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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Mar 14. 2024

실패가 성공 경험보다 중요한 이유


저는 결과에 상관없이 도전하는 것 자체가 성장의 발판이고 그것이 곧 성공으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관성을 거스를 때 발전하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식습관을 바꾸기 위해 독하게 저항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다이어트에 성공해요.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운동 습관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만 근육이 자랍니다.

사회 초년생일수록 실패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임자의 자리가 아닐 때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해 봐야 경험치가 쌓이고 실력으로 남습니다. 또 아무리 실패한다고 한들 최악의 경우는 직장을 나오는 것밖에 더 있겠어요? 직장은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4년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면 저 역시 실패 경험이 많더라고요. 실패는 거울이 되어 내가 어떤 인간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알아가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한 번은 최단기간에 주간 매출 1억 원을 달성한 브랜드의 다음 달 월 매출 목표를 10억 원으로 잡은 적이 있어요. 그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저 혼자 신나서 오버한 겁니다. 팀장에게도 큰소리쳤죠. 브랜드 관계자와도 이미 물량, 마케팅 등 사전 협의가 끝난 상황이었기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실제 실적이 1억 3천만 원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목표 대비 달성률이 90%여도 모자랄 판에 실제 달성률이 겨우 10%였던 거죠. 예기치 못하게 해외 생산 공장에서 물류 이슈가 발생해서 상품 입고가 지연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팀장에게 큰소리쳤던 것의 몇십 배는 더 큰소리로 팀장에게 탈탈 털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잘해보려고 한 거고 내 잘못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혼내는지 억울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일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안일했었는지 깊이 반성하게 됐어요. 일단 질러 놓고 안 되면 말고라는 식의 사고가 머릿속에 있었던 겁니다.

물론 패기와 열정도 중요하지만, 용기가 무모함이 되지 않으려면 목표 달성을 위해 끝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끈기가 필수라는 것을 배웠어요. 변수를 대비해서 미리 대안을 세워놓을 것, 수시로 진척도를 체크하며 피드백할 것, 혼자 해결이 어려우면 즉각 상사에게 보고하고 대안을 실행할 것, 무엇보다 정확한 데이터 분석과 정교한 예측으로 적중률 높은 목푯값을 세팅할 것 등등.

이직하고 1년이 되었을 때 직장 생활을 통틀어 처음 받아보는 최악의 평가도 받아봤습니다. 그 덕분에 스톡옵션을 하나도 못 받고 연봉도 동결되었어요. 평가 기간에 육아휴직을 쓴 게 패착이었죠.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을 때 둘째 아이가 태어나 육아휴직을 써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상사와의 갈등이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상사의 폭언과 가스라이팅에 정신이 피폐해져 있었거든요. 다 필요 없고 일단 살고 보자는 심정으로 육아휴직을 질렀는데 이게 정말 큰 실수였고 실패였어요.



첫 평가 때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동료들이 받은 스톡옵션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습니다. 설사 알았다 한들 당시의 저는 금융 문맹 상태였기에 그 가치를 몰랐을 것이고 잘 관리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육아휴직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동료들의 스톡옵션 소식을 들으며 조금 더 버텼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겠어요. 결국은 내 잘못인걸요.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던 나의 선택이었습니다. 나의 무지를 탓하며 나 자신을 향한 분노로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고, 복직 이후에는 회사 생활에 더욱 충실히 집중하게 되었어요.

저한테는 최악의 매가 최고의 약이었습니다. 만일 제가 첫 평가 때 어설프게 스톡옵션도 받고, 성과급도 받았으면 그냥 관성적으로 회사에 다녔을 거예요. 재테크 공부는커녕 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시간만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큰 수업료를 치렀다고 생각해요. 지나고 보니 성공도 성공이고, 실패도 성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유행어처럼 상황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자세로 일할 것인지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요.


이학기 반장의 저서 <매출 1등 MD는 이렇게 팝니다> 중에서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이학기 반장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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