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근로시간, 노동시간 단축의 현주소)
노동법의 역사 =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
근로시간의 규제나 단축의 문제는 근대 노동법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국제적 노동축제일인 5월 1일(근로자의 날, May day)은 미국에서 1일 8시간의 근로시간제를 부분적으로 확보한 1886년 5월 1일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로 시작되었고, 노동법의 역사가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국의 근로시간은 점진적으로 단축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일 해도 될까요?
현행 근로기준법은 1일간 근로시간의 최대 상한을 규정하지 않고 있어 8시간 초과의 근로에 대해 연장근로수당 및 야간근로수당만 지급하면 어떠한 법적제재도 받지 않게 됩니다. 이를 극단적으로 해석하자면 1일간 24시간의 연속적인 근로도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물론 8시간 근로에 대해 1시간씩 휴게시간을 부여한다고 가정하면 1일의 총 실근로시간은 21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3개월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경우 특정일의 근로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법 제51조 제2항 단서), 3개월을 초과하고 6개월 이내의 단위기간을 정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법 제51조의2 제1항), 이 경우 사용자는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근로자에게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법 제51조의2 제2항, 1개월을 초과하고 3개월 이내의 정산기간을 정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동일합니다). 연소자에 대해서는 1일에 7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나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으면 1일에 1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법 제69조), 출산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에 대해서는 1일에 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법문의 표현은 시간외근로 입니다)를 금지하고 있습니다(동법 제71조).
이상의 법 규정들을 종합해보면 연소근로자의 1일 최대근로시간은 8시간, 산후 1년 미만의 여성근로자는 10시간, 3월 단위 또는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경우 12시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연소자나 출산 여성 근로자의 특별한 보호를 위해 1일 근로시간의 최대 상한을 설정했다는 점에서는 의문이 없겠지요. 그렇다면 여기서 언급되지 않은 근로자들은 하루 종일 일해도 괜찮은걸까요?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또는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의 단위기간을 정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아래서 특정일의 근로시간 상한인 12시간은 실근로시간을 의미하는데, 법이 강제하고 있는 최소 휴게시간인 1.5시간을 감안하면 13.5시간이 되고, 이때 하루 중 남아있는 시간은 10.5시간이 됩니다.
표준적인 법정근로시간제도 아래서는 1일간 근로시간의 상한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보다는 짧아야 법 체계적인 합리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50조 제2항 또는 제53조 제1항의 법정근로시간 또는 연장근로의 한도를 재정비하면서, 1일간의 최대근로시간을 12시간보다 짧은 시간으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입니다. 한편 철야 작업 등 최대근로시간을 초과한 시간외근로에 대해서는 해당 근로일의 바로 다음 날에 대체휴무를 부여하도록 강제하여, 연속된 근로로부터 오는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여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근로시간을 더 늘려야 할까요?
현행 근로기준법 제110조는 법정근로시간, 연장근로의 제한, 휴게, 휴일, 휴가 등 대부분의 근로시간법제 위반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자가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여 사용자가 어쩔 수 없이 근로시간제도를 위반한 경우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적용하면서 1주 52시간을 준수할 경우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월 임금수준이 100만 원 이상 하락할 수 있습니다. 2018년 개정 법률은 2003년 개정 법률과 달리 사용자에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간당 임금을 상승시킬 여력이 없는데 더하여 시간당 생산성을 높일 방법이 없는 사용자는 법 위반을 감수하고라도 연장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2년 법정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주 52시간을 일하는 경우 근로자가 한 달에 실제로 받게 되는 임금은 약 230만 원 정도입니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 주 52시간만 일해도 일정 수준의 임금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여러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어려운 일입니다. 중소기업의 사용자는 생산 물량을 확보하고 처리하기 위해서, 중소기업에 일하는 노동자는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 노사 모두 근로시간을 더 늘려 달라고 아우성칩니다. 중소 제조업의 현장에는 최저임금 기준에 주 52시간을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잔업과 특근이 없으면 더 많은 회사로 사업장 변경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다시 늘여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