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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암 Aug 22. 2022

당신의 월급은 공정한가요?

(임금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

노동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면 노동의 가치는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될 것입니다. 자본주의 질서를 존중하는 사회에 속한 사람에게 노동의 가치는 임금의 다른 말로 볼 수 있겠습니다. 혹자는 노동이란 신성한 것이며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숭고한 가치가 있으므로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고 떠들기도 합니다. 일리가 있고 맞는 말이다 동의합니다. 노동은 그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의 인격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을 통해 생활을 유지하고 한 국가의 토대를 지탱하는 국민에게, 국가는 스스로 존립하기 위해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우리 헌법도 국가가 국민에게 적정임금을 보장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정하고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개입하고 있습니다.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통화로써, 전액을 지급하도록 법률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정한 임금은 무엇인가요?  

  

 임금을 둘러싼 공정성 시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경우는 주로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와는 관계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월급이 올라가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습니다. 평생직장이 존중받고 당연시되던 시기에 생애주기별 지출 규모에 맞춘 연공형 호봉제 임금체계는 우리의 유교적 문화와 조화되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근로의 대가인 임금도 있지만, 그와 별개로 생활 보장 측면의 임금도 있다고 보기도 했으니까요. 


 언제부턴가 근속연수에 따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동으로 인상되는 임금은 그 사명을 다했다는 주장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미국식 효율성 경영이론에 기초한 주장이었지만, 비용을 최소화하여 이윤을 최대로 늘린다는 기업의 사명과 명분은 분명하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성과연봉제, 목표관리제, 능력급제, 업적급제 등의 임금제도가 이를 대변합니다.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직무급제라는 또 다른 이름의 임금제도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개인이 수행하는 직무의 가치와 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자는 것입니다. 사실은 박근혜 정부에서 먼저 시도했다가 실패한 정책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는 임금체계입니다.


      

직무의 가치와 난이도?     


 많은 근로자들은 순환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인사부서에서 3년을 근무하고, 회계부서에서 2년 근무하고, 민원 업무 처리를 1년 하는 등 일정한 주기에 따라 부서를 이동하거나 담당 업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50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저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300만 원의 월급을 받는 것은 공정한 것일까요. 


 직무의 가치와 난이도는 낮은데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일은 단순 반복 작업일 수도 있고, 대부분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작업일 수도 있습니다. 남들이 다 쉬는 휴일에 출근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게 보면 직무에 등급과 순위를 매기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순위를 매긴 등급을 보고 저마다 높은 순위의 직무만을 하겠다고 좇아가면 도대체 타당한 일이기나 한 것일까요. 환경미화원의 월급과 국회의원의 월급이 거의 비슷한 나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직무의 가치는 어쩌면 사회적 가치와 같거나 비슷한 크기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 나와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 너무나 차이나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비용, 노력 등 기회비용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입직구에 따른 차이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고 싶습니다. 문제는 차이의 정도일 것입니다. 하청 회사에 소속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심리적으로 감내하기 힘든 격차가 있습니다. 지금 직무급보다 중요한 것은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임금의 형평성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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