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암 Aug 13. 2022

권고사직

(명예퇴직, 희망퇴직, 조기퇴직)

회사에서 이번 달 말까지만 다니고 그만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무엇을 묻는 말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무얼 어떻게 한다는 말씀이신지... 되물어야 했습니다. 다시 확인해보니 이 물음은 여러 가지 고민과 갈등을 품고 있었습니다. 돈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는지, 꼭 그만둬야 하는지, 그만두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질문과 답변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권고사직은 회사가 사직을 권유하고 근로자가 승낙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는 법률로써 해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사회적 비난도 감수해야 합니다. 회사가 직원을 내보내기 위한 방법으로써 권고사직을 활용하는 이유입니다.     

 권고사직은 명예퇴직, 희망퇴직, 조기퇴직 등 회사의 권유 모습과 이유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명예퇴직은 회사의 내부규정으로 정한 일정한 기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른 일정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함으로써 명예롭게 퇴직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희망퇴직은 경영 위기 상황에 놓인 기업이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를 목적으로 퇴직자를 모집하는 것입니다. 회사의 퇴직자 모집 공고에 응모하여 회사가 사전에 정한 위로금을 받고 나가는 것이 희망퇴직입니다. 조기퇴직은 직급 정년제도가 있거나, 승진에서 탈락한 간부급 사원이 상당한 기간 정년을 남겨두고 후배들을 위해 퇴직하는 것을 주로 의미합니다. 조기퇴직 역시 명예퇴직과 비슷한 수준의 위로금이 지급되는 현실입니다.   



 어떠한 이름의 퇴직이든 근로기준법 제23조 소정의 해고는 아니므로 해고예고수당(최소 30일분의 통상임금으로서 1개월분 월급보다 적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을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권고사직은 근로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으니, 회사가 직원을 스스로 나가게 하는 방법으로 최소한 1개월분 월급 이상의 금액을 퇴직위로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퇴직위로금은 법적으로 지급의무가 있는 돈은 아니므로, 회사의 규모와 지급능력, 근속기간, 노동조합의 단결력, 권고사직의 배경, 권고사직을 대하는 직원들의 분위기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적게는 1개월의 평균임금부터 많게는 3년의 평균임금까지 제시되고 있습니다. 나는 얼마를 받고 싶은지,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희망하는 위로금에 턱없이 모자라서 사직서를 내지 않고 끝까지 버티기로 하면 어떻게 될까요. 솔직히 이 질문에는 자신 있게 뭐라고 답변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경우 다시 조율된 수준의 위로금을 받고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거나, 더 이상의 직장 생활을 포기하고 조그만 가게를 차리기도 합니다.  



 소수이기는 하나 일단 버텨보자 마음먹은 근로자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우선은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사직을 권유받게 되면 그 회사에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집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합니다. 더럽고 아니꼽고 내가 여기 아니면 뭐 밥 벌어먹을 때 없을 줄 아느냐고 호통치기도 합니다. 물론 속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근로자의 선택이 확고하여 멘붕에 빠지지 않고 멘털을 꽉 움켜쥐었다 하더라도 이제 회사가 가만있지 않습니다. 평소에 하지 않던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고, 근무시간에 대한 통제가 송곳처럼 날카로워지고, 근무 장소를 변경하거나, 업무 내용을 추가하는 등의 갖은 통제와 제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사고과에서 최하점을 주고, 승급과 승진에서 배제하고, 평소 사이가 가장 나쁘던 부하직원을 직속 상사로 발령하여 시시콜콜 간섭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회사마다 다르긴 했습니다만, 결국은 사직서를 쓰더군요.



 주신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참으로 궁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밤에도 서산으로 달은 기울고, 이름 모를 새는 소리 죽여 울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저임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