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학기 반장 Mar 15. 2024

글쓰기, 어떻게 해야 두렵지 않을까?


글쓰기 수강생이었던 나는 7년 만에 글쓰기 강사가 되었다.    

 

오늘 교회에서 나는 글쓰기 강좌를 열었다. 네 명의 수강생과 함께 6주간의 글쓰기 여정을 떠난다. 7년 전이 떠올랐다. 교회에서 외부 강사를 초청해 처음으로 글쓰기 강좌가 열렸었다. 함께 신청한 네 명의 교인과 글쓰기를 배웠다.     


그중에는 글과 밀접한 국문학, 영화를 전공한 교인들도 있었다. 무식한 공돌이 출신인 나는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그 후로 책을 출간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것도 세 권이나 말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어떻게 나만 출간 작가가 되었고 글쓰기 강사가 될 수 있었을까?     


이미 답은 앞에서 밝혔다. 비결은 바로 '무식함'이었다. 무엇보다 무식했기에 간절했다. 강사의 토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듣고 필기했다. 또 무식했기에 순종했다. 강사가 알려주고 시키는 대로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 했다. 과제 역시 무식하게 했다. 서평 과제를 받으면 책을 한 장씩 씹어 먹듯이 읽었고 혈서를 쓰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 무식했기에 학습한 것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었다.     



그 후 지금까지 글쓰기를 향한 나의 무식한 열정은 식은 적이 없었다. 7년 전 수강생이었던 내가 강사가 되다니 기분이 묘했다. 오늘 참석한 30대부터 70대까지 각 연령대를 대표하는 네 명의 수강생에게 물었다. "나에게 글쓰기의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인가요?"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세대 차이에도 모두가 같은 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글을 시작하는 게 막막하고 글을 보여주는 게 두려워요.     


글의 힘이 대단하긴 하다. 세대 차이도 무색하게 만들다니. 막막함과 두려움, 이것이 모두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막막함을 제거하고자 글의 원리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단어가 모여 문장이 된다. 문장이 모여 문단이 된다. 문단이 모여 글이 된다. "결국 한 편의 글은 하나의 단어에서 시작되는 거예요." 수강생들 미간의 주름이 조금은 펴지는 것을 느꼈다. 기세를 이어 두려움을 제거하는 작전에 돌입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남은 나한테 관심이 없어요. 나도 남한테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지 생각해 보세요. 더군다나 우리가 평범한 사람이 쓴 글을 볼 때 분석하고 평가하지 않잖아요. 그냥 한 번 보고 잊어버리잖아요. 내 글을 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수강생들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결정타를 날릴 차례다. 우리는 성장하는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낀다. 전 세계적으로 슈퍼맨보다 스파이더맨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슈퍼맨은 신이라 완벽하다. 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은 인간이라 어딘가 모르게 어설프지만, 계속 성장해 간다.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 만화 <드래곤볼>의 손오공, 만화 <달려라 하니>의 하니 등의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개구리인 사람은 없다. 캐릭터가 올챙이 시절부터 자라 가는 좌충우돌 과정을 통해 우리는 대리 만족과 희망을 느낀다. 누구나 처음엔 올챙이였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성장 캐릭터가 되기로 마음먹어보면 어떨까?     


요리 대결을 했을 때 문학도가 가정주부를 이길 수 없듯이 글로 대결하면 가정주부가 문학도를 이기기 어렵다. 요리와 마찬가지로 글쓰기는 결국 잘하냐 못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익숙하냐 익숙하지 않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노력하고 연습하면 얼마든지 좋아지는 영역이다. 그러므로 글쓰기 왕초보라고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감사하자. 성장 캐릭터에게는 처음 실력이 낮으면 낮을수록 나중의 성장이 더 커 보이는 법이니까.     


마지막에는 잘하는 사람이 남는 것이 아니라 지속하는 사람이 남는다. 얼마나 많이 익숙해졌고 깊이가 있느냐로 생존이 갈린다. 무식한 공돌이 출신인 내가 첫 책을 쓰기까지 얼마나 큰 두려움과 막막함이 있었겠는가? 실제로 주변에서 실력도 없는 네가 무슨 책을 쓰냐, 누가 네 책을 읽을 것 같냐, 비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등등 수없는 조롱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성장 캐릭터가 되기로 마음먹자 용기가 생겼다. 그래, 나는 계속 책을 쓸 거고 내가 성장하는 과정을 책으로 보여주자!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나는 여전히 글쓰기 수강생이었을 것이다. 글쓰기가 두렵다면 세 가지만 기억하자. 첫째, 무식하게 일단 실행해 본다. 생각이 많으면 시간만 지체될 뿐이다. 둘째, 남들은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내 글에도 마찬가지다. 셋째, 계속 글을 쓰며 성장하면 된다. 처음의 글이 어설플수록 훨씬 더 크게 성장하는 내가 될 것이다.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이전 04화 남들과 다른 속도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