는 Venmo를 통해 돈을 보내달라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지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 최대 소비의 나라 미국 하지만 검소하게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

세계 최고 부자나라 미국인들은 소비와 버림에 거침없을 것이라는 나의 편견과는 달리 내 주변에는 사치를 하거나 물건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보통의 미국인들에겐 쓰던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필요 없을 땐 중고로 팔거나 쓰임이 있을만한 곳에 나눠주는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개인 간 거래뿐만 아니라 벼룩시장 같은 곳에 가도 항상 사람이 많고, 저렴한 물건을 파는 곳엔 사람들이 항상 모여들었다. 서민의 삶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를 것이 전혀 없어서 마음이 편안하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은 검소하게 살고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긴다. 한국에서라면 도저히 팔 수 없을 수준의 물건들마저 $1라도 벌겠다고 내놓고 그것을 사가는 사람도 있다. 재밌는 곳이다.

이런 면을 알게 되면서 우리도 그들처럼 여러 형태의 중고매장을 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사곤 했다. 동네 주변엔 특정 기간에만 열리는 벼룩시장 같은 것도 있고, 아예 중고만 취급하는 매장도 더러 있었다. 부자나라의 사람들답지 않게 중고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몸에 밴 일상이다.

20220626_143009.jpg (왼쪽) 동네 근처에서 열렸던 벼룩시장(Antique Fest @Round Lake) 오래되고 특이한 물건이 많았는데 가격이 그리 저렴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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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스포츠 용품점의 폐업 세일. 인기 있는 사이즈는 빨리 매진된다. (오른쪽) 스포츠용품 중고매장 'Play it Again'. 거의 새 제품이나 다름없는 것들을 팔고 있다

중고매장 중에는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단체가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들을 기증받아서 (혹은 저렴하게 구입해서) 판매하고 수익금을 저소득층 생활 지원에 사용하는 매장이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작은 매장이지만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고 물건도 독특한 게 많아서 아내가 무척 좋아하는 곳이다. 옷가지와 소품 등을 자주 사러 갔다.

2020-07-06.jpg (사진) 물품을 기부받아 판매하는 중고매장, 수익금은 지역 봉사에 쓰인다. (Pic by Captain's Treasures)


사람 사는 모습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처한 환경에 따라 모습이 다를 뿐.


Fondly,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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