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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Mar 28. 2024

직장과 나의 관계 설정

직장과 나의 관계는 어떤가요

지금 나는 직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요? 다시 말해 직장을 하나의 인격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후배에게 이 질문을 했더니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저는 여기가 첫 회사이기도 하고 회사 생활을 오래 한 것도 아니라서 하나의 발판이 아닐까 생각해요. 회사에서 배우는 게 있고 저 역시 회사에 도움을 주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였으면 좋겠어요. 제 바람일 뿐이죠. 실질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냥 버티면서 그때그때 이겨나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요즘 작은 일상에 성공하는 것이 결국 인생을 풍성하게 만드는 본질이 아닐까 생각해요. 세계적으로, 시대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다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는 거예요. 그것을 절대로 흐트러뜨리지 않고 지켜내죠. 철학자 칸트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산책하는 거로 유명하잖아요. 칸트는 자기 루틴을 지킨다는 것은 곧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거라고 강조했어요. 그러니까 얼마나 재미있냐 얼마나 의미가 있냐를 떠나서 하루하루를 내가 버텨내고 그 속에서 나만의 루틴을 지켜낸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거죠.  


후배가 말한 것처럼 하루하루 버티는 것 또한 그 자체로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삼성에서 신입사원 필독서로 선정한 <왜 일하는가>라는 책이 있어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일본 교세라 창립자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책인데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직장과 나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나는 왜 일하나요

직장과 나의 관계를 고민한다는 것은 결국 왜 일하는 가로 수렴하는 문제잖아요. 이나모리 가즈오는 ‘전인격적인 성숙’을 위해 일한다고 말했어요. 즉 직장을 통해서 단순히 일하고 돈만 버는 게 아니라 직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 시도 때도 없이 맞닥뜨리는 문제 등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인관계 능력, 문제 해결 능력뿐 아니라 전인격적으로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간다는 것이에요. 그는 일이 먹고사는 스킬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인간 됨됨이를 더 좋아지게 하는 하나의 수련과 같다고 강조해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통찰이에요. 사실 직장은 나를 성장시키는 너무 좋은 무대잖아요. 어디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나겠어요. 직장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라는 자산도 생기고, 시간 관리도 체득하게 되고 업무 지식과 스킬도 쌓이며 생계까지 해결할 수 있잖아요. 회사의 자산을 활용해서 사업 지식을 쌓을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죠. 여러 가지로 직장생활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위에서 후배가 말한 것처럼 직장과 나는 서로 성장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 중요해요. 직장에 배울만한 사람이 없어요, 비전이 없어요, 월급이 너무 짜요 등등 직장인이라면 쉽게 공감하는 말들이 많지만,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아무리 이상한 사람도 반면교사 삼으면 분명 배울 게 있어요. 비전은 회사가 나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고 선택해야 하는 성질의 것이죠. 월급이 너무 짜다는 것은 그만큼 나의 가치를 높일 기회가 많다는 뜻이에요.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라는 책에는 기버와 테이커, 매처의 개념이 등장해요. 사람 중에는 주는 것을 좋아하는 기버, 받는 것을 좋아하는 테이커, 받은 만큼 주려고 하는 매처가 존재한다는 거예요. 이 셋 중에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요? 흥미롭게도 기버가 절대다수였다고 해요. 요즘 직장에서 ‘딱 1인분만 하겠다’는 젊은 사원들이 늘고 있잖아요. 이들은 기버와 테이커, 매처 중에 어디에 해당할까요?     



능동적으로 손해 보는 공헌자

사업을 하는 지인이 이런 말을 했어요. “제가 사업을 해보니까 결국 손해를 볼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인간관계에서도 자기가 좀 더 손해를 본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섬기고 겸손하게 대했을 때 결국 나중에 더 큰 도움을 받았어요.” 참 의미가 있는 말이었어요. 어떤 협력사 대표는 상품 하나하나의 수익을 따져서 절대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반면, 어떤 협력사 대표는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매출 규모를 키워서 나중에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걸 내다보고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더라고요.


직장과 나의 관계도 그런 것 같아요. 손해 볼 줄 알아야 해요. 그냥 시키는 대로만 무식하게 일하고 열심히 야근하며 휴가도 안 가야 한다는 말이 아니에요. 투자의 관점으로 접근해 지혜롭게 손해 볼 수 있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우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식 노동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데 지식 노동자는 ‘공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말했어요. 내가 속한 이 조직에 무엇을 공헌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진정한 프로페셔널 지식 노동자라는 거예요.


팀을 위해, 회사를 위해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질문해 본 적 있나요? 혹시 회사는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도 않는데 나만 손해 보려는 것 같아 억울하게 느껴지나요? 길게 볼 때 내가 속한 팀이 성과를 내야 회사도 성장하고, 높아진 회사의 가치가 나의 시장 가치를 높여주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지혜롭게 손해 보는 것을 ‘능동적 손해’라고 생각해요.      


슈바이처가 “인간은 남을 도울 때 정말로 행복해할 수 있다”라고 한 것처럼 인간은 스스로 뜻을 세우고 남에게 도움을 줄 때 깊은 만족감을 느끼는 존재거든요. 상사가 지시한 일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면서 희생당하고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발적으로 공헌할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능동적 손해를 자처하는 것이죠. 즉 능동적 공헌자가 되는 거예요.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인데 정작 인간은 이기적인 타인을 좋아하지 않아요. 존경받고 인기 많은 사람의 특징은 이타적이잖아요. 저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기부여가 안 될 때 내가 회사에 정말 공헌할 수 있는 게 뭘까, 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능동적 손해가 뭘까 고민하며 슬럼프를 극복했던 적이 있어요. 이 이야기를 후배에게 해주니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좋은 말인 것 같아요. 최근에 일이 밀려서 주말에 노트북으로 자료 정리하고 있는 걸 엄마가 보고는 ‘너는 정말 가성비가 좋은 직원이구나’ 이러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곱씹어볼수록 뭔가 우울해지더라고요. 제가 열심히 하려고 하는 건데 가성비 안 나오게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요. 엄마는 왜 그런 말을 나한테 해서 나를 이렇게 우울하게 만드는지 원망이 됐어요. 그런데 그걸 능동적 손해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것 같아요.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요.”     


만일 내가 이달에 매출 10억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를 받았을 때 10억을 채우기에 급급한 사람이 있고 스스로 15억이라는 초과 달성 목표를 세우고 우리 팀 전체 실적이 좋아지도록 도와야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누가 더 즐겁게 일하며 성장하게 될까요? 직장생활에서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을 대하는 태도’에요.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내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일이고 조직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믿고 지속해 보세요. 정신 승리라는 즉각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나의 전인격적인 가치를 업그레이드하는 큰 보상을 반드시 받게 될 거예요.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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