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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Mar 21. 2024

책 쓰기 4. 정글에서 살아남는 비법

※ 지난 시간 미션을 기억하는가? '나의 기쁨과 독자의 필요가 만나는 지점이 보일 때까지 계속 정리해 보길 바란다. 그렇게 발견한 핫플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고 댓글로 공유해 보자.' 완료했다면 네 번째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지금까지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가 만나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찾아 달려왔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발행된 신간이 약 6만 종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는가? 기존에 출간된 책 말고 새롭게 찍어내는 책만 한 해에 6만 종이라는 것이다. 하루에 약 170종의 신간이 쏟아져 나온다는 말이다. 이제야 실감이 나는가?


출판업계에서 책의 운명은 보통 한 달 판매량을 보면 결정 난다고 한다. 베스트셀러는 2주 안에 승부가 난다고 하니 2 주면 약 2,380종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시간이다. 판매가 되는 책이 되려면, 적어도 출판사에 적자를 안겨주지 않으려면 수없이 쏟아지는 신간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정글이 따로 없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는 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없다. 나도 모른다. 그걸 알았다면 나는 이미 세계적인 부자의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확실한 방법 3가지를 공개한다. 첫째, 내가 GD나 BTS 같은 유명 연예인이 된다면 어떤 내용으로 책을 써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 둘째, 내가 GD나 BTS 같은 유명 연예인과 친해져서 그들에게 홍보를 부탁하면 당연히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셋째, 책을 사면 GD나 BTS 같은 유명 연예인 콘서트 티켓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이 외에는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다.


물론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게 하겠다는 목표로 영혼을 갈아 넣어 책을 쓰고 육신이 닳도록 판매해야 한다. (나한테 투자해 준 출판사의 적자는 면하게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최종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간혹 드물게 지나간 책이 역주행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정말 드물다는 게 함정이다. 


도대체 책을 쓰라는 것인가, 말라는 것인가? 그래도 써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냥 쓰는 게 아니라 잘 써야 한다. 그리고 한 권에서 끝내지 말고 계속 써야 한다. 운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늘 최선을 다하며 지속하면 된다. 이보다 더 명료한 솔루션이 있는가? 말은 간단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그렇기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속하면 결국 승리한다. 어렵지만 지속하면 된다.

  


첫 시간에 강조했던 1,000만 원짜리 정신력을 다시 일깨우고자 서론이 길었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어떻게 했는지 실제로 썼던 노트를 공개한다. 가장 핵심은 '책은 자료로 쓰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필력이 없어도, 소재가 없어도 괜찮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책은 자료로 쓰는 것'이다. 내가 책 쓰기를 배우며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들었던 말이다. 


자료가 얼마나 다양하고 탄탄한 지에 따라 그 책의 퀄리티가 결정된다. 책의 가장 뒤에 실린 참고 자료 목록을 살펴보면 느낄 것이다. 책 한 권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조사했고 그 내용이 책 안에 녹아져 있는지 말이다. 참고 자료 목록만 봐도 감동이 오는 책이라면 분명 그 책의 퀄리티는 보나 마나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소설책이나 에세이집, 시집 등은 참고 자료가 없을 수 있다.) 


책 <대통령 글쓰기>로 유명해진 강원국 작가도 이런 말을 했다. "쓰려는 주제의 책이나 유튜브 강의, 논문 등을 모조리 찾아 읽고 공부하면 된다. 이 주제에 관해서는 내가 가장 잘 알고, 가장 많은 자료를 갖고 있으며, 가장 깊이 고민해 봤다고 자신할 정도가 되면 책을 쓸 수 있다." (매일노동뉴스, 강원국, "나는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2024.03.20.)


아래는 정식 출간된 첫 책 <서른 넘어 찾아온 다섯 가지 기회>(웨일북)을 쓰기 위해 참고하고 수집했던 자료 목록이다. (책의 가장 뒤쪽을 펼쳐보면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경쟁 도서 베스트셀러 30권을 분석했고, 뉴스 기사, 블로그 글 등을 검색했으며 유튜브와 같은 영상 자료도 수집했다.          



경쟁 도서 또는 참고 도서 선정은 우선 3단계에서 찾은 핫플을 중심으로 키워드를 뽑아낸다. 이전 시간에 나는 당시 핫플을 이렇게 정리했다고 밝혔다. "30대 직장인인 나의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작은 행복을 30대 직장인과 함께 나누며 지금 30대에 겪는 불안과 고통을 함께 이겨내자!" 불안과 고통이라는 단어를 통해 '무기력', '번아웃', '피로' 등 연상되는 키워드들을 뽑아냈다. 그리고 키워드를 중심으로 경쟁 도서 또는 참고 도서 목록을 만들었다. 예스24에서 키워드로 검색하고 '판매지수' 순으로 정렬했다. 예스24의 판매지수는 실제 판매량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지 참고는 할 수 있다. 교보문고나 알라딘에서 판매량 순으로 정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다음으로 선정한 책을 읽고 아이디어를 정리했다. 비슷한 주제의 베스트셀러를 읽다 보면 중복되는 내용들이 있다. 처음 참고 도서를 읽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는데 여러 권을 읽다 보면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 겹치는 내용들은 빠르게 넘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최소 30권을 비교, 분석하다 보면 책들의 강점이 눈에 들어온다. 동시에 아쉬운 점도 보이기 시작한다. 강점은 더욱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내 책을 쓰는 것이다. 


나는 30대가 30대와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하는 콘셉트로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학자나 전문가가 쓴 글이 아니라 10년 이상 현장 경험을 담아낸 직장인 실무자의 글이라 더 생생하게 독자에게 와닿을 거라고 확신했다. 참고 도서들의 장점을 학습하는 동시에 나만의 강점을 더하여 무명작가라는 약점을 보완하고자 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책은 뭐로 쓰는 거다? 자료로 쓰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화가 중 한 명인 파블로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말했다. 그는 창조적 활동이 모방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충격적이겠지만, 발명왕 에디슨은 세계 최초로 백열등을 발명하지 않았다. 세계 최초로 백열등 특허를 얻은 이는 영국의 물리학자 조셉 스완이었다. 에디슨은 최초의 발명품을 사람들이 더 쉽게 사용하도록 수정하고 보완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책을 쓰기 위해 표절하라는 것이 아니니 절대로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자료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그것을 통해 나의 생각을 발견하자는 것이다. 질 좋은 자료가 많을수록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나의 생각도 많아진다. 책은 자료로 쓴다는 것, 잊지 말길 바란다. 잘 기억하길 바라며 오늘의 미션을 주겠다.


내가 쓸 책의 경쟁/참고 도서 30권의 목록을 정리해 보자. 방법은 이미 알려줬다. 물론 30권이 아니라 100권이면 더 좋다. 최소한 30권이라는 뜻이다.


다음 주 수요일에는 다섯 번째 단계, '뼈대 있는 집안은 무너지지 않는다'로 만나요 :)




ⓒ 이학기 반장 / 참고 도서 <작가는 처음이라>, 김태윤, 다산북스



[이학기 반장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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