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변신』 프리퀄 : 벌레가 된 이유

1. ‘잠자’의 변신은 산업재해

by 짱구노무사

카프카 「법 앞에서」

I. 『변신』 프리퀄 : 벌레가 된 이유 - *직장 속 노동


1. ‘잠자’의 변신은 산업재해

‘잠자’가 벌레로 변신한 것은 ‘직업병’ 때문이다. 이제부터 갈 데까지 가보자.


카프카의 「변신」을 바탕으로 노동과 경영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과 경영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변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변신」의 주인공이 일터에서 돌아와 하룻밤 만에 벌레로 변하다니. ‘잠자’의 변신은 산업재해 아닌가. 다음 「변신」의 첫 문장이 첫 번째 단서다.

“어느 날 아침 악몽으로 뒤척이다 잠에서 깨어난 잠자는

침대에 누운 자신이 보기에도

흉측한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악몽으로 뒤척였다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주인공이 하루아침 벌레로 「변신」했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에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없다. 그냥 내지르는 것이다. 심지어 카프카는 ‘꿈은 아니었다.’라고 못 박아 일말의 가정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카프카를 흉내 내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하루아침 영문 없이 벌레로 변한다는 「변신」 속 환상적 설정의 ‘프리퀄’로써 ‘잠자’가 직장에 대해 묘사한 단서들을 다음과 같이 입증자료로 수집해보자.


집으로 직장상사가 찾아 왔는데, ‘잠자’는 다음과 같이 되뇐다. 여기서 악몽으로 뒤척인 이유를 찾아볼 수 있겠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든 직업을 택했단 말인가!

날이면 날마다 출장을 다녀야 하고

회사에 앉아 본래의 고유 업무를 보는 것보다

업무상 스트레스는 훨씬 더 크고,

(중략) 불규칙하고 형편없는 식사,

결코 지속적이지도 결코 진심으로 이루어질 수도 없는 인간적 교류.

악마여, 이 모든 것을 모조리 가져가 다오!”


‘잠자’는 일이 엄청 힘들었나 보다. 날마다 출장 다녀야 하는 데서 오는 업무상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영업사원으로서 의무적으로 만나는 ‘쭉정이’ 같은 인간관계에도 신물이 났던 것 같다. 심지어 직장생활이 지옥보다 못하다고 여긴 것인지 악마에게 모조리 가져가 달라는 고백마저 하고 있다. 마치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장면이 떠오른다.


일명 ‘회사 가기 싫어’ 병이다. 가기 싫은 회사를 가기 때문에 몸에서 탈이 난다. 업무 스트레스로 몸의 변형마저 왔는데, 그만 벌레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닭장에 갇혀 알만 생산하는 닭이 스트레스로 자신의 몸을 쪼아 상처를 내자 양계장 주인이 닭의 부리를 잘랐더니 급기야 닭이 자학조차 할 수 없자 스트레스만으로 털이 빠졌다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 병든 닭이 낳은 계란을 먹어서 우리가 건강할 수 없다는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은 차치하자. - ‘회사 가기 싫어’ 병이라는 공식적 질병 명칭은 물론 없다. 다만 회사 가기 싫어진 이유와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실제 의학적 질병이 발병한 것이라면 어떨까.


말이 안 되는 소리일까. 40여 년 전 경기도의 한 마을에서 사망자가 무려 300여 명, 피해자는 무려 900여 명에 이르는 기이한 일이 있었다. 격무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노후 된 기기에 머리를 박고 일하며 이황화탄소를 들이마시게 되었고 1981년 언어장애, 전신 마비, 정신 이상 등의 첫 환자가 나왔는데, 노동부는 1986년 25,000시간 무재해 달성으로 원진레이온을 표창한 바 있다. 「원진레이온 산업재해」라고 불린다. 사지 마비, 정신 이상,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과 ‘업무상 질병’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당시에는 누구도 몰랐다. 무서운 이야기다.


각설해도 ‘잠자’가 벌레로 변신한 원인은 ‘업무상 질병’이다. 영업사원 ‘잠자’의 불규칙한 식습관이 위장병을 일으켰고, 일회성의 인스턴트식 인간관계로 공황장애가 발병하면서 합병증으로 몸의 변형이 온 것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생긴다.


억지가 아니다. 직업상 의문이 아니라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고민이다. 루돌프 폰 예링(Rudolf von Jhering)의 표현처럼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아무도 보호하지 않는다.’ 만약 이 질병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면 산업재해가 인정된다. 그랬더라면 ‘잠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업재해 보험금을 받을 것이다. 심지어 벌레로 변형이 될 정도라면 ‘후유장해 등급’도 1급 수준일 것이고, 이 보험금을 가족들이 꾸준히 수령 하기 위해서라도 ‘잠자’의 등에 아버지가 사과를 던져 꽂을 일도, 그 사과가 등에 박힌 채 썩어서 ‘잠자’가 죽고, 쓰레받기에 담겨 버려질 일은 더욱 없었을 것이다.


참고로 2024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수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시행된다. 한 사업장에 동일한 직업병으로 2명 이상 발병하면 ‘중대재해’로 보아 사용자 처벌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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