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글에 위로 받았습니다.
진심이 담긴 독자 레터에 감사하며...
by 책 쓰는 중고차 딜러 Jan 7. 2023
"작가님 글에 위로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 정성스레 보낸 편지에 나 역시 정성스레 답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자 레터
안녕하세요. 서른살 독자입니다.
제가 책을 읽고 어떤 작가님께 메일을 보내는 건 처음인데.. 오늘 작가님의 ‘서른 넘어 찾아온 다섯 가지 기회’의 여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불끄고 자려다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책읽고 글쓰는 걸 좋아했지만 딱히 하고싶었던 건 없었던지라 간호학과에 진학 했습니다. 문과인데다 공부에 흥미도 없었으니 당연히 성적이 좋았을리 없고, 등수대로 들어가는 대학병원은 서류에서 다 탈락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찌어찌 시작하게 된 병원생활 2년 반. 중간에 후회가 남을 것 같아 종합병원으로 이직을 하기도 했었지만 그때는 남들의 시선이 뭐가 그렇게 중요했는지, “남들은 간호사 다들 잘한다던데”의 남들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2년 반의 병원생활을 그만두고, 연구간호사를 시작하며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싶어 제약회사에 대한 꿈을 안고 OO대학교 대학원에서 약학석사 과정을 밟고 있지만, 우연한 기회에 저는 2년 했던 연구간호사를 그만두고 대학원 신문사에 합격하게 됩니다. 학교는 아직 1년 남았습니다.
처음엔 너무 좋았습니다. 취재를 하는 게 즐겁고, 글쓰는 게 좋고 그저 좋았습니다. 사실 지금도 좋습니다. 20살 이후로 어쩌면 제가 하고싶었던 일을 처음으로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불안함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저를 급습합니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간호사를 했지만 애매하고, 연구간호사.. 두번다시 하고싶지 않고 제약업계.. 바라던 회사원이 되면 행복할까라는 의문이 들고.. 그렇다고 해서 글솜씨…? 아직 내놓기 부끄럽습니다.
신문사 일을 통해, 의료 쪽 일밖에 모르던 저에게 다양한 인문계열의 친구들을 만나며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글과 세상을 경험하는 건 신기하고 그렇게 알아가는 제 모습이 만족스러웠지만, 그 만족스러움은 이내 점점 두려움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뛰어난 게 없는데,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때마다 자꾸 조금 조금씩 더 스스로가 불투명해지고 불분명해지고 애매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습니다. 30세라는 나이에 이러한 고민들을 해도 되는지, 언제까지 진로만 찾을건지에 대한 물음표를 저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던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당장 뭔가가 보이지 않는 연구실에 가서 연구하는 일을 하지 않고, 용산역 영풍문고에 갔는데 작가님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가장 위로받은 문장은 ‘30대는 기회다. 진짜 나를 만나 진지하게 묻고 성실하게 찾은 나만의 답을 실제 삶에서 하나씩 증명해 나갈 때다’ 입니다.
언젠간 저를 만나길 바라면서, 끊임없이 제 자신에게 하는 질문들에 저만의 답을 찾고 제 삶에서 증명해 나가는 날이 올거라 생각하니 조금 두근거리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말도 쓰셨죠.. ‘진주가 빛나는 이유는 조개가 오랜 시간 반복되는 고통에 몸부림친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저는 때때로 글쓰는 과정 자체에서 제 인생에 대한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신문사 편집위원을 하고 기사를 쓰다보면 글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는 과정은 힘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분명 처음 글보다 두번째 글이, 세번째 글이, 네번째 글이 더 만족스럽고 후회가 덜 남더라구요. 남들이 보기엔 자리를 잡았어도 진작에 잡을 수 있었던 제 나이와 전공, 그렇지만 저는 아직도 제 인생을 썼다 지웠다 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처럼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후회가 덜 남고 좀 더 만족스럽길 바랍니다.
작가님께 솔직 고백 하자면 책을 사서 보지는 못했습니다. 평소에 책을 좋아하는데, 수입이 없는 대학원생이다보니 책을 한 권 사는데도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오늘은 다섯가지 기회 중 1장만 읽고 왔는데, 꼭 사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 저를 위로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자 답장
OOO님, 안녕하세요.
김현중 입니다.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길 간절히 기도하며 이 책을 썼는데 이렇게 메일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OO님의 메일을 읽으며 다시 한번 대한민국 30대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네요.
저도 무엇이 정답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OO님만큼 OO님의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사람은 지구상의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저 역시 서른 살 때 OO님과 정말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제가 꿈꾸었던 서른 살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안정적인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었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나이만 먹은 같아 두렵고 불안했어요.
사실 지금도 두렵고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인생이 본래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극복해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OO님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감은 당연한 것이고 OO님을 진주처럼 빚어낼 자양분이 될 거라 확신해요.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꿈을 위해 어떻게 지속적으로 현실을 꾸려갈 것인지 지혜를 발휘하실 때인 것 같습니다. 저도 하루 종일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면서 생계도 해결하는 멋진 꿈을 꾸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날이 올 때까지는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현실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직장 생활이 고되고 힘들지만, 직장이 있기 때문에 저는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생활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제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거든요. 직장 생활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으며 내공을 다진다면 OO님은 훨씬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글을 쓰시게 되지 않을까요?
주업으로 직장 생활을, 부업으로 글쓰기를 하시다 보면 언젠가 부업이 주업을 대체할 수 있을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런 생각으로 직장 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어요.
글 쓰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위로를 받는다는 OO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퇴고를 거듭하면 진주 같은 글이 되듯 OO님의 삶도 분명 반짝반짝 빛나게 되실 거예요.
응원하겠습니다. 더 좋은 오늘 되세요.
감사합니다.
김현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