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주는 것은 괜찮은가?)
퇴직금을 월급이나 연봉에 포함하여 미리 지급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2005. 12. 1.부터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고 2012. 7. 26. 개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의 시행으로 퇴직금의 중간정산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아직도 의사 등 일부 고임금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선불(先拂) 퇴직금의 명목으로 미리 받아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퇴직금은 퇴직금 지급으로서 법적 효력이 없지만, 미리 받은 퇴직금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싸고 분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근로자의 임금 속에 주휴수당, 연차수당, 연장근로수당 등 법정수당을 미리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휴수당은 1주 동안 소정근로일(정상적으로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날)을 개근해야 비로소 발생합니다. 연차수당은 연차휴가청구권이 발생했지만, 사용 기간 내에 사용하지 못했을 때 비로소 발생합니다. 연장근로수당은 연장근로를 했을 때 비로소 발생하는 임금입니다.
법이 정한 일정한 요건을 충족했을 때 사후에 비로소 발생되는 임금을, 그 요건의 충족과 무관하게 미리 지급하는 것이 포괄임금제입니다. 매월 일정 시간의 연장근로를 예정한 다음, 그 시간 분의 연장근로수당을 미리 지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루에 1시간 정도, 한 달에 20시간 정도의 연장근로를 예정해놓고, 매월 35시간분(20시간×1.5배)의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흔히 고정연장근로수당 또는 고정 O/T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립된 판례 법리에 따르면 근로자가 어떠한 달에 20시간 연장근로를 하지 않더라도 위 고정연장근로수당은 지급해야 하고, 만일 어떠한 달에 20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를 하게 되면 그 초과한 시간에 대해 추가적인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뭐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는 이러한 현상이 이상해서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습니다.
√ 임금수준을 맞추어야 하는데 다른 명목의 수당으로 고정된 금액을 지급하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이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 우리 회사는 퇴근 시각 땡 한다고 퇴근하기 어렵고, 매일 1시간 정도는 연장근로를 할 수밖에 없으니 그 정도는 미리 책정해두는 것이 노사 모두를 위해 필요하고 계산도 편리하다.
√ 회사 직원들이 조금 일찍 출근하기도 하고, 조금 늦게 퇴근하기도 하는데, 이 정도의 금액을 미리 책정해서 주어야 직원들의 근무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다.
√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출‧퇴근 시각을 엄격하게 관리하지도 않고, 정확하게 체크하기도 어려우므로, 이 정도의 시간은 추가로 인정해주는 것이 맞다.
√ 법정근로시간에 따른 임금만으로는 필요한 인력을 구할 수가 없다.
√ 총액은 그대로 둔 채 항목만 바꾼다면, 인건비를 절약하는데 포괄임금제만 한 임금제도가 없다.
포괄임금제도는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