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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Mar 06. 2024

책 쓰기 2. 독자는 책을 통해 들어요

※ 지난 시간에 미션으로 '나는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노트에 적어보며 정리해 보자. 한 문장으로 정리될 때까지 계속 써보자.'라고 했다. 완료했는가? 그렇다면 댓글로 남긴 후에 책 쓰기 두 번째 시간으로 넘어가 보자. (아직도 못 했다고? 1,000만 원의 각오로 임해야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고 그렇게 강조했는데... 늦지 않았으니 첫 번째 시간 미션부터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좋겠다.)




오늘은 책 쓰기 두 번째 단계 '독자는 책을 통해 들어요' 시간이다. 출판 시장분석을 통해 독자의 필요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특히 베스트셀러가 된 책에는 어떤 비결이 있을지 돋보기를 들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여기서 잠깐, 베스트셀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사재기, 광고, 매대 독점 등으로 만들어낸 순위 조작이라는 의혹이 존재한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베스트셀러 다운 베스트셀러가 있는 반면 일부 조작된 베스트셀러들도 분명 존재한다. 군중심리가 그런 것을 어찌하겠는가.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는 음식점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곳에 관심이 쏠린다. 뭔가 진짜 있나 싶어 어느새 줄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맛집이라고 알고 갔는데 정작 기대했던 맛이 아닌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전국에 음식점은 넘쳐나는데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장 먼저 어떻게든 소비자 눈에 띄어야 한다. 맛은 두 번째다. 국민 셰프 백종원 아저씨가 맨날 하는 말이다. 음식을 갖고 예술을 하지 말라고, 대중의 입맛은 70~80%만 만족시켜도 그 이상의 차이를 못 느낀다고.



씁쓸하지만, 책도 마찬가지다. 정확히 말하면 '팔리는 책'이 되려면 대중의 입맛에 맞추는 게 중요하다. 나 혼자 나라를 살릴 것처럼 혼신의 힘을 기울여 예술적으로 책을 쓴다 한들 대중의 눈에 띄지도 못하고, 눈에 띄어도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금세 잊힐 게 뻔하다. 물론 예술적으로 잘 쓴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것만 기억하자. 그런 책은 이미 공신력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썼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책을 통해 예술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운다면 굳이 말리지 않겠다. 대신 출판사에서 그 무명 저자의 예술적인 원고를 외면할 가능성이 99.9%라는 사실만큼은 미리 인지하길 바란다. 한 권의 책을 낸 저자가 되는 게 로망이라면 우선 책이 출판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 책이 출판되면 팔려야 보람이 있지 않겠는가. 팔린다는 것은 독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물론 안 팔린다고 해서 책의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보석 같은 책들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잊히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


안심해도 된다. 독자들이 이제는 너무 똑똑해져서 더 이상 쉽게 속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 보니 독자들이 책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걱정해야 된다. 그래서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고? 이름 있는 작가의 책도 1만 부를 팔기 힘든 시대가 되었지만, 나는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책이든 안 팔리는 분위기라면 오히려 부담이 없지 않은가.



어려워진 출판 업계와 출판사를 생각할 때 당연히 많이 팔릴 책을 목표로 써야겠지만,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운도 많이 따라야 한다. 연예인이 우연히 집어 든 책 한 권이 갑자기 불티나게 팔리기도 하고, 평소에 잠잠했던 책이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소개되자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진인사대천명!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려라! 책 쓰는 사람에게는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


누군가가 책은 큰 명함이라고 표현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 어쩌면 책은 이제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큰 명함과도 같다. 전문 분야의 지식을 공인받는 도구라고 해야 할까. 같은 주제로 강의를 하는 강사라고 하더라도 책을 썼느냐 안 썼느냐에 따라 강의료가 달라진다.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책을 한 권 쓴 저자라고 본인을 소개하면 주변의 시선이 180도 달라짐을 느낄 것이다. 나도 여전히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하기만 하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강조하고 싶은 핵심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자, 그럼 독자는 책을 통해 어떤 말이 듣고 싶은지 살펴보자. 나의 실제 사례를 먼저 소개하고 요즘 출판 트렌드는 어떤지 살펴보겠다.


2018년 6월에 나는 생애 최초로 책 쓰기에 도전했다. 우선 독자의 니즈와 원츠를 파악하기 위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책들을 10권 정도 사서 읽었다. 2018년 상반기에는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을 비롯해 <신경 끄기의 기술>,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당신과 나 사이> 등 자기 계발서가 인기를 끌었다. 또한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를 통해 캐릭터가 주는 위로를 찾는 독자도 많았다.

  


여기에서 하나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가? 당시 트렌드인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열풍에 힘입어 베스트셀러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이랬다. "소소한 일상에서 누리고 싶은 나의 작은 행복을 지켜내길 바라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관계 속에서 많이 지쳐있다는 것을 느꼈다. 감정 노동으로 소비되는 자신을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다는 절규가 들리는 듯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쉼 없이 달려온 10년 차 직장인이었던 나는 첫 육아휴직 중이었다. 그냥 막연히 지쳤다고만 생각했는데 베스트셀러를 읽으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내 상황을 객관화할 수 있었다.


최근 출판 트렌드는 어떨까? 예스24에서 발표한 '2023년 도서 판매 동향 분석'을 살펴보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한창 한탕주의 돈 벌기 콘텐츠들에 휘둘리다 지친 독자들에게 <달러구트 꿈 백화점>, <불편한 편의점> 등 따듯한 위로를 주는 소설이 다가가는 듯싶었다. 그러던 중 2023년에는 전쟁과 불황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믿을 건 오직 자기 자신뿐! 다시 자기 계발의 시대가 열렸다.

  


<세이노의 가르침>에 이어 <김미경의 마흔 수업>,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도둑맞은 집중력>, <원씽> 등이 2023년 종합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올랐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인 2월 기준 교보문고 월간 종합 베스트셀러는 무엇일까?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세이노의 가르침>, <이처럼 사소한 것들> 등이 TOP 5 안에 들었다. 에세이, 철학서, 자기 계발서, 소설이 골고루 순위권에 든 모습이 신기하다. TOP 20까지 살펴보면 그래도 자기 계발이 대세인 것을 알 수 있다.


출판사 '바른북스'에서는 올 한 해 주목해야 할 출판 트렌드 4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1. 식지 않는 자기 계발서의 인기
2. AI를 다루는 것은 결국 인간, '호모 프롬프트'
3. 확장된 의미의 '돌봄'
4. 전문 지식보다 교양의 영역이 된 과학서

(출처 : 바른북스 출판사 공식 블로그)


주변에서 종종 자기 계발서를 무시하는 독자들을 볼 수 있다. 물론 깃털같이 가벼운 자기 계발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서 자기 계발서, 인문서, 과학서, 소설, 에세이, 시, 경제경영 등등 모든 책이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자기를 계발하려는 인간의 본성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모든 책의 본질은 자기 계발서라고 생각한다. 지금 책을 쓰고자 한다면 넓은 의미의 자기 계발과 좁은 의미의 자기 계발을 염두에 두고 시작해 보면 어떨까.


오늘은 독자의 필요를 어떻게 파악하는지 알아보았다.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은 감이 오는가? 그렇다면 미션을 통해 독자의 필요를 구체화해보자. 결국 내 책을 사줄 사람은 독자임을 잊지 말자. 책 쓰기 두 번째 시간, 오늘의 미션은 바로!!


2024년 1~2월 출판 트렌드를 분석하고 2024년 하반기 트렌드를 예측해 보자. 올해 독자는 책을 통해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은가?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자.


미션 완료하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다음 주 수요일에는 세 번째 시간, '우리 핫플에서 만나요'로 만날게요 :)


ⓒ 이학기 반장 / 참고 도서 <작가는 처음이라>, 김태윤,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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