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은
머리가 깨질 듯한 숙취에도
기지개 켜고
물 한 모금 마시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떠올리는 순간이다.
산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은
쌀밥 한 공기와 시래기 된장국 한 그릇
식탁에 둘러앉은 의미들과 마주하고
잠시 떠들고 웃거나
잠시 얼굴 붉히며 상처 입거나
각자만의 오늘을 마주하는 그 순간이다.
산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은
신호를 위반하는 자동차에 무심하다
그 자동차 속 사람의 뒤통수에 내뱉는 욕설 한 마디
마스크 입김으로 안경에 이슬이 맺히고
바이러스와 세상을 향해 발길질을 하다가도
고목인 줄 알았던 나무에 매화를 발견하는 순간의 탄성이다.
산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은
지나온 날에 대해 후회하는 것
지금 오늘에 대해 감사하지 않는 것
내일 알지 못하는 날들에 대해 불안에 떠는 것
에이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오늘은 취하고 보자 마음먹는 순간이다.
산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