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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Apr 11. 2024

직장인 N잡 시대


예전에는 직장인의 꿈이 임원이었죠. 0.1%만이 차지할 수 있는 화려한 왕관이니까요. 하지만 요즘 직장인은 임원을 꿈꾸지 않아요. 한 직장에 뼈를 묻는 시대는 가고 N잡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죠. 유튜브에서도, 서점에서도 파이어족, 파이프라인, N잡 등과 관련된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어요. 경제적 자유를 꿈꾸지 않는 직장인을 찾기 힘들 정도로 돈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어요.     


저도 N잡러가 되기 위해 직장에 다니면서 언론사에 자유기고, 책 쓰기, 강연, 독서모임, 코칭, 투자 등을 시도했어요. 하지만 N잡러라고 해서 자아가 분열되어 문어발식으로 이것저것 다 하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돼요. N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주업이거든요. 주업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 부업들만 늘려가면 결국 이도 저도 안 되니 주의해야 해요.      


주업에 튼튼하게 뿌리를 박고 기반을 단단하게 다진 상태에서 N잡을 해야 시너지가 날 수 있어요. 제가 처음엔 N잡을 오해해서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현실의 삶에서도 성과 내는 N잡러가 될 수 있을까요?     


혹시 농구 좋아하세요? 농구에서는 공을 잡은 채로 세 발을 걸으면 반칙이에요. 그런데 농구 경기를 보면 선수가 공을 잡은 상태에서 여러 번 스텝을 밟았는데도 반칙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이 기술을 ‘피봇’이라고 불러요. 피봇은 한 발을 중심축으로 땅에 붙인 채 다른 발을 이리저리 옮기며 방향을 바꿀 때 써요. 피봇을 사용하면 아무리 한쪽 발의 스텝을 여러 번 밟아도 한 발로 치거든요. 피봇을 쓸 때 중심축이 되는 발이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면 반칙으로 공을 상대편에 뺏기게 돼요.     


https://namu.wiki/w/%EC%B1%84%EC%86%8C%EC%97%B0(%EC%8A%AC%EB%9E%A8%EB%8D%A9%ED%81%AC)#fn-3


N잡러가 되고 싶다면 피봇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해요. 한쪽 발은 주업에 단단히 고정한 후에 나머지 발을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가면서 사이드로 N잡을 시도해 보는 거예요. 주업에 단단히 고정하는 것이 먼저이기에 지금 주 수입원으로 하는 일에 우선 능숙해져야 해요.      


운전으로 비유하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초보 운전일 때는 두 손으로 핸들을 움켜잡은 채 경주마처럼 앞만 보며 온 신경을 운전에만 집중하잖아요. 그러면 운전 외에는 다른 일을 절대로 할 수가 없죠. 같은 거리라도 초보일수록 훨씬 더 시간이 오래 걸리고요. 심지어 직진밖에 못 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버리는 초보 운전자들도 있잖아요.      


하지만 운전에 능숙해지면 핸들을 한 손으로 잡고 운전 중에 노래를 들으며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되죠. 운전 중에 통화는 물론 심지어 카톡까지 하기도 하잖아요. (한눈팔지 말고 우리 모두 안전 운전!) 마찬가지로 일에도 능숙해지고 앞서 알려드린 파레토, 파킨슨 법칙을 활용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물리적, 정신적 여유가 생겨요. 이때 피봇으로 N잡을 시도하는 거예요. 그러면 주업에서 흔들림 없이 성과를 내면서 부업까지 덤으로 얻게 돼요.      


수익으로 연결되는 부업들이 생겨나고 시간이 지나 부업들의 수익이 주업보다 커지는 시점이 오면 그때 부업을 주업으로 대체하면 돼요. 만일 주업에 능숙하지 않은 채로 부업에 뛰어든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요? 초보 운전자가 운전 중에 카톡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거예요. 부업을 좇다 주업까지 놓치게 되겠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대로 조급하면 안 돼요. 저도 조급하게 생각하다가 실패한 경험을 많이 쌓게 되었어요. 운전할 때도 조급할 때 항상 사고가 나잖아요. 여러 매체에서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한데 돈에도 등급이 있어서 빠르고 쉽게 번 돈은 그만큼 빠르고 쉽게 떠나간다고 해요.   


N잡러가 되려면 피봇을 사용해야 하고, 먼저 주업에 능숙해져야 한다고 했잖아요. 주업에 능숙해지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한 분야에 10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10년이 너무 길다면 남들보다 2배로 열심히 해서 5년으로 단축하고, 그것도 너무 길다면 3배로 열심히 해서 3년으로 압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평범한 사람에게도 직장 생활이 힘든데 예술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 직장에 다니기는 더더욱 쉽지 않을 거예요. 예술가에게는 창의성이 중요한데 직장에서는 보통 시키는 일만 잘해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예술가라 생각하는 사람은 햄릿이 되어 직장과 예술 사이에서 죽느냐 사느냐 갈등에 빠져요. 저 역시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선물 받은 책에서 깔끔한 해답을 찾았어요. 소설가인 저자는 평생을 직장에 다니며 소설을 썼는데 그 이유가 창의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소설을 써서 먹고살려면 순수하게 창작 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고 돈에 집착하게 되니까 정신적 여유가 사라지고 창의성이 소진되기 때문이래요. 그래서 저자는 자기의 내면에서의 주업은 소설가이고 부업은 직장인이지만, 창의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현실적인 주업은 직장인, 부업은 소설가로 살아간다고 해요.     


이 책을 통해 취미가 직업이 되는 순간 흥미를 잃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어요. 결국,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순서와 비중을 어떻게 최적화할 것이냐가 진정한 덕업일치로 가는 열쇠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만 해서는 돈을 벌 수 없기에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할 수 없고, 해야 하는 일만 하다가는 내가 소진되어 버릴 거예요. 피봇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기술인지 아시겠죠?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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